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그 겨울 어느 날

w. 화연

“지민아, 넘어진다.”

작은 집들이 모여 하나의 나라를 이루듯, 새하얗게 내린 눈 알갱이들이 집 앞에 삼삼오오 모여 만든 하나의 나라가 신기한듯 바라본 지민은 그 곳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뛰어가고 있었다.

“윤기형!! 여기 완전 예뻐요”

집 앞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간 지민은 울타리가 있는 곳까지 가자 발을 멈추었고, 울타리 난간에 기대어 눈이오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눈 오는거 보니까 그때 생각나요”

병실에서 형이 나한테 고백했을때- 

 

그 때 되게 설렜었는데


“싫어어어어!!! 나 이거 싫어!! 엄므아 !!!”

20nn년 n년 n월, 이 곳 BTS 대학병원 소아병동에서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있다.

하지만, 이들의 울음소리를 한방에 잠재울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으응 괜찮아- 오빠가 안 아프게 놔줄게”

그의 말 한 마디면 울고있는 아이의 눈물을 그치게 만든다.

박지민, 이 곳 소아병동에서 ‘요정’ 이라고 불리는 유일한 청일점 간호사인 지민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서아 아팠어? 미안해.. 그래도 우리 서아 잘 참았다! 잘했어”

팔뚝에 놓았던 주사가 아팠는지 주사바늘을 넣자마자 울음을 크게 터트리는 서아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침착하게 지민은 특유의 망개 웃음을 지으며 서아를 칭찬하며 달래주었고, 지민의 다정함과 웃음에 서아도 울음을 금새 그치곤 웃음을 보였다.

“어 서아 웃네? 웃는게 예쁘네 서아. 아프지 말아야 돼! 오빠 이제 간다”

“잘 가여 간호사 어빠-.”

서아는 병실을 나가는 지민에게 고사리 같은 손을 붕붕 흔들며 해맑게 인사했고 그에 지민도 밝게 웃어주며 열었던 병실 문을 닫았다.

오전 업무를 모두 마치자 지민은 데스크로 느긋하게 걸어갔고 데스크까지 몇 걸음 남지 않았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멈칫 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지민쌤!! 잠시만요!!”

지신이 외치는 소리에 뒤돌아 보는 모습을 보고서는 급하게 지민의 발걸음을 멈춰세운 후 지민이 서 있는 쪽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헉.. 헉..”

지민을 불러세운건 다름아닌 지민의 동료 간로사였던 지혜였다.

“지혜쌤, 저 왜 부르셨어요? 아 일단 숨 먼저 고르시고 얘기해요”

“하아.. 하아... 지민쌤 지아.. 지아한테 좀 가주세요”

“지아요?”

“하아, 네..”

“쌤, 일단 제가 지아한테 가볼테니까 무슨일 또 생기면 불러요”

지민은 지혜의 말에 급하게 지아의 병실 쪽으로 뛰어갔고 병실 앞에 다다르자 숨을 잠시 고르고는 병실 문을 살며시 열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지아야..?”

1인실 안은 평상시와 같이 조용했다. 하지만 지민은 평소와 다름을 인지했고, 조용히 지아가 있는 침대 쪽으로 걸어가 완전히 닫혀있던 커튼을 조심스레 옆으로 젖혔다.

커튼을 옆으로 젖히자 지아가 고개를 푹 숙인채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아야”

지민은 지아의 우는 모습에 살짝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지아의 이름을 불렀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지아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 지밍이 삼촌, 흐끅..”


지민은 울고있는 지아에게서 시선을 떼고서는 베드 주변을 빠르게 눈으로 훑어 보았다.
베드 주변에는 지아의 몸에 계속해서 주입되고 있던 수액이 지아의 몸에서 빠진채 널브러져 있었고, 무리하게 몸에 연결되어 있던 호스를 뺀 것인지 시트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지아의 손목에도 언제 흘렀는지 모를 피들이 묻어 있었다.


“지아야, 일단 손목 지혈하고 수액만 다시 맞자”


지민의 말에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지아야 손목 지혈만 하자 수액은 가지고만 올게. 그건 괜찮아?”


지민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작게 끄덕여 긍정적인 대답을 하였다.


“알았어, 그럼 데스크 가서 금방 챙겨올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지민은 앉아 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병실에서 나가기 위해 문쪽으로 발을 옮기려하자 지아가 손을 뻗어 지민의 옷깃을 잡았다.


“여기.. 있,어..”
“여기 있어?”
“응..”
“알았어 그럼 통화 한번만 할게”


지민은 간호사복 안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동료 간호사인 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게 몇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곧이어 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지민쌤 무슨일이세요?]


“하연쌤 지금 바쁘세요?”


[아니요. 아까 회진 다 돌고 간호사실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저 그럼 지아 드레싱하게 거즈랑, 소독용 에탄올, 반창고랑 수액 조금만 가져다 주실수 있어요?”


[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고마워요. 하연샘”


전화를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연이 도착했고, 지민이 부탁한 물건들을 지민의 앞에 가져다 주었다.


“그럼 전 간호사실 먼저 가볼게요. 지아 드레싱 다 하시고 오세요.”


“네-”


하연이 지아의 병실을 나간 뒤 지민은 하연이 가져다 준 거즈와 소독용 에탄올, 반창고를 꺼낸 뒤 지아의 앞에 올려두었다.


“지아야, 손목 잠시만 줘볼래?”


“응..”


지아의 손목에서는 아직까지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민은 아무것도 묻지 않은 거즈를 상처 부위에 가져다 대고서는 꾸욱 누르며 지혈하기 시작했다.


약 2~3분간 지혈을 하자 피가 멎었고, 지민은 피가 멎자마자 거즈에 소독용 에탄올을 부어 
상처 부위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지아는 조금 따가운지 거즈가 닿을 때마다 몸을 움찔움찔거렸다.


“거의 다 끝났으니까 조금만 참자,”


지민은 아파하는 지아를 배려해 빠르게 상처 부위를 닦아내었고 거즈를 반창고로 붙여 마무리 지었다.
 
“지아야 이제 고개 들어볼까?”


지아는 엎드려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려 지민을 바라보았다.
많이 울었는지 지아의 눈은 부어있었고, 눈과 코 주변에는 눈물 자국들이 가득했다.


“예쁜 얼굴 다 상하겠다.. 눈 안아파?”


“아,파, 히끅-.”


“냉장고에 얼음 있으니까 그거 잠깐만 눈에 대고 있자.”


“응..”


지민은 지아의 머리를 쓰담아 주고는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 얼음을 꺼내어 거즈에 감싸 지아의 눈에 올려주었다.


“지아야 삼촌이 지아가 왜 울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삼촌, 끅, 나 수술 안, 받으면 안,돼?”


“왜 안 받고 싶어?”


“수,술 중에 죽으면, 어떡해, 나 죽,기 싫어”


지아는 어렸을 때 부터 백혈병으로 수차례 병원 신세를 둔 아이이다. 아직 10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아가 감당해야 할 두려움은 성인 못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성인보다 더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런 아픔을 알기에 지민은 더욱더 지아를 챙기기 바빴다.


“지아야 삼촌 눈 봐볼래?”


“응..?”


지아는 눈에 올려두었던 얼음을 치우고서는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은 지아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지아를 꼬옥 안았다.


“지아야 많이 힘들고 아프지..? 괜찮아..”


“지아야 지금은 많이 무섭잖아, 근데 무서운거 지아가 꾹 참고 일어나면 엄마랑 아빠랑도 많이 있을수 있고, 삼촌이랑 놀러도 갈 수 있고, 지금보다 더 지아가 웃는 시간이 많아질거야. 삼촌이 옆에서 지아 손 꼭 잡고있을게. 그러니까 수술 받자 지아야.”


“끅, 진, 짜? 약, 속 하는거, 다”


“응 약속할게”


약속-


지민은 지아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보였다.
지아도 새끼손가락을 펼쳐 지민의 새끼손가락에 걸었다.


약속-


“이거 어, 기면 나 아이스크림 100개, 사줘야 돼”


“알았어 지아야 삼촌이 아이스크림 100개 사줄게”


“응!”


그제서야 지아는 우는 것을 멈추고 밝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지아야, 윤기삼촌이 지아 잘 수술해줄거야!”


“어!! 삼촌 저기!!”


응?


지아가 가리킨 곳에서는 지민의 남편이자 지아의 담당 주치의인 윤기가 서있었다.


“형! 거기 언제부터 서있었어요?”


“음.. 한 5분전..?”


“융기삼촌!!”


“응 지아야”


윤기는 지아를 번쩍 안아들었다.


“지아야 삼촌이 지아 수술 잘 해줄게! 삼촌 믿지?”


“응! 나 씩씩하게 수술 잘 받을거에요!”


“착하다- 우리 지아”


윤기는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지민아 지아 수액 맞혀야 하지?”


“아 맞다 수액, 지아야 수액 지금 맞을까?”


“우응..”


“안 아프게 해줄게”


윤기는 안고있던 지아를 침대에 내려주고, 지민은 옆에 두었던 카트를 끌고와 수액을 넣을 준비를 하였다.


“무서워..”


“괜찮아. 지아야, 윤기삼촌 쪽 보고있어봐”


지아가 윤기쪽으로 고개를 돌려 윤기를 보자 지민은 고무줄을 꺼내 지아의 팔에 묶어 혈관을 찾고 알코올이 묻은 솜으로 바늘을 넣을 부분을 소독한 뒤 바늘을 넣을 준비를 하였다.


“따끔”


따끔- 소리와 함께 바늘이 들어갔고, 지민은 미리 뜯어놓은 반창고로 호스를 고정시켰다.


“다 됐다. 아팠어?”


“으으응- 아니, 안 아팠어”


“안 아팠어? 다행이다.”


“지아 이제 푹 쉬어.”


“삼촌 여기 있을거지?”


“응 지아 코오- 잘때까지 여기 있을게.”


“아싸!”


“그니까 맘 편히 자요-.”


“네에에!”


지아는 좋은지 싱글싱글 웃으며 눈을 감았고, 많이 피곤했는지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근새근 잠에 들었다.


“많이 울어서 피곤할 거에요.”


“응. 많이 무서워하는 것 같다”


“무섭겠죠-. 많이”


지아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둘이었다.


“그럼 우리 이제 나갈까? 지아도 깊게 잠든 것 같고.”


“응 그래요.”


지민은 지아의 머리를 쓸어넘겨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잘자요-.”


그리곤 작게 한 마디의 말을 하고서 지아의 병실을 나섰다.


“지민아, 지아 백혈병 진단 받았어?”


“정확하게 판결 받은건 1년 전. 선천적으로 몸이 많이 안 좋았는데 학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심하게 악화돼서 인근 소아과 갔더니 그냥 감기기운인것 같다고 얘기하고서 약 처방해줬는데 잘 먹어도 안나아지고, 더 심해지기만 해서 대학병원으로 갔는데 백혈병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럼 너무 늦은거 아니야?”


“으으응- 그건 아니에요. 약 2주 정도 먹고 안 나으니까 소아과에서 대학병원 가서 정밀검사 받아보는게 좋을것 같다고 해서 대학병원 바로 갔거든요. 거기서 방사선 치료 하고 주기적으로 수액 맞고 해서 어느 정도 조절은 됐어요”


“으응.. 그렇구나..”


“병원 많이 무서워하는 애에요. 수술도, 수액 맞는 것도, 주사를 맞는 것도, 심지어 치료를 받는거 조차 무서워하는 아이인데 병 때문에 이렇게 병원 자주 오는거 지아한테는 큰 스트레스일 거에요. 그래서 아까 그렇게 운거구요. 그래서 많이 걱정돼요 지아.”


“수술도 지아도 너무 걱정하지마. 내가 누구야”


“어떤 병이든 손만 닿으면 치료가 된다는 엘리트 교수 민윤기?”


윤기가 지민의 말에 살풋 웃었다.


“아님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내 남편?”


지민이 웃으며 윤기를 바라보며 말하자 윤기의 트레이드 마크인 입동굴을 잔뜩 개방하며 웃고서는 지민의 머리에 손을 올려 헝크러트리고는 말했다.


“푸흣- 그래 네가 제일 사랑하는 남편 민윤기. 그니까 나 믿어, 지아 꼭 건강하게 해줄게”


“응 믿어요. 민윤기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응, 알았어요”


지민은 윤기에게 따뜻하게 웃어보였다.


얘기를 하며 걸어가니 금세 지민의 목적지인 간호사실 앞에 도착하였다.


“윤기형 나도 이제 간호사실 들어가볼게요. 형도 진료실 들어가봐요”


“응. 그래”


잘가요 형—


지민은 윤기가 진료실앞까지 걸어가 그 안으로 들어갔을음 확인하자 지민도 간호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지민쌤 수고했어요.”


아- 지혜쌤


“지아 바이탈 체크하려고 병실 들어갔는데 애가 울고있길래.. 제가 달래는 것보다는 지민쌤이 달래시는게 나을것 같아서 급하게 찾았어요..”


“잘하셨어요”


“그래서 지아는 잘 달래고 오셨어요?”


하연이 지민에게 물었다.


“네. 자는 것까지 보고 왔어요”


“다행이네요..”


“아 지민쌤! 저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지혜가 지민에게 질문을 함으로서 이야기의 화제거리가 변경되었다.


“저 이제 남편이랑 결혼한지 1년 거의 다 되가는데 결혼기념일에 뭐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지민쌤은 결혼기념일에 뭐하세요?”


지민은 지혜의 물음에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저는 그냥 평범하게 형이랑 외식하고 집에서 영화 한 편 보다가 무드타서 관계 가지고 그러죠..”


“되게 로맨틱 하겠다.. 거기다가 쌤 결혼 날짜가 크리스마스 이브라 더 특별한것 같아요”


“진짜 결혼 날짜 잘 정하셨네요”


“뭐 어찌저찌 하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지민이 멋쩍은듯이 웃었다.


“지민쌤 결혼하신지 얼마나 되셨죠?”


지혜가 물었다.


“1년 2개월 조금 넘은것 같아요”


지민은 목이 말랐는지 바로 앞에있던 물컵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대 물을 입 안에 머금었다


“그럼 아기 생각은 아직 없으세요?”


하연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지민은 사레가 들려 머금고있던 물을 뱉어내었고 연신 기침을 해대었다.


“켈록- 켈록-”


지민이 사레가 걸리며 모든 물을 뱉어내자 둘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고, 이내 하연은 휴지를 들어 물을 닦고 지혜는 지민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지민쌤 괜찮으세요?”


“아 켈록- 네, 괜, 찮아요”


“쌤 일단 물 천천히 드세요”


하연이 테이블에 묻어있던 물을 닦아내고서는 물컵을 지민에게 건네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지민은 하연이 건네준 물컵을 받아 물을 마셨다.


“하.. 어 아직 애기 생각은 안해봤는데.. 자세한건 윤기형이랑 상의를 해봐야겠죠?”


“흐음.. 네에..”


여기 접수요-


아 네-


셋이 만들고 있던 이야기꽃은 환자분의 접수 신청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동안 3명의 응급환자와 약 50명의 일반환자, 4명의 수술환자들을 치료하고서야 병원에서의 기나긴 하루는 끝이 났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네. 내일 봬요”


지민은 동료 간호사분들께 짧게 인사를 하고서는 데스크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


“끝났어?”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가자 미리 기다리고있던 윤기가 지민에게 말을 걸었다.


“어! 윤기형 먼저 안 갔어요?”


“같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오랜만에 같이 가겠네요? 맨날 같이 못 갔는데”


“자주 같이 못 가서 미안해..”


윤기의 미안하다는 말에 지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으으응- 아니에요. 일 때문에 그런거잖아, 그래도 집에서 만나는데요 뭘”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지민아”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요”


“응 알겠어. 안할게”


“흐응- 고마워요”


지민은 해맑게 웃어보였다.


“지민아 엘리베이터 왔다.”


“응 그렇네요”


빨리 들어가요--


지민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윤기가 손을 뻗어 지민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같이 가야지”


“응!”


지민과 윤기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터 주차장까지 손깍지를 낀 채로 걸어갔고, 차에 들어가서야 손깍지를 풀었다.


“기분 좋다”


“그래? 다행이네”


지민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웃었고, 윤기 또한 지민과 함께 얘기하며 집으로 가는 20분이라는 시간을 화기애애하게 보냈다.


“다 왔다”


“빨리왔네?”


“얘기하다 보니까 시간 가는줄 모르고 왔어”


“응 그러게요”


“지민아 배 많이 고프지? 집 올라가면 바로 밥 해줄게. 먼저 씻고 있어”


“고마워요. 역시 내 남편!”


“중요한 말 빠졌는데?”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내 남편!”


지민이 말을 끝내자 마자 바로 앞에 있던 윤기를 와락 안았다.


“으이구, 여기 주차장이거든요? 집 가자마자 안아줄게”


지민은 윤기의 말에 주차장 입구를 향해 빠르게 뛰어갔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잽싸게 잡았다.


“윤기형 빨리와요!! 빨리빨리”


신났네 신났어- 


윤기가 작게 중얼거리고는 지민이 잡아놓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윤기가 들어오자 지민은 곧바로 6층 버튼을 눌렀다.


몇십초 정도 기다리니 6층에 도착했다는 알림 메시지가 떴고 지민은 빠르게 613호 앞으로 가 비밀번호를 눌렀다.


띵동- 문이 열렸습니다


기계음이 울리며 문이 열렸고 지민과 윤기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왔다 으--”


지민은 짐을 내려놓고서는 기지개를 쭉 폈다.


“먼저 씻으러 들어가”


“흠.. 들어가기 전에 해줘야 할거 있지 않아요??”


지민이 능글맞게 웃어보였다.


“으응 있지”


윤기는 자신의 앞에있던 지민을 와락 안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지민아 이제 씻으러 들어갈까?”


“응 그래요”


지민은 윤기를 한번 꽉 껴안고 서서히 윤기의 품에서 벗어났다.


“아쉽다.. 저 씻으러 들어갈게요”


“응 씻고 와”


지민은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 욕실에 들어가자마자 욕조에 물을 받았고, 물이 받아지는 동안 지민은 샤워기를 틀어 자신의 몸을 씻기 시작했다.


윤기는 손을 씻은 후, 냉장고에서 갖가지 재료들을 꺼내 식탁에 올려두었고, 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거 다 형이 만든거에요?”


지민이 반신욕까지 마치고 난 후에 욕실을 나오자마자 식탁위에 가지런히 올려져있는 요리들이 보였고, 식탁 앞에는 앞치마를 한 채로 뿌듯하게 서있는 윤기가 보였다. 그에 놀란 지민이 윤기에게 물었고 그에 윤기의 답은


“그럼. 내가 만들었지”


였다.


“대박!!”


지민은 윤기가 한 요리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뭐 해 빨리 앉아. 밥 먹어야지”


“아 응응”


지민은 윤기의 말에 재빠르게 식탁의자에 앉고, 수저를 들어 음식을 입에 넣었다.


“마시써여”


윤기에게 웅얼거리면서 맛있다고 말하자 윤기는 지민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맛있어? 다행이네. 더 있으니까 많이 먹어요”


“응!”


지민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윤기도 지민과 함께 밥을 먹었다.


“아 맞다 형 있잖아요”


“응?”


밥을 먹다 난데없이 윤기를 부르는 지민에 윤기는 의아한 표정으로 지민을 바라보았다.


“오늘 지아 재우고 나서 지혜쌤이랑 하연쌤이랑 얘기 했는데 어쩌다가 애기 얘기 나왔다? 나한테 아기 생각은 아직 없냐구”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형이랑 상의해본다구 했지”


오호- 그래?


윤기는 지민의 말이 끝나자 잠시 생각하고는 이내 씨익 웃으며 지민을 바라보았다.


“너 말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우리도 이제 가족계획을 생각해봐야지 안그래? 결혼한지 1년 2개월이 넘어가는데.”


아- 마침 콘돔도 떨어졌는데 잘 됐네.


“지.. 지금 할거에요..? 어 지금 밥도 다 못 먹었고.. 그 형도 아직 못 씻었고.. 설거지도 하고.. 막 그래야 하는데..?”


“밥은 거의 다 먹은것 같고, 씻는건 병원 나오기 전에 샤워 시설에서 다 했고, 설거지는 내일 아침에 해도 큰 일은 안 나”


지민아 오늘 애기 만들까?


지민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아무 말 없이 작게 끄덕였다.


침대로 갈까?


네..


윤기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지민을 안아들었고 곧바로 침실로 향했다.


윤기가 먼저 침실로 들어갔고 윤기를 따라 지민도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철컥-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윤기는 곧바로 지민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흐읍-.”


곧바로 부딧쳐 오는 윤기의 입술에 잠깐 놀랐지만 이내 지민도 눈을 감고서는 윤기가 하는 행동을 받아들였다.


윤기는 지민과 입술이 맞닿은 채로 자신의 입을 벌렸고, 이내 지민의 입술또한 함께 벌어지자 벌어진 틈으로 혀를 넣어 지민의 혀를 옭아맸고, 치열을 고루 훑으며 키스에 박차를 가했다.


츄릅, 츕, 츕


야살스러운 혀 섞는 소리가 들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숨이 찼는지 지민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윤기의 어깨를 약하게 두드렸다.


지민의 치열을 한번 더 살짝 훑다 윤기의 입술은 떨어졌고, 둘의 입술 사이에는 은색 실이 연결 되었다 이내 끊겼다.


윤기는 키스가 끝나자 지민이 입고 있던 샤워가운을 쇄골이 보일 정도로 내리며 천천히 침대 위로 눕혔다.


그리곤 치아를 쇄골에 박아넣고서는 세게 빨아들이며 붉은 꽃을 피웠다.


“으읏, 아파요-”


지민의 아프다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쇄골 위, 목덜미, 귀 바로 아래까지 살들을 빨아 당기고 이로 살짝씩 깨물며 붉은 꽃을 여러차례 피워냈다.


“예쁘다”


윤기는 자신이 새긴 키스마크를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리곤 곧바로 지민의 샤워가운 끈을 잡아당겨 샤워가운을 완전히 풀어헤치며 보이는 지민의 모습에 살풋 웃은 윤기는 말했다.


“속옷 안 입고 있었네? 기대했어?”


윤기의 말에 지민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려 윤기의 시선을 피했고, 이내 지민의 볼이 빨개졌다.


“귀엽네 지민이-.”


윤기는 한마디의 말을 하고서는 아래로 내려가 지민의 것을 물었다.


“아아- 윤기형 안 돼요!! 흐읏,”


윤기의 행동에 놀란 지민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윤기는 지민의 기둥을 핥고, 혀 끝을 세워 갈라진 틈 사이에 넣어 혀를 움직이며 손으로는 고환을 만졌다.


“흐으.. 하으, 윽, 흣!”


윤기의 수준급 펠라로 지민의 페니스는 빠르게 발기했고 지민은 금새 사정감을 느꼈다.


“윤기형 저 갈 것 같아요 빨리 빼요, 하윽!”


결국 지민은 크게 신음을 뱉으며 윤기의 입안에 사정했고, 윤기는 지민의 사정액을 손에 뱉고서는 지민의 뒤에 치덕치덕 바르기 시작했다.


“안한지 조금 된것 같아서 풀어줄게 지민아”


그리곤 지민의 두 다리를 잡곤 자신의 어깨에 올려두고서 지민의 애널에 검지손가락을 조심스래 집어넣었다.


“아윽-.”


아직 손가락을 하나밖에 넣지않고, 정액을 윤활제 대용으로 사용했지만 그럼에도 아팠는지 지민의 입에서는 아픈 듯한 신음소리가 나왔다.


손가락 한 개로 우선 움직인 후 한개의 손가락이 더 들어갈 만큼 애널이 풀어지자 한 손가락을 더 집어넣고 아까보다는 더욱더 빠르게 두 손가락을 움직였다.


“하아앙, 흐응, 응!”


핑거링으로도 신음이 불붙터지듯 나오자 윤기는 지민의 귀에 작게 소곤대었다.


“핑거링만으로 신음 터지는거야, 지민아? 그럼 나중에 내꺼 들어갔을땐 어떡하려고?”


“아, 흐으응! 몰,라”


윤기는 한 손가락을 더 넣어, 총 세손가락으로 지민의 뒤를 빠르게 쑤시고는 손가락을 뺐다.


그리곤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두었던 지민의 두 다리를 잡고는 어깨에서 내리고서 엉덩이를 높게 들어올려 애널이 자신에게 잘 보이는 자세를 만들었다.


“으흐.. 형 뭐할려고오..”


아- 이렇게 하려고


윤기는 지민의 애널에 입을 다져다 대 빨기 시작했다.


“혀엉- 거기 더러워..! 빨리 입 떼요..!”


지민이 윤기의 행동을 말리려 하자 오히려 그럴수록 윤기는 지민의 애널을 더 적극적으로 혀를 움직이며 핥고 빨았다.


“흐.. 제발.. 그만 빨아요.. 더럽다니까..”


“괜찮아. 안 더러우니까 걱정마”


윤기는 혀를 세워 핥다가 멈추고 애널에서 입을 떼 말했다.


“지민아 이제 넣을건데 지민이가 올라가봐”


윤기가 원하는 자세는 선녀강림 자세였다. 선녀강림 자세는 지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체위이기도 했고, 깊게 들어와 항상 자지러지는 자세이기도 했기에 지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싫,어요.. 나 안할래..”


“지민아 싫어? 으음 그렇구나.. 근데 네 페니스에서 나오는 저건 뭐야?”


지민의 것에서는 이미 흥분하여 쿠퍼액이 줄줄 흘러나오는 중이었고 그걸 본 윤기는 지민에게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안달난 것 같은데 지민아? 네 것에서 진실을 말해주고 있잖아. 그래서 형이 어떻게 해줄까?”


지민 또한 애가 탄건 맞았다. 얼른 애무를 끝내고 넣어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 넣어.. 주세요..”


지민의 말에 살짝 웃고서는 능글맞게 말했다.


“근데 지민아, 형이 너무 힘들어서 움직일 수가 없네.. 그러니까 지민이가 올라가볼까?”


지민은 윤기의 말에 살짝 주춤했지만 어쩔수 없이 윤기의 배 위로 올라가 자신의 애널의 윤기의 것을 맞추고는 내려앉았다.


“아흑!”


다른때 보다 더 깊게 들어오는 윤기의 것에 자지러지며 신음을 크게 내질렀고, 그에 반응하는듯 윤기의 허리짓도 조금씩 빨라졌다.


살과살끼리 부딧쳐 나는 퍽퍽 소리가 더욱더 커졌고, 그의 비례하는 듯 지민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도 야릇했다.


“하응,히익- 응! 하앙! 으응! 혀엉, 히윽-!”


“후우.. 하.. 지민아 야해..”


“히끅- 혀아 나 갈 것 같 히끅- 하아..”


지민은 계속해서 달아오른 몸에 이기지 못하고 사정했다.


“지민아. 너 사정했다고 멈출 거라고 생각하지 마.”


“하아.. 그게 무슨, 말- 하아앙!”


윤기의 허리짓은 다시 시작되었고, 이번에는 집요하게 지민의 전립선을 중심으로 푹푹 쑤셔댔다.


“흣, 앗, 아흥! 응! 하읏! 읏, 하아.. 하아앗!”


계속해서 쳐올리자 지민의 페니스 에서는 정액이 아닌 무언가가 울컥 나왔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액체의 무언가가 나왔다.


이게 남자한테서도 가능하구나-


“지민아 시오후키 터졌다 흥분했어?”


윤기가 자신의 귀에 대고 하는 음담패설이 부끄러운 지민은 고개를 푹 숙이고 귀까지 빨개진채 있었고, 그 모습에 윤기의 아랫도리가 반응하여 제어를 못하고 잠시 시오후키에 멈추었던 허리짓을 다시 시작했다.


지민의 신음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그에 반응하듯 윤기 또한 계속해서 허리짓하며 위에서 애처롭게 흔들리는 지민을 바라보았다.


몇번 더 허리짓 하자 지민의 애널에서도 흰색의 무언가가 묻어나왔고, 또 흥분했을때 나오는 무언가가 나왔다고 생각하니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 볼이 다시 붉어졌다.


“지민아 이번에는 크림파이야? 내가 잘 박아올린거야 아니면 지민이가 잘 느끼도록 위에서 움직인거야?”


응?


윤기는 끝까지 음패를 날리며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이, 제 그만 해요, 하앙, 형 한번 갔잖아요, 응! 나,도 아까 시오후키 터,졌으니까 제,발 하윽!”


지민의 말에 잠시 허리짓을 멈추고는 정색하며 말했다.


“지민아 너 간호사 공부할때 남성이 한번의 사정을 할때 정액 얼마나 나온다고 배웠어?”


응?


난데없는 질문이었지만 지민은 헐떡이는 몸으로 꾸역꾸역 대답했다.


“하윽, 0.4에서 0.5ml”


윤기는 멈추었던 허리짓을 시작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임신 가능성은?”


“남성의,  체내 하응! 사정경우 응! 거의, 희.. 하으응! 박”


계속해서 흔들리는 몸으로 간신히 대답했고, 지민의 대답에 씨익 웃은 윤기는 지민에게 말했다.


“남성의 체내 사,정은, 임신 확률 희박하다고, 너 입,으로  얘기,했지? 이 정도로는, 임신, 안 돼,”


윤기가 말을 끝내고는 숨 쉴 틈도 없이 퍽퍽 쳐올렸고, 지민의 몸은정처없이 계속흔들렸다.


“윤, 기 형 이제 하아앙! 흐응, 아앙! 하앙!”


“응, 왜, 얘기, 해”


“이제 하읏 앙,앙, 하아앙! 흣, 응! 응! 그, 만.. 나, 힘, 들어요. 펠, 라, 펠,라 해줄게요.. 그만, 그만해요”


지민이 펠라를 해준다는 말에 윤기는 한번 더 체내 사정 후 지민의 에널에 넣었던 페니스를 빼 지민은 자신의 위에서 내려준 후 침대에 앉았다.


지민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윤기의 앞으로 갔고 고개를 숙여 윤기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츄릅, 츕, 츕”


지민의 펠라 또한 수준급이었다. 윤기가 펠라를 하면 자지러지는 곳을 집중적으로 혀를 굴리고, 입 안을 조여가며 사정을 하도록 유도하였고, 그런 모습이 더욱더 윤기의 성적 흥분은 돋구어 냈고, 급하게 지민의 입에서 윤기의 페니스를 빼 애널에 박아넣었다.


“미안, 지민아, 너가 너무, 꼴, 하아.. 려서..”


“아흑- 형, 나 힘들어요! 하응! 이, 제 그만..”


울컥-


지민의 것에서 한번더 울컥 하고 정액이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기도 지민의 안에 사정하고 자신의 것을 뺐다.


총 3번의 사정 후 모든 행위는 끝이 났고, 둘은 많이 피곤했는지 깊은 잠에 빠졌다.


그로부터 2주라는 시간이 흘렀고 병원은 눈코 뜰  없이 바빴다.


계속해서 병원 진료를 보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고, 지민은 윤기와 함께 대학병원 안에 있는 구내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지민아 오늘 너 좋아하는 음식 많이 나왔다”


“응 그러게요!”


지민은 배식대로 가 집게를 들어 자신의 식판에 좋아하는 음식들을 담기 시작했다.


“형 대박! 치킨! 오늘 메뉴 진짜 짱이다!”


지민은 눈에 보이는 메뉴들에 감탄하며 마지막으로 먹고싶은 밑반찬과 후식까지 챙기고는 식탁이 있는 곳에 윤기와 마주보며 앉았다.


“지민아 많이 먹어”


“응. 잘먹겠습니다”


우웁-


지민이 젓가락을 들어 치킨을 입에 가져다 대자 전에는 나지 않았던 닭 비린내가 맡아지며 왠지 모를 울렁거림에 헛구역질을 했다.


“괜찮아?”


지민의 난데없는 구역질에 놀란 윤기가 지민을 바라보았다.


“으으응- 괜찮아요 속이 조금 안좋았나 보다.. 치킨 먹지말고 그냥 콩나물국에 밥 먹을게요”


지민은 놀란 윤기를 안심시키고서는 젓가락으로 집고있던 치킨을 내려놓은 후 숟가락을 들어 콩나물 국을 떴고 입에 갖다 대자마자 몸이 음식을 거부하는 듯 다시 한번 구역질을 했다.


우욱-


계속되는 구역질에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민을 바라보던 윤기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고 지민의 손을 덥석 잡았다.


“지민아 우리 관계 가진지 얼마나 됐지?”


“2주 됐어요”


“지민아 너 전정국한테 진찰 받아야 할 것 같다. 지금 걔 진료실에 있을테니까 올라가 보자”


“에? 형 정국이 산부인과 담당인데 제가 왜 가요. 갈려면 남준이 형한테 가야죠”


“너 임신한것 같아. 증상으로는. 일단 자세한건 검사 해봐야 하니까 올라가보자”


윤기는 두개의 식판을 들어 모두 퇴출구에 놓고서는 지민의 손을 잡고 구내식당을 나가 그 앞에 있던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몇분 후에 엘리베이터가 지민과 윤기가 있는 층에 내려오고 문이 열리자 그 안으로 들어간 윤기는 산부인과가 있는 층수의 버튼을 눌러 그 곳으로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형.. 임신 아닐거야 그냥 속이 조금 안좋아서 그래”


“자세한건 검사 받아봐야 안다니까? 일단 검사 받고 얘기해”


“.. 알았어”


짧게 대화가 끝나자 곧이어 5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곧바로 데스크 앞으로 걸어가 그 곳의 간호사인 태형을 불렀다.


“야 김태형”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을 태형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에는 윤기와, 지민이 서있었다.


“왜요”


윤기는 태형이 자신의 쪽을 보자 태형이 앉아있는 데스크 쪽으로 걸어갔다.


“박지민 접수 달아놔, 생년월일은 알지?”


“알죠 1995년 10월 13일 맞죠?”


“어”


“이 쪽으로 온 건 무슨 좋은 일이 생겼나봐~?”


“뭐.. 그럴수도 있지”


“접수 넣어놨으니까 잠시만 기다려요”


윤기는 태형의 말에 짧게 ‘어’ 라고 대답하고서는 데스크에서 지민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만 기다리래”


“응..”


“쇼파에 앉아있어”


지민은 윤기의 말에 따라 바로 앞에 있던 쇼파에 앉았고, 윤기는 지민의 앞에 팔짱을 낀채로 서있었다.


“지민아!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


잠시후, 태형이 지민을 불렀고, 지민은 쇼파에서 일어나 윤기와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 안에는 모니터 화면을 보고있는 정국이 있었고, 지민이 들어오자 자연스레 지민의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지민이 형 여기서 보는건 오랜만이네요. 윤기형도. 그래서 어디가 불편해서 왔어요?”


“형.. 제가 설명해요?”


지민은 윤기를 쳐다보았고, 윤기는 자신은 쳐다보는 지민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밥 먹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던 음식도 입에 가져다 대자마자 구역질나고, 속도 계속 안좋아서 혹시 임신이 아닌가 의심이 돼서 왔어”


지민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들은 정국이 지민에게 몇가지 질문들을 했다.


“그 구역질 하는 거 말고도 감기기운 비슷하게 있었어요?”


“응.. 있었어..”


“혹시 최근에 약 같은거 먹은적 있어요?”


“음.. 최근에는 없어”


“이 증상들이 나타난지 얼마나 됐어요?”


“구역질은 오늘 처음 나타났고, 감기 기운 비슷하게 있었던건 3일 전..”


“일단 형이 말하는 증상들로 볼때 임신이 맞는 거 같은데. 자세한 진단은 검사를 해봐야 아는 거니까 검사실에서 초음파 검사 한번 해볼게요.”


밖에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요.


지민은 정국의 말이 끝나자 윤기와 함께 진료실을 나갔고, 
방금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았다.


“후.. 뭔가 떨린다..”


“괜찮아”


윤기가 지민의 손을 꼭 잡아주자 태형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지민은 윤기를 보고 살짝 웃었고, 태형을 따라 검사실에 들어갔고, 윤기도 뒤따라 들어갔다.


“저기 탈의실 들어가서 바지랑 속옷 벗고, 안에 있는 치마 입고 나와”


“응”


지민은 탈의실에 들어갔고, 윤기는 탈의실 앞에 서있었다.


“후우-.”


탈의실에서 하의를 모두 벗고 탈의실에 배치되어있던 치마를 입은 후 심호흡을 한번 하고서는 탈의실을 나왔다.


“지민아 저기 있는 의자에 가서 다리 올리고 앉아있으면 돼”


“으응..”


지민은 태형이 가리키는 의자에 다리를 각각 올리고 조심스레 앉았고, 지민의 머리맡쪽으로 윤기가 왔다. 그리고, 정국이 진료실 안으로 들어왔다.


“지민이형, 이제 검사 할게요. 형은 옆에있는 모니터 보면 되요”


검사를 시작한다는 말에 지민은 급하게 윤기의 손을 찾았고, 윤기는 지민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괜찮아, 지민아. 형 여기있어”


지민은 윤기의 손을 꽉 잡았다.


정국은 지민이 앉아있는 의자 아래에 앉았고 라텍스 장갑을 꺼내 손에 끼웠다. 그리고 정국의 옆에 서있었던 태형이 지민의 바로 앞에있던 커튼을 쳐 검사 장면들이 보이지 않게 했다.


정국은 지민이 입고있던 치마를 들춰 지민의 애널이 보이게끔 했고, 옆에있던 젤을 열어 손에 짜고는 지민의 애널에 발랐다.


“태형이형 기구 가져다주세요.”


정국의 말에 태형이 옆에있던 기구를 정국의 손에 쥐어주었다.


“형 기구 넣을게요”


정국의 넣는다는 말에 지민은 윤기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정국은 기구를 지민의 애널에 맞추고는 그 안으로 넣었다.


“으흑-!”


기구가 들어가는 생소한 느낌에 자연스래 지민의 입에서는 아픈듯한 신음소리가 나오고, 눈에서는 긴장했는지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민아 괜찮아. 기구 다 들어갔어.”


윤기는 그런 지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다독이기바빴다.


“음.. 지민이 형 임신 축하해요. 2주 됐네요.”


정국의 말에 놀란 지민과 윤기가 정국을 놀란눈으로 쳐다보았다.


“형들 날 보지 말고요 모니터를 봐요”


여기 검정색 작은 점 보여요? 저기 점이 애기에요-


지민은 정국이 말하는 작은 점을 유심히 보았고, 윤기또한 계속해서 뚫어져라 그 곳을 쳐다보았다.


“일단 착상은 안전한 곳에 됐는데 아무래도 초기이기도 하고, 애널에 착상이 된거니까 유산 가능성이 다른 분들보다 높아요. 그러니까 몸 조심해야하고, 이제부터 입덧이 많아질거에요. 그래도 먹을거 다 챙겨먹고, 윤기형이 지민이 형 먹고싶다는거 다 사줘야 하고요.”


초음파 사진 뽑아줄테니까 그거 받아가고 2주 뒤에 다시 검사받으러와요-


정국은 검사가 끝나자 장갑을 벗고서는 검사실을 나섰고, 태형은 검사를 하기위해 조정했던 의자를 원래대로 돌려놓고선 커튼을 다시 젖히고 지민에게 말했다.


“이제 일어나도 되고, 옷 갈아입고 데스크로 나와”


그리곤 태형도 정국을 뒤따라 나왔다.


정국과 태형이 나가자 검사실 안에는 지민과, 윤기. 둘만이 남아있었다.


“형.. 나 임신이래요..”


“응.. 지민아 임신이래..”


“형.. 우리 둘 사이에 새 생명이 생겼대요..”


지민과 윤기는 한참동안 가만히 있었고,


“형 일단 나 바지 갈아입고 올게요..”


잠시 자신이 검사를 위해 치마를 입고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지민이 바지로 갈아입기 위해 일어나며 윤기에게 말을 하자 둘 사이의 길었던 침묵이 끊겼다.


“응 갈아입고 와”


“네- 금방 갈아입고 올게요”


지민은 탈의실로 들어가 치마를 벗고 입고 왔던 간호사복으로 갈아입고서는 검사실을 나와 데스크로 걸어갔다.


“자 여기-.”


태형은 데스크 앞에 서있던 지민에게 초음파 사진을 건네주었다.


“축하해 임신한 거. 밥 잘 챙겨먹고 2주 뒤에 보자”


“응”


지민은 태형의 말을 듣고선 초음파 사진을 받아들고 윤기와 함께 산부인과를 나왔다.


“지민아 오늘은 그냥 조기퇴근 할까?”


“으응.. 그래도..”


“그게 싫으면 한번 말 해보고 와. 임신했다고”


“그럴까요..?”


“너 편한대로 해. 난 너 퇴근하면 같이 퇴근할거고 안하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 거니까”


“끄응.. 알았어요. 말하고 올게요. 그러니까 밖에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요.”


“응. 다녀와”


지민은 윤기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서는 엘리베인터를 잡아 곧바로 소아병동으로 올라갔고, 빠르게 소아병동 데스크 앞으로 향했다.


“하연쌤!”


“지민쌤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점심 먹고 오는거 아니었어요?”


“아.. 저 그게요..”


이거-


지민은 아까 태형에게 받은 초음파 사진을 하연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하연은 그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이내 깜짝 놀라며 옆에서 업무를 보고있던 지혜를 불렀다.


“지혜쌤! 이거 봐요!”


“네? 뭔데요?”


지혜는 하연이 보여주는 사진을 보았고 하연과 똑같이 놀라며 물었다.


“지민쌤 이거 지민쌤 거에요? 쌤 임신 하셨어요?!”


“아.. 네.. 임신 2주차래요.. 하하..”


지민은 멋쩍은듯이 둘에게 웃어보였다.


“대박대박!! 완전 축하드려요 쌤!”


“저.. 그래서 그런데.. 혹시 조기퇴근 가능할까요..?”


“조기퇴근 당연히 하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임신 2주차니까 몸 조심하셔야죠!”


“임신하셨으니까 아예 안 나와도 되지 않아요?”


“아.. 안 나오는건 조금 그렇구.. 오늘만 먼저 조기퇴근 할게요..”


“네네 그러세요. 그럼 제가 말씀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지민은 챙겨온 짐들을 챙기고, 지혜와 하연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타 윤기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형 다녀 왔어요”


“응 조기퇴근 하라고 하지?”


“네..”


“큭- 그래. 차 타고 얼른 집 가자. 뭐 먹고싶은거 있어?”


“나.. 딸기.. 딸기 먹고싶어요”


“딸기? 알았어 금방 마트들렸다 딸기 사고 가자”


“응…”


지민과 윤기는 함께 차를 탔다.


차 안에서는 윤기가 무언가 물어보면 대답만 짧게 할뿐 지민이 먼저 얘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지민은 어딘가 착잡한 감정이 있는지 계속해서 창 밖 풍경들을 응시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


어느새 차를 달리다 보니 마트에 금방 도착해있었다.


“지민아, 마트 다 왔어.”


“아.. 네..”


“내가 금방 사고올까? 여기서 기다리고있을래?”


“아니요.. 같이 올라가요..”


“응 그래”


윤기는 차 문을 열어 차 밖으로 나왔고, 지민도 따라 나왔다.


“지민아 갈까?”


“응..”


윤기가 지민의 쪽으로 손을 뻤었지만, 지민은 못본것인지 그냥 지나쳐갔다.

흠..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마트로 들어갔고, 곧바로 과일이 있는 식품코너로 걸어갔다.


“오 다행이다 딸기있네! 2월이라 없을것 같았는데”


지민아 이거 2팩 사면 될까? 2팩 너무 적은가?


“아.. 응..”


지민은 계속해서 허공을 응시하고있다 윤기가 자신에게 말을걸자 그제서야 허공을 응시하던것을 멈추고 말했다.


“형.. 근데.. 너무 비싸다.. 형 그냥 딸기 사지말고 싼거 사요..”


“너 먹고싶다며. 이제 입덧하면 아무것도 못먹을텐데 먹고싶은거라도 먹어야지”


윤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끌고온 카트에 딸기를 2팩 담았다.


“이거 말고 다른건?”


“없어..”


“지민아 너 속 지금 안좋아?”


“으으응- 괜찮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호박도 몇개 사가자. 호박죽 해줄게”


“으응..”


이 정도면 되겠지?


윤기는 호박까지 카트에 담고 몇가지 음식 재료를 담은 후 계산대로 이동하여 물건들을 계산하고 마트를 나왔다.


“이제 집 가자.”


“응.. 그래요..”


윤기는 빠르게 뛰어가 구매한 물건들을 전부 트렁크에 실고서는 조수석 문을 열어 지민을 기다렸다.


지민은 또다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조수석 쪽으로 걸어갔고, 주변을 살피지 않고 걸어가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기둥에 머리를 부딪쳤다.


“아야..”


그에 놀란 윤기가 급하게 지민 쪽으로 뛰어갔다.


“지민아 괜찮아?”


“응.. 괜찮아요…”


“조심하지..”


“미안해요…”


“얼른 집 가서 쉬자 지민아.”


“응..”


윤기는 지민의 손을 꽉 잡고 차가 세워져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지민아 먼저 들어가”


지민은 조수석 안으로 들어가 앉았고, 윤기는 지민이 조수석에 다 앉은것을 확인하고서는 조수석 차문을 닫은후 그제서야 자신도 차 안으로 들어갔다.


“지민아 안전벨트 메자”


지민아-!


아! 네..


지민은 급하게 안전벨트를 멨고, 윤기또한 안전밸트를 메고 차에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시켰다.


차에서도 지민은 아까와 같이 창밖을 보며 멍때리고, 한숨을 계속해서 쉬었다. 


윤기는 그런 지민을 보며 더욱더 빠르게 집으로 가기위해 아까보다 속력을 조금 더 높여 달렸다.


다행이 3시 정도였기때문에 차가 막히지 않아 빠르게 집에 도착했다.


“지민아 집 다 왔다. 이제 내리자”


“우응..”


둘은 빠르게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잡았고 곧바로 문이열린 엘리베이터에 빠르게 타고서는 6층을 눌러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삐빅- 문이 열렸습니다


“지민아 먼저 들어가”


“응..”


지민 먼저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갔고, 윤기도 지민을 따라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딸기 지금 씻어줄까?”


“으응- 아니요.. 냉장고에다가 둬요 내가 알아서 씻어먹을게”


지민아-


“네”


“여기 잠깐 앉아봐”


지민은 윤기의 말에 식탁의자에 앉았다.


“왜요?”


“박지민, 너 아까 병원 나올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상해. 얘기도 안하고, 대답만 겨우하고, 멍때리고, 한숨 쉬고.”


눈치가 누구보다 빠른 윤기는 오늘 지민의 상태가 다른날보다 다르다는 것을 아까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다. 윤기가 본 지민은 어딘가 불안해보였고, 걱정이 많아 보였다.


“어딘가 불안한게 있어? 아님 뭐가 많이 걱정돼?”


윤기는 지민의 눈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물었다.


“형.. 나 지금 조금 무서워요.. 아기 생긴거 나 되게 기쁜데.. 아기한테 내가 좋은 부모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것 같고..”


지민의 눈에는 억눌렸던 눈물들이 점점 고였고 어느새 지민의 볼을 타고 흘렀다.


지민이 눈물을 보이자 윤기는 아무말없이 의자에서 일어나 지민을 꼬옥 안아주었다.


“흐끅, 나, 무서워요.. 좋은데, 끅-, 기쁜데..”


“으응 그랬구나.. 지민이 많이 무서웠구나.. 지민아 너가 아까 좋은 부모가 되어주지 못할것 같다고 했지? 근데 아니야. 너는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해. 
병원에서 지아 돌보고 달래는 것도 그렇고 지아 뿐만 아니라 우리 병동으로 오는 모든 아이들을 웃게 해주잖아. 그것만으로 지민이가 얼마나 아이들을 잘 챙겨주고, 또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지민이가 좋은 부모가 안 될 수가 있겠어”


“히끅- 그,래요?”


“응. 지민아 걱정되면 나도 있어. 나한테 기대줘. 물론 나도 좋은 부모가 뭔지 잘 몰라. 어떻게 해야 좋은 부모가 될지, 어떻게 해야 내가 아이한테 좋은 아빠로 남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만은 알아. 우리는 아기를 ‘혼자’ 키우는게 아니야 ‘함께’ 키워나가는 거야. 그러니까 함께 아기를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함께 사랑을 준다면 분명 좋은 부모가 되어줄 수 있어.”


“끅- 끅- 형, 흡, 고마워,요”


윤기는 지민이 진정될 때 까지 머리와 등을 쓸어내려주었다.


“이제 다 울었어?”


지민이 작게 끄덕이고는 운게 부끄러운 건지 얼굴이 빨개진채 있었다.


“으구.. 그래서 불안한거랑 걱정거리는 사라졌어?”


“응! 사라졌어요”


“다행이네”


윤기는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 형 우리 애기 태명 뭐할까요?”


“태명? 뭐 하고싶은 이름 있어?”


“음.. 나 설탕이!”


“설탕이 예쁘네!”


“응응!”


“우리 설탕이 예쁘게 잘 자라야돼”


윤기는 말을 하며 지민의 배를 쓰다듬어주었다.


“지민아 배 안고파?”


“아.. 점심 못먹고 그냥 나왔지.. 배는 별로 안고픈데 딸기는 먹고싶어요”


“프흐- 귀엽다 귀여워. 금방 딸기 씻어줄게 조금만 기다려”


“넹”


아 형!


“응?”


쪽-


지민은 윤기의 볼에 쪽- 소리를 내며 뽀뽀를 했다.


“사랑해요 자기”


“나도 사랑해요 지민아.”


그렇게 지민과 윤기는 딸기를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고, 식탁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웃는소리,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오갔고, 사랑을 증명하는 듯한 둘의 입맞추는 소리, 키스소리가 우리의 귀를 간지럽게 했다. 이게 이 둘만의 사랑하는 방식이다.

 


—-

 


“음.. 성별 안 말해주고싶은데 민윤기 이 형이 알아서”


“말 안해도 보여.”


“그래서 설탕이 성별이 뭔데”


“여자아기-.”


“아 민윤기..”


“오오 의사남편 있어서 좋네”


여자아기 이쁘겠다-


“응 예쁘겠다 우리 설탕이”


윤기가 지민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주며 웃어보였다.


“네네. 설탕이 잘 크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구요. 이제부터는 슬슬 가슴 마사지를 해줘야해요.”


“으응.. 그렇구나”


“가슴 가만히 놔두면 아파지니까 꼭 재때재때 마사지 해줘야 해요!”


“알았다”


“초음파 사진 받아가고, 2주 뒤에 봐요”


“윤기형 나 먼저 간호사실 갈게요! 퇴근할 때 봐요”


“응. 조심해서 가고”


지민은 초음파 검사가 끝나자 곧바로 초음파 사진을 받아들고 간호사실로 갔다.


“아! 지민쌤 검사 받고 오셨어요?”


“네”


검사를 받고 온 지민에 반갑게 맞아주는 지혜였다.


“하연쌤은 아직 안오셨네요?”


“네- 조금 늦을것 같데요”


“저 그럼 옷 갈아입고 올게요”


“네에-.”


지민은 탈의실에 들어가 옷을 벗고, 간호사 복을 입고 나왔다.


“아.. 배가 나와서 옷이 배에 눌려요..”


그 말에 지민을 쳐다본 지혜는 놀라 급하게 지민에게 말했다.


“쌤 안돼요! 저 임신했을때 입었던 간호사복 있는데 그거 드릴게요!”


지혜는 여자 탈의실로 들어가 개인 사물함을 열어 옷을 꺼내어 지민에게 건내주었다.


“그걸로 갈아입고 와요”


“고마워요 지혜쌤”


지민은 지혜에게 고맙다고 말을 하고서는 자신의 옷을 벗고, 지혜가 건네준 옷으로 갈아입고 탈의실을 나왔다.


“다행이 맞네요..”


“네.. 이거 되게 크네요..”


“살때 무조건 큰거 사라고 남편이 신신당부 해서 xxl 사이즈로 샀거든요.”


“그러시구나..”


“이제 지민쌤 임신 5개월이시죠?”


“네!”


“아기 성별은 뭐에요?”


“아- 예쁜 여자아기에요”


지민이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쌤 애기 얘기 하실때마다 웃는거 보기 되게 좋아요.”


“흐흫 고마워요-.”


“뭐 궁금한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임신에 관해서는 제가 선배니까요.”


아- 그리고 임신 5개월 정도에는 성관계 가능해요. 


지혜의 마지막 말에 지민은 얼굴이 빨개지며 지혜에게 멋쩍은듯이 뒷머리를 쓸며 말했다.


“아.. 그렇군요.. 하하”


그 때 하연이 간호사실에 도착했다.


“늦어서 미안해요 쌤..”


“쌤 왤케 늦게왔어여!”


“미안해요 차가 많이 밀려서”


“옷 빨리 갈아입고 나와요”


“네에-.”


그렇게 하연이 오므로서 소아병동에서의 지민의 하루가 시작되었고, 바쁘게 환자들을 돌보며 빠르게 반나절이라는 시간은 흘렀다.


“아— 흐 피곤하다”


“지민이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형두요..”


지민과 윤기는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향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배가 고팠던 나머지 밥 까지 해치우고나서야 여유롭게 윤기와 얘기할 시간이 다가왔다.


“지민아 혹시 씻었어?”


“응! 나는 병원 샤워시설에서 미리 씻고왔어요”


“그럼 지금 가슴마사지 해줄까?”


“응- 아까부터 아팠는데”


“알았어. 금방 로션 가지고올게”


“넹”


윤기는 화장대로 향해 튼살 방지용 크림과 바디크림을 가지고 와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지민아 누워봐봐”


“응”


지민은 배가 눌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 위에 누웠다.


“지민아 윗옷 조금만 올릴게”


“응.. 그래요..”


윤기는 지민의 허락이 떨어지지 티셔츠 윗 부분을 잡고 가슴께가 보일정도 까지 올렸다. 그리곤 곧바로 손에 바디로션을 짜서 조금 풀고서는 지민의 가슴을 부드럽게 그려쥐며 마사지했다.


“지민아 아프면 말해”


“읏, 네”


윤기는 지민의 가슴을 주무르며 뭉쳐있는 가슴 근육들을 부드럽게 풀었다.


“응, 응, 아앗!”


조금 아픈지 지민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간간히 나왔고, 고스란히 윤기의 귀에 들어갔다.


“쉬이쉬이.. 괜찮아 지민아 이거만 풀면 안아파”


아파하는 지민을 달래며 뭉친 가슴근육을 최대한 아프지 않을 정도로 눌러가며 마사지 했고, 어느정도 풀린느낌이 들자 가슴 마사지를 멈췄다.


“지민아 가슴 마사지 끝났다. 이제 튼살크림 배에 발라줄게”


윤기는 바디크림 옆에 두었던 튼살크림을 잡고 열어서 크림을 조금 짠 후 곧바로 지민의 배에 발랐다.


“지민이 배 많이 나왔다. 예쁘다 지민아”


“튼살크림 발라주는 미늉기도 잘생겼다! 내 남편이어서 그런가?”


지민의 말에 기분이 좋은듯 윤기는 활짝 웃었고, 그에 지민도 기분이 좋은듯 따라 웃었다.


“흐흫 형 사랑해요”


“응 나도 사랑해”


둘은 서로 입을 맞췄고, 곧이어 서로의 혀가 섞이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의 하루의 끝은 몸으로의 사랑을 나누며 그렇게 무르익어갔다.

 


—-

 


“지민쌤! 이제 곧 출산이시죠? 수술일은 언제에요?”


“12월 25일 수술이에요”


“진짜 얼마 안남았네요?! 그 때 일 하실수 있으세요?”


“아 안그래도 23일이나 24일 쯤에 입원하기로 했어요. 아마 그때는 쌤이랑 지혜쌤이 조금 수고해주셔야 할거에요”


“당연히 그래야죠!”


“감사합니다-.”


“어! 저 교대 할 시간 다됬네요.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 지민쌤 내일뵈요”


“네- 안녕히가세요”


벌써 입원까지 3일밖에 안남았네.. 뭔가 싱숭생숭하다..
설탕아 이제 아빠 만날수 있겠네?


지민은 머릿속에 계속해서 상상돼는 설탕이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지민쌤- 지아 이제 곧 수술 들어간대요”


아 네-


지민은 멀리서 들려오는 지혜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지아를 보기위해 지아가 있는 병실로 이동했다.


“지밍이 삼촌-!”


“응 지아야”


오랜만에 본 지아의 모습에 지민은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우와 삼촌 배 많이 나왔다- 이제 아기 나아여?”


“응! 이제 애기 낳을거야”


“우와- 삼촌 애기 나으면 지아 먼저 보여줘요! 알겠져?”


“응 지아 먼저 보여줄게”


지아 이제 수술실로 이동할게요-


“지아야 이제 수술실 들어가네? 지아 무서워요?”


“으으응 아니! 하나두 안무서워!”


“다행이다.. 지아 수술실 들어가기 전까지 지아 옆에서 손 꼭잡고 있을게요”


“응!”


지아는 지민을 향해 해맑게 웃어보이며 지민에게 손을 뻤었고, 지민은 작고 고사리 같은 지아의 손을 놓치고 싶지 않은지 더욱더 꼬옥 잡았다.


“지아 수술 잘 받고 와요”


빠빠이-


“응”


빠이빠이-


지민은 수술실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까지 지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었고, 지아가 수술실에 들어가자 잠시 숨을 고르고는 그 곳을 나왔다.


지아의 골수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복할때가 되자 어느새 지민의 입원 날짜가 다가왔고, 지민은 필요한 짐들을 모두챙겨 병원으로 오자마자 소아병동이 아닌 산부인과로 향했다.


“으응 지민아 309호 병실로 가면 돼”


“응 알겠어”


지민은 태형의 말에 곧장 산부인과 안쪽을 지나 309호로 향했다.


“아휴.. 그냥 6인실 해달라니까 기여코 1인실로 잡았네.”


작게 한숨을 쉬고서는 짐을 주변에 내려놓고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임산부복으로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얼마 되지않아 지민의 몸에 수액을 넣기 위해 태형이 지민의 병실로 왔다.


“따끔해”


“아으- 수액 오랜만에 맞으니까 적응안돼”


“그냥 내가 못 넣는거라고 해라”


“응 그래. 너 못 넣네”


“어휴- 하라고 진짜 하네”


“그러엄- 진짜 하지”


지민이 태형을 보고 청승맞게 웃었다.


“암튼 새벽 12시 수술이지?”


“응. 그렇대 정국이가”


“그래. 심심하면 불러라. 나 바쁠때 빼고”


“오키. 잘가라”


짧게 지민과의 얘기가 끝나고 할 일이 있었던 태형은 먼저 지민의 병실에서 나와 데스크로 향했다.


태형이 가자 할 일이 없어진 지민은 자신의 지갑에 넣어두었던 초음파 사진들을 꺼내어 보기 시작했다.


마음이 많이 싱숭생숭 하네. 이제 몇 시간 후면 만나는 구나 설탕아. 우리 설탕이는 누구를 닮았을까? 나일까? 아님 형? 흐흫 아빠가 빨리 보고싶다. 설탕아.


그렇게 밥을 먹고, 핸드폰을 보며 누워있고, 설탕이에게 하고싶은 말들을 생각해보고, 설탕이에게 하고싶은 말들을 담은 편지까지 쓰자 어느새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저녁 11시 42분이 되었다.


“휴.. 이제야 보러와서 미안해..”


“으응- 아니에요”


일이 오늘따라 많아 낮에는 환자만 돌보며 지민의 병실에 못들린 윤기가 잠시 시간이 나자 빠르게 지민을 보기위해 올라왔다.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네?”


“응! 진짜 얼마 안남았어요”


“떨려?”


“흐흥, 안 떨린다면 거짓말이겠죠?”


“잘 하고 와야해.. 지민아..”


“응! 자기 남편 씩씩하게 잘 하고 올게요”


지민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그때 윤기의 전화기에서 전화벨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 호출이네.. 계속 있어주고 싶었는데..”


“으응- 괜찮아요. 일 때문인데 어쩔수 없잖아요..”


“미안해.. 금방 끝내고 올게.”


“응 잘 다녀와요”


지민은 윤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 맞다! 그리고,


이거 내가 만든 인형이야. 설탕이 낳으면 주려고 했는데 이제 주게 되었네.. 이거 나라고 생각하고 잘 이겨내. 두렵거나 무서울 때 저게 도움될거야. 고맙고 사랑해 지민아.”


윤기는 지민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곧바로 병실을 나가 소아병동으로 향했고, 지민은 윤기가 준 인형을 손에 꼭 쥔채로 수술실로 옮겨졌다.


“지민이 형. 너무 걱정하지 마요. 설탕이 예쁘게 낳을 수 있어요. 마음 푹 놔요”


“응”


자 수술 들어갑니다- 메스


그렇게 12월 25일 12시 40분, 둘의 결실인 설탕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설탕이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그 날은 가장 행복한 날이 되었다.


이제 회복실로 이동할게요-


“지민이형 수고 많았어요”


“응.. 너도 안전하게 설탕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주어서 고마워”


“이제 푹 쉬어요.”


지민은 수술이 끝나자 곧바로 회복실로 옮겨졌다.


“지민아- 수고 많았어”


“응…”


“이제 쉬어라..”


지민을 병실로 옮기고서 태형또한 지민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지민을 쉬게 해주기 위해 곧바로 지민의 몸에 이불을 덮어주고는 병실을 나왔다.


어제 우리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설탕이 태어나서 묻히게 되었네.. 뭐 좋은건가.. 


지민은 창 밖에 보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트리 예쁘다. 진짜 크리스마스네”


“지민아-.”


낮익은 목소리, 윤기였다.


낮게 회복실에 울리는 목소리에 지민은 고개를 돌렸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윤기의 모습에 살풋 웃었다.


“흐흫- 네!”


지민은 해맑게 대답했다.


“나 너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어, 들어봐줄래?”

윤기가 지민에게 물었고, 지민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응. 해봐요”

윤기는 조심스레 넣었던 주머니 속 편지를 꺼내어 지민의 앞에서 한자한자 읽어나갔다.


“겨울이라는 차디찬 계절,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설렘의 날에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어 우리는 운명적으로 다음 해, 크리스마스라는 행복한 기념일에 사랑의 결실을 증명하는 소중한 생명이 태어났구나. 항상 따뜻하게 사랑할게, 지민아. 메리 크리스마스.”


윤기의 말을 들은 지민의 눈시울은 붉어져 갔고, 이내 고인 눈물은 지민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고,마워요.. 그리고.. 나도 이 말 하고싶었어요


언제나 나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늘 내 곁에 묵묵히 있어주어서 항상 고마웠어요.
이젠 내가 형의 남편으로서, 형이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당신 곁에 있기를 약속할게요.
헤아릴 수 없을만큼 사랑해요. 민윤기”

 

 

 


—-

 

 

 

 

 


“그 때 내가 조금 멋있기는 했지”


“그 때 결이 낳고서도 기뻤는데 형이 그렇게 고백해줘서 더 기뻤어요!”


“으구 그랬어요? 우리 지민이”


“이- 놀리지 마요~”


지민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아빠아아아- 지밍이, 융기 아빠—.”


그 때 멀리서 윤기와 지민의 사랑스러운 딸인 결이가 둘의 곁으로 뛰어왔다.


“우리 결이 왔어요?”


그에 지민은 달려오는 결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아빠 보고싶었어요?”


“응! 아빠 보고싶었어요”


“아빠도 결이 엄청 보고 싶었어요”


지민은 재잘재잘 자신에게 얘기하는 결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민결”


“응? 왜여 융기아빠?”


“아빠 사랑해?”


“우웅.. 아빠 사랑해! 융기아빠랑 지밍이아빠 둘다 사랑해! 맨날맨날 결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결이는 둘을 향해 웃어보이며 말했다.


“결이야.”


“결이야”


“사랑해-.”


“나도 사랑해여! 아빠!”

 


그 겨울 어느날, 우리 둘이 운명적으로 만나 만들어진 하나의 이야기는 그 누군가도 따라하지 못할, 그들만의 해피엔딩 스토리였다.

© 2018 by SUJIM Four Seasons, presented by @EPILOGUE_sj & @Love_maze_0309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