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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게

w. 하지

최연준X최수빈

w.하지

 

 -이상으로 뫄뫄 고등학교의 입학식을 모두 마치며, 본교의 입학생들께서는 각자의 반으로 이동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지루하던 입학식이 드디어 끝이 났다. 연준은 자신의 학교가 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돌아가신 제 엄마가 이 학교를 좋아하셨다고 하니 뭐 어쩌겠나. 입학식이 끝나고 연준은 학교 강당 한편에 세워놓았던 자신의 가방을 가지러 갔다. 그런데 가방을 확인해 보니 어라? 제 엄마의 유일한 유품인 가방 열쇠고리가 사라진 것이었다. 아무리 가방을 돌려가며 확인을 해 보아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연준은 자신의 친구인 영훈이에게 제 열쇠고리를 보지 못했냐며 물어보자 영훈은 저 키 큰 범생이 같은 애가 가져갔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연준은 그대로 그 길로 바로 수빈에게 직행했다. 

 


 "야, 내 열쇠고리 어딨어"
 "누구신데요?"
 "니가 내 열쇠고리 가져갔잖아"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열쇠고리 같은 거 가져간 적 없어요"
 "그럼 가방 안에 확인해보시든가"
 "아 그러면 확인해 보세요 제가 가져간 적 없다니까요"
 "그럼 이건 뭔데?"
 "어... 이게 뭐지"

 


 하지만 수빈의 예상과는 다르게 영훈이 말했던 대로 연준의 열쇠고리는 수빈의 가방에서 나왔고, 수빈은 엄청나게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왜냐하면, 정말로 수빈은 열쇠고리를 가져간 적이 없었으니까. 사실은 영훈이 가장 만만해 보이는 수빈을 골라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연준은 그대로 수빈의 손에서 열쇠고리를 확 낚아채고서는 자신의 반으로 씩씩대며 걸어갔다. 반에 도착하고 보니 수빈과 같은 반인 것이다. 

 

 

 


 "야 너 나랑 같은 반이야? 아 진짜"
 "내가 안 훔쳤다니까?"
 "아니 그러면 그게 왜 니 가방에서 나오냐고"

 

 

 


 얘네 또 이런다 아휴. 하지만 연준은 수빈이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하나하나씩 증거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근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그야 수빈은 열쇠고리를 훔쳐간 적이 없으니까 증거가 없겠지. 하지만 연준은 수빈이 가져갔다고 확신하고 있어서 왜 증거가 나오지 않는 것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급기야는 진짜로 수빈이가 가져가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보고 한동안 수빈에게 딴죽을 걸지도 않았다. 수빈은 연준이 갑자기 왜 저러지 하다 보니 심지어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연준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던 어느 날, 수빈은 왜 연준이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는 자신을 보고 진짜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연준이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수빈은 자신이 연준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한편 연준은 정말 그 열쇠고리를 수빈이 가져간 것이 맞을까 하며 다시 영훈이에게 물어보았다. 여름방학으로 달려가던 그 시점에 드디어 두 명 다 무엇인가를 알아차린 것이었다.

 


 "야 영훈아 니가 저번에 말했던 그 열쇠고리 가져간 범생이 있지."
 "엥? 누구 말하는 거야?"
 "아니 니가 입학식 날에 내 열쇠고리 가져갔다고 말해 준 애 있잖아, 기억 안 나?"
 "아 그거? 내가 ㅎ... 아니 어어 기억나"
 "니 뭐라고 했냐 방금?"
 "아니 내가 뭐라고 했는데?"
 "니가 했다며 그거 니가 훔쳐서 쟤 가방 안에 넣은 거야? 진짜 실망이다."
 "아니라니까 왜 계속 니 마음대로 생각해? 아니라고 씨발 진짜"
 "뭐 씨발? 그래 말 잘했다 너 앞으로 나한테 연락하거나 아는체할 생각 하지도 마"

 


 연준은 사실 수빈이가 훔쳐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 수빈에게 사과를 하려고 점심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찾아다녔지만, 수빈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수빈은 자신이 연준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 연준을 엄청나게 피해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잘 보일 리가 없었다. 그렇게 그 둘은 사과도 하지 못한 채 여름방학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근 며칠간 수빈을 계속 찾아다니던 연준은 자신이 수빈을 왜 이렇게 찾아다니나 생각을 곰곰이 해 보았다. 물론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해도 되는 일 아닌가. 그래서 방학식 날 연준은 수빈의 전화번호를 물어보려고 얼른 하교하려던 수빈의 팔을 붙잡았다. 

 


 "야 집에 가려면 전화번호 좀 가르쳐 주고 가."
 "내가? 왜? 너한테 내 번호를 가르쳐 줘...? 너 나 좋아해?"
 

 큰일 났다. 최수빈 이놈 오해를 제대로 해 버린 거 같다. 그런데 연준은 또 거기서 너 나 좋아하느냐는 말에 심장이 철렁한 것이다. 연준은 속으로 최연준 니가 드디어 미쳤구나. 같은 거 달린 애를 좋아한다고? 라고 생각했지만, 받아들이는 시간이 굉장히 빨랐다. 하지만 연준이는 자기 자존심이 구겨지는 건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해 하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 뭔 소리야. 열쇠고리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그냥 좀 주지?"
 "010-1205-0913, 저장해. 근데 열쇠고리 내가 안 훔쳤다고 했잖아."
 "아니 그니까 그거 때문이라고 사과한다고 내가!!!"
 "... 그냥 여기서 하지."
 "아니 얼굴 보고는 못 할 거 같다고, 그리고 내가 너한테 해온 게 있는데 좀... 그렇잖아."
 "상관없는데 그냥 내 번호가 가지고 싶었던 거 아니야?"
 "아나 그래 내가 니 좋아하는 거 같다고!!! 아 그냥 넘어가 주면 될 거 아니냐 진짜."
 "... 진심이야?"

 


 얼떨결에 연준은 수빈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치게 되었고, 수빈은 정말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다시 묻자 연준은 그저 눈만 흘겼다.

 


 "나도 너 좋아해."

 


 수빈이 결정적인 몇 단어를 내뱉었다. 연준은 진짜로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헛웃음만 나오는 경지에 이르렀다. 진짜로 이게 뭐지? 싶었다. 자신의 손에서 느껴지는 익숙하지만 낯선 감촉에 놀라며 고개를 내려 확인해 보자 수빈이 제 손을 꼭 쥐고 있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설레고 두근거린다고 해야 할까? 연준은 자신의 손을 잡은 수빈의 손에 다시 깍지를  끼며 학교를 유유히 벗어났다.

©2020 SJ GENRE COLLAB  by. @BISOU_sj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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