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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ry Blossom

w. 暏月[서월]

"너를 처음 만난 그 날은 봄이었고 너를 다시 만난 그 날도 봄이었다. 너를 사랑하게 된 날도 봄이었고 너에게 고백한 그 날도, 여전히 봄이었다"


너를 처음 만난 그날의 봄은, 17살의 네가  핑크색 벚꽃잎이 핀 벚꽃나무 아래 있었다.예쁜 벚꽃나무 아래, 예쁜 네가 있었고, 핑크색 벚꽃이 네 머리위로 떨어졌었다.
그냥, 예뻤다.

 

 

 

-

 

 

 


"야, 뭐하냐"


"... 벛꽃 구경"


"그런건 전혀 신경쓰지 않을거 같이 생긴 놈이 꽃 제일 좋아해 진짜.."

 

뒤에서 들리는 석진의 목소리에 윤기는 고개를 살짝 돌려 석진을 향해 픽- 웃었다. 곧 다시 고개를 돌려 창문에 몸을 기댄 후 창문 아래 큰 벚꽃 나무를 바라봤다. 아니- 사실, 오늘은 벚꽃 나무가 아닌 그 아래의 지민을 보는 거지만. 

 

"... 그렇게 계속 보고만 있으면 안 지루하냐?"


"응, 완전 재밌는데?"

 

지민의 발 밑 자신을 꼭 닮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웃는 지민을 보며 윤기는 따라 꽤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창 밖을 보고 있었기에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테지만.곧 지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와 동시에 윤기의 시선도 창밖에서 멀어졌다.

 

 

 

 


-

 

 

 

 


시끄러운 점심시간이 지나 지루한 수업을 마치고, 그토록 기다리던 하교시간.윤기에게도 하교시간은 좋았다. 다른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윤기는 종례가 끝나자마자 음악실로 향했다. 선생님께 따로 받은 음악실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 불을 키고, 가방에서 악보책을 꺼내 피아노 앞에 앉았다.야자를 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도 얼마 없는 6시부터 8시까지의 시간은 오직 윤기의 것이었다. 윤기는 집보다 학교 음악실에서 치는 피아노를 더 좋아했다. 혼자밖에 없는 곳에서 부드럽게 울려퍼지는 맑은 피아노소리가 예뻤다.

 

".... 어, 저기.."


끼익-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작은 형체는 지민이었다. 피아노를 치던 윤기는 손을 딱 멈추고 지민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저, 노래.. 연습 해야하는데.. 선생님이.. 선배님 있을거라고.. 도와달라고 하라고.."


더듬더듬 말하는 지민을 보며 눈치빠른 윤기는 알아챘다. 자신을 꽤나 무서워하고 있는걸까나.


"... 무슨 노래, 쳐줄까?"


평소에 잘 웃지 않는 윤기가 일부러 따스한 미소를 지어 지민을 향해 웃었다. 지민은 놀란 듯 웃는 얼굴의 윤기를 바라보다 이내 자신도 따라 웃었다.


"Love Myself.. 요"


지민은 윤기에게 살며시 악보 몇장을 건냈다. 악보를 받고 몇번 피아노를 쳐보더니 윤기는 지민을 불렀다.

 

"..박지민 맞지?"


"아, 네!"


"시작할게,"


윤기는 신호를 주고 발로 몇번 톡톡 박자를 세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윤기의 피아노 반주를 듣던 지민은 곧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저 수많은- 별을 맞기 위해 난 떨어졌던가-"

 

꽤 아름다운 음색에 윤기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피아노를 치는 손은 여전히 아름다운 운율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지민 뒤쪽, 창문으로 보이는 흩날리는 벚꽃 나무가 예뻤다. 자신의 피아노, 지민의 목소리, 밖에서 보이는 예쁜 선홍색 벚꽃. 윤기는 생각했다. 꽤 예쁜 광경일거라고. 예쁜 피아노 선율만 들리는 곳에 찰칵, 카메라 셔터가 눌리는 소리가 끼어들었다. 윤기는 멈칫, 피아노에서 손을 놓고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지민은 조금 당황스러움이 섞여있는 듯한 눈빛으로 윤기를 따라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윤기의 예상이 딱 맞아떨어졌던 것일까- 그곳에는 정국이 카메라를 들고 웃고 있었다. 


"..언제 들어왔냐"


"얼마나 집중하셨으면 예민한 윤기형이 나 들어오는 것도 모르실까-"


정국은 싱긋 웃으며 눈을 마주친 지민에게 눈으로 짧게 인사를 하곤 음악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윤기에게 손짓했다.계속하라고.


"나 그냥 사진이랑 영상만 몇 개 찍을게 사진은 원하면 뽑아도 줄테니까 계속해요 형"


정국은 능청스럽게 자리를 잡고 카메라 몇대와 여러 렌즈를 꺼내놓으며 말했다. 지민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다 윤기를 바라봤다. 윤기는 한숨을 쉬고 지민을 바라봤다.


".. 불편하면 가라고 할게"


"지민이 형 아이돌 지망인 거 알고 하는 말일까나-? 나도 한때 아이돌 지망생이었거든요?"


정국은 피식, 웃으며 윤기를 바라봤다. 카메라 세팅을 마친 듯 윤기에게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낸 정국은 카메라를 몇번 만지작 거리더니 박수를 짝- 쳤다. 윤기는 작게 한숨을 쉬고 피아노를 쳤고, 지민은 그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정국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고 잠깐 노래를 감상하더니 이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정국이 찍은 사진은 피아노를 치는 윤기, 그 앞에 노래를 부르는 지민, 그리고 뒤에 보이는 흩날리는 벛꽃이 담긴 예쁜 사진이었다.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

 

-

 

"..빠짐 없이 남김 없이 모두 다 나-.."


지민의 노래가 끝나고 윤기는 마지막 반주를 마친 뒤 피아노 위에 있던 손을 무릎 위로 내려놨다. 정국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더니 폴라로이드 사진을 뽑아내 몇번 흔들며 말리다 윤기에게 건냈다. 


"제가 찍은 사진 TOP 5 안에 드는 거니까 잘 간직해요"


"... 예쁘네"


"저 사진부에이스예요 무시하지 말구요 그럼, 전 이만"


장난스럽게 찡긋, 웃으며 자신의 볼일이 다 끝났다는 듯 일어서곤, 카메라들을 정리하고 나가는 정국에 윤기는 정국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피아노 앞에 어쩡쩡하게 서 있는 지민을 바라봤다. 


"... 이제 갈까?"


"아, 네!"

 

지민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악보를 가방안에 넣고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윤기도 피아노 뚜껑을 닫고 창문을 닫고, 지민과 함께 음악실 문을 잠그고 나왔다. 정문까지 같이 가기로 하고 윤기와 지민은 학교를 빠져나와 운동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 너 벛꽃 좋아해?"


"아.. 네! 좋아해요"

 

약간 뜸을 들이다 지민은 밝게 웃으며 윤기의 질문에 답했다.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곤 운동장 옆쪽을 바라봤다. 벚꽃나무 아래 예쁜 벤치. 


"... 너, 저기 앉아봐"

 

윤기는 그 벤치를 가르켰고, 지민은 영문도 모른체 벤치에 쪼르르 가 앉았다. 곧 뒤 수풀을 몇번 뒤적이던 윤기는 평소 자신이 많이 챙겨줬던 삼색아기고양이 한마리를 데려왔다.


"사진, 찍어도 돼?"


"음.. 네! 대신 저한테도 보내주셔야 돼요-?"


지민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윤기에게 아기 고양이를 받아 안고선 웃었다. 아기고양이, 박지민, 그리고 벚꽃을 윤기는 자신의 눈에 담았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거라 생각하며. 

 

 

 


-

 

 

 

 

윤기와 지민은 그날 이후로 마주칠 일이 없었다. 지민은 노래 연습을 하러 오지 않았고, 윤기는 그전처럼 혼자 두 시간 동안 피아노를 치다 집으로 향했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인사는 커녕 눈을 피하며 지나치는게 전부였다. 그렇게 어영부영 날을 보내다 윤기의 졸업식. 윤기의 졸업앨범에는, 작은 사진 하나가 끼워져있었다. 정국에게 부탁해 넣은, 피아노를 치는 윤기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지민. 지민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고, 피아노를 치는 윤기의 얼굴이 중심적으로 담긴 사진이었다. 윤기는 마음에 드는 듯 싱긋, 웃곤 졸업앨범을 들고 운동장을 걸어나왔다. 주변를 휙휙 돌아보자, 여전히 벚꽃나무 아래 앉아 노래를 듣고 있는 지민이 보였다. 지민은 언제나 다들 하교할 즈음에, 벛꽃나무 아래에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다. 멀리 있었지만 정확히 지민과 눈이 마주치자 윤기는 당황해하며 눈을 피했다. 지민은 싱긋, 웃으며 옆의 꽃다발을 들고 윤기에게 다가가 건넸다. 

 


"졸업, 축하해요 윤기 선배."


"어..? 아.. 고마워 근데 이건, 나한테 주는거야?"


"네, 졸업 축하한다구요- 그날 잠깐 쳐준 선배 피아노소리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주는 거예요 얼른 받아요 
나 맘 바뀌기 전에"

 

윤기는 꽃다발을 받아들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윤기와 지민은 오랫동안 서로를 잊고, 못 보고 살았다. 애초에 지민은 학창시절 딱 한번 본 선배가 뭐가 예쁘다고 졸업식에 꽃다발을 건네 줬는지. 지민은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 윤기가 쳐준 피아노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라고.


그날의 피아노 소리가, 너무 달콤했어서라고.

 

 

 

 


-

 

 

 


그 이후로 윤기는 언더에서 곡작업에 몰두했다. 들어오는 일은 닥치는 데로 전부 받고, 자신의 곡 작업도 꾸준히 하면서 언더에서 꽤 유명한 그라운더가 됐다. 뭐, 언더에서 벌 수 있는 수익이 얼마 되겠냐만은.. 결국 윤기 언더 작곡하면서 일을 알아봤다. 작곡 오래한 아는 형한테 가서 곡작업도 전문적으로 배우고, 피아노도 좀 배우고. 물론 얼굴도 반반하니.. 몇번 고백도 꽤 받았다. 

 

"..좋아해요!"


"미안."

 


받는 족족 윤기가 거세게 쳐내긴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건지, 애인이 있는건지. 물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얼굴은 보는지- 연락은 하는지- 작업 배우는데에 열중해서 하루종일 컴뷰터나 피아노 앞에서 떨어지질 않았으니까.

 

반면 지민은- 연습실에서 꼼짝을 안 했다. 꽤 유명한 소속사에 들어가 솔로준비를 하고 있었다. 춤도 배우고, 노래도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하루종일 연습실에서 꼼짝은 안 하고 데뷔만 바라보며 기다렸다. 그런 지민의 노력이 빛을 발한건지, 지민은 연습생이 된지 2년 반만에 데뷔했다. 

 

"솔로가수 지민.. 데뷔부터 폭발적인 반응...-"

 

그 이후 지민은 자신이 진정 데뷔했구나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냈다. 데뷔전엔 회사에서 스폰을 권하기도 했지만, 지민은 자신의 능력으로 해보겠다며 자신만만하게 성공했다. 가끔, 연습실 지나면서 회사소속작곡가들의 피아노소리가 들릴때마다 지민은 그때, 윤기의 피아노소리를 떠올리며 지나가곤 했다. 그때로부터 1년이 넘게 지났는데 윤기의 얼굴이나, 피아노를 치는 손이나, 그때의 피아노소리나.. 기억하는 자신이 신기할 따름이지만. 

 

 

 


-

 

 

 


윤기와 지민이 다시 만난 그 날은, 지민이 데뷔한지 약 1년 정도가 지난 날이었다. 지민은 데뷔와 동시에 소년감성 솔로가수로 떠 꽤 유명해졌다. 그 사이 윤기는 대학을 다니면서 언더에서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둘의 만남은, 윤기가 지민이 소속된 회사에 입사한 첫날이었다. 다음 컴백을 준비하고 있던 지민은 새로운 작곡가 및 작사가를 만난다고, 지민의 회사에 입사한 윤기는 유명한 가수의 곡을 담당하게 될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둘은 만났다. 윤기는 단번에 지민을 알아봤다. 여전히 도톰한 눈두덩이와 입술, 하얀 피부에 아, 살은 조금 빠진 거 같기도. 머리색도.. 바뀌었고.

 

"지민.."


"안녕하세요 새로 오신 작곡가-님 맞으시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 방긋- 웃으며 말하는 지민에 윤기는 잠깐 뜸을 들이다 이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지민은 못 알아본게 전혀 아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윤기의 얼굴이 자신의 앞에 이렇게 떡하니 있는데, 지민이 못 알아볼리가 없지. 

 

"네, 맞아요 영광이네요 잘 부탁해요 지민씨"


"네-"

 

윤기는 의자에 앉으며 컴퓨터를 몇번 만지작 거렸다. 스페이스바를 누르자 반주가 재생되고 옆에 피아노 앞에 앉아 즉석으로 피아노를 치며 예쁜 음색을 만들어냈다. 지민은 듣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 노래 좋네요!"


"고마워요 여기 악보고, 가이드도 같이 틀어줄테니까 한번 해봐요"

 

윤기는 가이드와 함께 피아노를 치며 지민도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몇번 합을 맞춰본 후 녹음에 들어갔다. 여전히 맑고 예쁜 목소리의 지민은 윤기의 그때 그 달달했던 설렘을 끌어올리기 딱 안성맞춤이었다. 

 

"..- 어때요?"


"어, 괜찮다 메인보컬파트 한번만 더 가자"

 

다른 프로듀서의 지휘에 맞춰 윤기는 피아노 반주를 맞추고 지민은 그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고등학생 때 음악실에서 들었던 그 맑은 소리와 깔끔한 고음처리, 매력적인 보컬.
그대로였다. 지민은. 윤기 또한 바뀐것없이 그대로였다. 피아노를 치는 하얀손, 여전히 세모꼴의 눈, 웃으면 드러나는 매력적인 입동굴까지. 지민이 좋아하던 윤기의 모습은 하나도 변한게 없었다. 

 

"어, 서브보컬파트 가자"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는 다른 프로듀서에 윤기는 정신을 차리고 피아노 반주에 집중하기로 했다. 약 3시간정도에 걸친 타이틀곡녹음이 끝나고, 윤기는 지민에게 따뜻한 물을 건넸다. 

 

"아- 고마워요 윤기씨-"


"뭘, 목소리 그대로더라 그때 음악실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 그대로야-"

 

지민은 웃으며 윤기가 건넨 물을 받아 한모금 들이켰고, 윤기의 말에 -?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지민은 당연히 윤기가 저를 기억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척했고. 지민이 살짝 놀란 토끼눈으로 윤기를 쳐다보자, 윤기는 지민의 표정을 보고 풋- 웃더니 지민에게 사진 한장을 건넸다.

 

"..이건-"

 

윤기가 건넨 사진은 그날의 봄. 지민이 벚꽃나무 아래 삼색아기고양이를 안고 벤치에 앉아 웃던 그 사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전. 그날의 봄. 그날의 풍경이었다. 지민은 놀라 그대로인 토끼눈으로 다시 고개를 들어 윤기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선배가 맞았다. 하얗던 선배. 피아노를 치던 하얗고 길쭉한 손, 삼각형 모양의 눈, 차가운 인상이지만 웃으면 한없이 다정한 고등학생 시절, 지민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 첫사랑의 정체가 맞았다. 사실 지민은 그게 첫사랑이었는지 뭔지 그 감정의 정체도 모르고 있지만.

 

"... 이제 기억나나보지? 난 바로 알아봤는데 말이야"


"윤.. 기 선배."


"오- 이름도 기억하네 기특해 후배님"

 

윤기는 웃으며 지민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헝클여트리듯이 쓰다듬었다. 지민은 꺄르르 웃었고, 윤기도 웃었다. 둘의 두번째 만남. 그 날도- 처음만났던 그날과 같이 여전히, 봄인 어느날이었다. 


2년 반이 지난 그때까지, 둘은 서로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

 

 

 


윤기는 계속해서 지민의 녹음을 도와주고 둘은 친분도 쌓아갔다. 뭐.. 그냥 다른 사람들이 볼때 친한 형동생사이랄까. 서로를 어떤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는- 글쎄, 곧 알게되지 않을까.


"자- 수고했어 이제 곡 녹음은 끝났고, 안무랑 대형동선 등만 하면 컴백이다 지민아"


"이번 컴백은 특히 더 기대되는 거 같아요 휴식기를 더 오래 가진후의 컴백이기도 하고, 윤기형이 만들어준 곡이 들어가잖아요"

 

지민은 웃으며 윤기를 바라봤고, 윤기는 귀엽다는 듯 웃으며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기의 친구들이 보면 기겁을 할 장면이긴 하다만- 뭐 서로 좋다는데 어쩌겠어. 
몇달째 삽질은 커녕 서로 좋아한다는 감정조차 모르고 있는걸. 이정도면 알아차릴때가 꽤 된 것 같은데 말이야. 

 


--너 윤기형이랑 사귀냐?


:아니 뭔소리야! 내가 윤기형이랑 왜 사귀어!!


--아님 말고


:... 근데 왜?


--그냥 요즘 둘이 많이 붙어다니기도 하고, 윤기형이 널 바라보는 그 끈적한 눈빛과..

 


지민의 절친인 톱배우 태형에게서 급작스럽게 온 문자에 지민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답을 했다. 태형의 말은 대체로 윤기형이 널 좋아하는 티를 그렇게 내는데, 네가 못 알아채고 받아주고 있으니 사귀는 거 같아- 라는 말이었지. 지민은 설마.. 했는데, 설마가 그 설마다. 며칠동안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정내린건 하나였다. 윤기가 지민을 좋아하는지 그걸 알아내는 것. 그리고, 그걸 알아낸뒤에는,

 

"... 연애.. 하는 건가.."

 

지민은 자신의 감정은 단번에 알아냈다. 1달전에 윤기가 첫사랑이었던 것 같다고 알아챘고, 지금의 감정도 인정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볼때 윤기가 지민을 좋아한다고- .. 하니까.

 

 

 


-

 

 

 

 


지민은 그렇게 며칠간 윤기와 조금 떨어져지내기로 했다. 자신이 아는 윤기라면, 분명 자신을 이렇게 멀어지게 두지 않을거라고. 무엇보다 윤기가 자신을 좋아한다면 윤기는 어떻게든 지민을 붙잡을테니까. 문제는.. 따로 있었다. 

 

"... 보고 싶다"

 


자신의 감정은 진즉 깨달았다는 건 잊었던 건지, 지민은 윤기를 보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지민이 윤기를 보고 싶어서 미칠동안에 윤기는 불안해 미칠거 같았다. 애가 며칠전에는 자신을 슬슬 피하더니, 이제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아픈건지, 사정이 생긴건지- , ...자신이 자길 좋아하는 걸 알게 되버린 건지. 윤기는 지민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감정을 깨달았다. 지민보다는 조금- 늦게. 좋아한 건 지민보다 윤기가 먼저인데- 좋아하는 감정을 깨달은 건 어째 윤기보다 지민이 먼저인 것 같다. 

 

-... 음성사서함이 연결되지 않아-

 

.. 오늘도 인가. 윤기는 지민이 보이지 않게 된 그날을 기점으로 항상 같은 시각에 매일매일 지민에게 연락했다. 지민은 매일 받지 않았지만. 사실 전화 걸때는 안 받은게 아니라 못 받은게 맞다. 지민은 컴백준비기간으로 매우 바쁘니까. 부재중전화에 뜬 윤기의 이름을 보고 전화를 다시 걸지 않은 건 고의지만. 그리고 정확히 지민이 윤기의 눈에 보이지 않은지 14일 후. 윤기는 불안의 최고점에 도달했고, 지민의 연습실로 쳐들어갔다. 거칠게 쾅- 문을 열고 들어간 연습실 안에는 누워 숨을 고르고 있는 지민이 있었다. 지민은 깜짝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켜 윤기를 쳐다봤다.

 

"뭐, ...윤기형...?"

 

지민은 정확히 13일만에 보는 윤기의 얼굴에 너무 기뻤다. 
한편으로는 꿈이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박지민"

 

낮은 목소리로 불리어진 제 이름만 아니었으면 지민은 그대로 일어나 윤기에게 달려가 안겼을지도 모른다. 지민은 움찔, 놀라 윤기를 바라봤다. 윤기는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아무 행동도,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불러놓고 말이 없- ..... 형 울어요?"

 


윤기는 그 자리 그대로 서서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뚝, 뚝 흘리고 있었다. 손은 너무 꽉 쥐어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윤기는 손을 올려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이내 고개를 들어 윤기는 13일만에 보는 지민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봤다.

 

".. 너 왜 나 피해? 나 싫어? 나 싫어졌어? 왜?"

 

윤기는 뚝뚝 끊기는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지민에게 말했다. 하얀 볼은 울음으로 인해 발갛게 달아올라 눈물로 적셔지고 있었고, 예쁜 세모꼴의 눈은 일그러져 투명한 눈물을 뚝뚝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 예쁜 얇은 입술은 꼬옥, 감쳐물어 잘못하면 피가 날듯 빨갰다. 지민은 처음보는 윤기의 우는 모습과, 얼굴에 당황해 일어나 윤기에게로 향했다. 

 

"...왜 나 피하냐고.. 왜......내가, 내가 너 좋아해서..-?"

 

윤기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올려 얼굴을 묻었다. 지민은 걸어오다 뚝, 멈춰 윤기를 바라봤다. 지민은 자신이 잘못들은 건지 귀를 의심했다. 아무 대답없이 멈춰선 지민에 윤기는 울컥해 소리없이 더 울었다. 끅끅대지도 못하고, 아무 소리없이 눈물만 닦아내면서, 지민은 곧 생각정리가 된 듯 발걸음을 떼 윤기의 앞에 섰다. 

 

"피해서 미안해요"

 

지민은 여전히 울고 있는 윤기를 꼬옥, 껴안았다. 울지 말라고 말하는 듯이, 아니면 울어도 된다고 위로하는 듯이. 윤기는 지민을 밀어내려 했지만, 이어지는 지민의 목소리에 눈물을 닦으며 그대로 지민에게 안겨있었다.

 

".... 내가 왜 피했을까요-"


"..."


"나도 형 좋아해서 나도 형 너무 좋아서, 형이랑 같은 마음으로 형을 너무 사랑하게 돼서, 그래서 그랬어"


지민은 눈을 감고 윤기를 꼬옥, 껴안은 채로 말을 이었다.

 

"형은 날 좋아할까- 싶어서. 그냥 그래서 피했어. 
내가 피하면- 내가 아는 형은 이렇게 날 잡아줄 수 있을 줄 알고 있었으니까"

 

지민은 아직 훌쩍이는 윤기의 등을 토닥이며 조곤조곤 속삭였다. 

 

"좋아해요 잡아줘서 고마워요 윤기형"


윤기는 떨리는 손으로 지민의 등을 꼬옥 안았다. 윤기가 살짝 진정이 된 것 같자, 지민은 윤기에게서 조금 떨어져 윤기의 얼굴을 매만졌다. 

 

"... 잘생긴 윤기형이 우니까 엄청 못생겼다- 형 어피치 같아요"


"..... 너 때문이잖아"

 


자신을 놀리는 듯한 지민은 윤기는 살짝 뾰루퉁한 얼굴로 지민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지민은 귀여운 윤기의 반응에 쿡쿡 웃으며 옆으로 돌아간 윤기의 볼에 쪽, 입맞췄다. 윤기는 자신의 볼에 닿은 말랑한 입술의 감촉에 당황하며 지민을 쳐다봤다.

 


"사과의 선물"


".... 부족해"

 

지민이 싱긋- 웃으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하자 윤기는 이내 능글거리는 눈빛으로 지민의 볼을 감싸 얼굴을 가까이했다. 앞으로 1cm만 더 가도 지민의 입술에 제 입술이 닿을터였다.

 

"...키스해도 돼?"


"원래 그런 거 안 물어보고 하는거에요"

 


멈칫, 하며 윤기가 지민에게 묻자 지민은 답답하다는 듯이 먼저 윤기의 입술에 제 입술을 부딪쳤다. 둘의 두번째 만남 이후로 정확히 1년이 지나 첫번째 만남과 두번째 만남. 그 때와 똑같이 벚꽃이 핀 그날. 윤기는 지민에게 고백했고, 지민은 윤기에게 좋아한다고 속삭였다.

 

-END

© 2018 by SUJIM Four Seasons, presented by @EPILOGUE_sj & @Love_maze_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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