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의 장소
TAJ MAHAL | 인도 타지마할
एक गुप्त झील(밀회)
w. 박설화 (@cock_chi)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하늘 아래에서 하늘을 가득 채우는 흙먼지와 함께 지민은 길거리를 나뒹굴고 있다. 낮이면 자고 있는 들개들 옆에서 흙 놀이를 하는 체 하며 인산인해를 이루는 시장 안에서 사람들의 주머니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지갑을 떨어뜨리면 그 날 하루는 밥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떨어진 동전만 주워 다가 과일 하나만 사도 그 날 한 끼는 먹을 수 있어서 사람이 가득한 시장 가운데에서 하루 종일 버티고 있었다. 매일 자기자리라면서 비키라는 어른들의 텃세를 이기지 못 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녀서 힘들었다. 보통 평민계급인 '수드라' 라면 이 시간대에 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야 했다. 지금의 왕조인 샤자한이 수드라를 전부 자신의 아이를 낳다가 죽은 부인을 위해 수드라를 22년 동안 착취한 결과, 하루 종일 햇빛이 내리쬐는 아그라에서 타지마할 을 짓느라 농지들은 황폐해졌고 건물을 짓는 도중에 꼭대기에서 벽돌을 나르다가 떨어져서 죽은 지민의 형제들은 샤쟈한 아내의 무덤 근처의 흙으로 돌아 가버렸다. 샤자한은 마흔 살 먹은 아들에게 강제로 왕위를 빼앗기고 아내의 무덤 안에서 쓸쓸하게 죽었다. 아버지의 왕위를 빼앗은 아들, 아우랑제브는 왕좌에 앉았다.아직까지는 그가 왕좌에 앉은 지 15년 채도 지나지 않아 그가 누군지 잘 모르겠고 지민 혼자 살기 바빠서 왕족에 대해서 관심을 끊은 지 오래였다. 형제들이 떨어져 죽은 탓에 늙은 부모님은 황폐해진 농지를 보며 절망을 하며 땅을 경작하면서 지민을 보살피다가 병이 악화되자 갠지스강 바닥 아래로 도망쳐 버리듯이 사라졌다. 부모님과 형제들이 갑작스럽게 사라지자 매일 같이 찾아오는 바이샤의 등살에 어린 시절을 보냈었던 집을 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빈민촌으로 도망쳐버렸다. 인도에서 피라미드 두 번째 칸을 차지하는 기사계급인 '크샤트리아'들의 눈을 피해서 도망치기 위해서 모인 달동네에서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남고 있다. 그 곳은 길만 가도 행인의 주머니를 터는 동네 양아치들과 골목에서는 술병이 깨지는 소리, 담배연기가 자욱해서 그곳에 있기 싫어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시장에서 상인들의 물건과 가끔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 지갑을 떨어뜨리고 다니는 외국인들의 동전을 줍기 시작하면서 시장 바닥에 나앉기 시작했다. 차라리 시장에 나가서 어른들의 눈을 피해서 돈을 훔치는 게 훨씬 돈을 벌기 쉬웠다.
"नमस्ते"
안녕.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부잣집 도련님처럼 보이는 성인남성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지만 차마 깨끗한 그의 손을 만지는 못해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흑연처럼 새까만 눈에 내 초라한 모습이 눈에 비쳤다. 씻지 못해 얼굴에 묻은 먼지들, 감은 지 오래되어서 떡진 머리가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서 천으로 가릴 수 있는 대로 지민의 얼굴을 가렸지만 천도 색이 바래서 지민의 모습을 한결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의 사용인들은 나를 보며 더럽다면서 그를 막아 세웠다.
"그냥 안 씻은 거 뿐이잖아?"
그는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지민이랑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집 밖의 세상의 참혹함의 때가 묻지 않는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때 내가 길거리를 방황했었던 나이가 열다섯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우 순수했었다.
"우리 집에서 놀래?"
"위대하신 제사장의 후손이 평범한 수드라와 동등한 위치에서 놀 수 없어요."
"그럼 우리 집 사용인으로 내 옆에 있게 할 수 있잖아. 난 쟤 마음에 드는데 사용인으로 고용
하면 안 돼?"
"아무나 집에 들이면 안 됩니다. 저런 길바닥에서.."
"괜찮아! 수상한 짓 하면 내가 책임져줄게."
"......."
어떤 것이라도 꽂히면 포기하는 일이 없는 철없는 도련님의 행동에 질려버린 사용인들은 더이상 토를 달지 않고 그를 말리는 걸 그만뒀다. 어차피 사람을 고용하는 건 자기들의 영역 밖이여서 지민을 신경 쓰는 건 그만 두었다. 이런 더러운 시장바닥 아래에서 뒹굴면서 시간을 죽이는 거보다 차라리 부자 집 도련님 아래에서 일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용인들과 상의를 한 다음에 지민의 손을 잡고 지민을 바닥에서 하늘로 구원해줬다. 오래 동안 앉아있어서 다리가 꽤 저렸지만 한순간에 지민의 주변 환경이 나아진다는 생각에 다리에서 오는 통증을 참고 하얗고 깨끗한 그의 손에 이끌려서 얼떨결에 그의 집으로 가게 되는 마차에 타게 되었다. 속으로 전에 살았던 집보다 훨씬 좋다며 지껄이며 이름도 모르는 어린 고용인의 집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나는 그의 집에 들어서기 전부터 사용인들의 숙소 안에 있는 샤워실의 호스에서 나오는 물로 내 얼굴에 묻은 흙먼지들과 몸에 묻어있었던 흙들을 전부 떼어내느라 꽤 오래걸렸다. 시녀장이 작업복이라고 준 옷을 입고 샤워실을 밖을 나갔더니 도련님이 문 밖에 서있었다.
"씻고 나오니까 아까보다 더 마음에 들어! 아,맞다. 아까 정신없어서 내 이름을 못 알려줬네.
내 이름은 민윤기야. 넌?"
"박지민 입니다."
"지민이라고 불러도 되지?"
어린 윤기와 통성명을 하고 숙소에 있었던 사용인이 시녀장이 나를 부른다며 데려갔다. 길거리에서 굴러다니다가 왔다며 텃세를 부릴까봐 걱정이 되어서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친절하게 대해줬다.
"넌 도련님이 데려왔으니 곁을 지켜. 도련님보다 일찍 일어나서 물을 떠오고 몸시중을 들면 돼."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집애서 2시간정도 자고, 아침 일찍 나가서 근근히 잠을 자면서 버텨왔지만 이 곳에서는 4시간이나 잘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다. 게다가 제사장 집안 이여서 그런지 새하얀 타지마할의 지붕이 보일 정도의 거리에서 살아서 태양의 위치마다 다르게 보이는 성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악바르 대제는 자신의 어머니였던 부인의 묘를 관광지로 정하고 사업을 추진한 것 같다.윤기에게 들은 말로는 거대한 타지마할을 짓느라 초대 아크바르1세가 이끌었던 무굴제국의 전성기를 거의 무너뜨릴 정도의 예산을 써서 빈 국고를 채우기 위함이라고 들었다. 윤기 집안도 사업에 뛰어들었는지 하루 종일 손님이 안 오는 날이 없었다. 사용인들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 집안을 닦고 쓸었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넌 누구야? 길막지 말고 비켜."
갑작스럽게 내가 들어와도 동료들은 여유 부릴 틈도 없이 바빴다. 그들의 텃세에 두려워했었지만 대체로 집안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아무도 신경 쓰지 못했다. 바이샤들과 집안에 들어오는 노란머리의 색목인들과 이국적인 의복을 입고 들어오는 중국인들이 이 가문의 주인에게 금과 제사를 치르기 위해 제물로 바칠 양, 돼지를 들고 왔다.
"창고로 모셔라."
가끔 힌두교에 대해 잘 모르는 색목인들이 소를 제물로 바친다고 찾아온 적이 종종 있을 때마다 집안에서 뭇매를 맞는 소리가 트게 들렸다. 손님이 뭇매를 맞는 동안, 도련님과 방 안에서 다른 사용인 눈에 띄지 않게 숨을 죽여 웃었다. 나와 세 살 밖에 차이가 안 났지만 집 안에서는 첫 인상과 달리 꽤 어른스러웠고 아는 것이 많아 매일 글을 모르는 내게 글을 읽어줬고 지금 황제가 무슨 짓을 벌이는 지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줘서 그와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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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이 집에서 지낸 지 삼 년이 지났다. 지난 삼 년 동안, 윤기와 선조들이 되찾은 비단길을 지나 중국과 윤기가 가주의 신분으로 오스만 제국에 가서 물건을 소개해주면서 오랫동안 타지에 있으면서 윤기는 내게 의지를 많이 했었다. 외국에서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철이 없었던 어린 윤기는 사라지고 말 수가 사라진 윤기는 성인식을 맞이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내게 더 이상 황실의 정세 와 글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보며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 안에서 조용히 책만 읽었다. 윤기가 조용히 책을 읽을 때 마다 다른 방으로 청소를 하려고 문턱을 넘으려고 할 때 마다 나를 붙잡았다.
"가지마."
예전처럼 내 옷깃을 붙잡지 않았지만 그의 눈을 쳐다보면 열다섯의 어린 윤기가 다시 보였다. 어쩔 수 없이 그의 책상 옆에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아서 그가 책을 다 읽기를 기다리면서 창밖을 쳐다봤다. 여전히 타지마할은 아름다웠고 거리에는 상인들과 사람들이 북적였다. 해가 질 무렵, 타지마할을 감상하고 있을 때 즈음에 윤기는 내게 말을 걸었다.
"지민아, 나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지?"
".....예?"
"사실,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사용인들을 따로 불러서 말했는데 이제 나는 이 집에 없어."
"이제 제사장은 궁에서 거주하라는 대제의 명령 때문에 이제 너와 헤어져야해."
"아버지 잘 간병해주고, 잘 지내야해."
윤기는 더 이상 내게 말을 잇지 못 하고 그대로 내 손을 꾹 잡았다. 내 손에는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졌지만 곧 내 살에 스며들었다. 윤기의 흔들리는 모습을 보자 나도 가슴이 찢어지도록 쓰라렸다. 나도 그에게 정이 많이 든 것 같다. 그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목 놓아 울었다. 오랜만에 흐트러진 윤기의 모습을 보니 귀여웠지만 이런 그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는 나와 떨어지기 싫다며 나를 있는 힘껏 그의 품 안에 가둬놓았다. 더운 날씨에 남자 둘이서 한 침대에서 서로 엉겨 붙어서 자는 건 더 이상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그의 일정하게 뛰는 심장소리를 세면서 들으면서 잠이 들었다.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새벽부터 윤기의 성인식을 준비하느라 집 안은 분주했다. 자고 있었던 윤기를 일으켜 세워 집안사람들이 정원에 그의 성인식을 장식할 동안, 나는 윤기를 있는 힘껏 장식했다. 보석이 박혀 있는 의복, 중국에서 비싼 가격으로 수입한 비단과 공작새의 깃털로 장식항 새하얀 터번을 윤기의 머리위에 씌웠다. 그의 흑연처럼 새까만 머리칼과 새하얀 피부는 그를 돋보이게 해줬다. 역시, 다른 브라만 가문 여식들에게 인기가 있을 만 했다.
"난 종교와 결혼했다."
매일 다른 제사장 가문에게 혼사가 오가면 자신은 종교와 결혼했다며 모든 혼사를 거절했다. 설령, 그게 황실에 있는 제후들의 여식이라 할지라도..평소에 경전도 안 읽는 사람이 무슨 종교야.
꽃으로 수놓아진 마당에서 물을 떠놓고 전 제사장을 이어 제사를 잇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수많은 신의 동상들을 세워놓고 집에 찾아온 신도들이 보는 앞에서 제사를 치루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미 윤기는 수없이 후계자 수업을 받아 제사를 지내는 건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어서 걱정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성인식이 지나면 윤기의 호칭은 도련님 에서 '제사장' 으로 변경된다. 사뭇 진지하게 의식을 치루는 그의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했고 그와 떨어져야 하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 진다는 게 느껴졌다. 이미 별이 된 그의 늙은 유모가 봤었더라면 같이 울었을 텐데,
그의 성인식이 끝났다. 그의 성인식이 끝나자마자 나는 말없이 그를 보며 그의 짐을 챙겨줬다. 그가 어렸을 때 알려준 단어들을 조합하여 그에게 편지를 썼지만 삐뚤빼뚤해서 그가 알아볼지 모르겠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 방에서 시간을 보낼 때 방문턱을 넘기기 전에 점점 멀어져가는 등을 쳐다봤다. 윤기는 문턱을 넘기다 말고 내게 귓속말을 했다.
“아그라의 성물의 빛이 질 때에 만나.”
윤기는 내게 타지마할이 제일 어두울 때에 만나자는 말을 하고는 떠났다. 제일 어두울때는 새벽이다. 그가 매일 내게 말버릇 같이 하는 말 중 하나였다. 매일같이 내게 해가 뜨기 전에 새벽이 제일 어둡다고는 말했었다. 그의 말을 자주 새겨듣기를 잘한 거 같다.
우리 둘의 위험한 밀회는 그렇게 시작했다.
매일 새벽같이 성에 들어가서 집에 오지 못하는 제사장님을 만나러 갔다. 처음에는 그의 손을 잡고 성 근처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타지마할을 가까이 구경했다. 샤자한의 죽은 부인의 묘 근처를 도는 게 깨름직 했지만 그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와의 스킨십이 점점 더 진해졌다. 손에서 팔짱, 팔짱에서 볼, 볼에서 입술로 옮겨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황제와 관료들이 신분이 다른 여자가 아닌, 그것도 성인 남성 둘이서 왕족의 무덤 앞에서 키스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들은 장소를 옮기다가 야근을 하다가 잠깐 산책을 하다가 나온 학자들에게 스킨십을 나누는 걸 들켜 황궁의 큰 화제가 됐다. 윤기의 가문의 명예가 한 순간에 떨어지게 될 즈음에 지민이 판단력이 흐려진 악바르 앞에서 신하를 포함해 윤기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고하고 윤기가 성인식 때 잘 간직해주라고 준 단도를 심장에 꽂아서 그의 앞에서 숨통을 끊고 지민의 시체를 끌어안고 오열을 하다가 끝내 윤기도 자신의 칼에 죽어서야 설화가 끝났다. 이단도에 대한 설화는 인도에서 유명한 설화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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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근처, 로자의 성을 개조한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혈흔이 굳어서 칼날이 더렵혀진 아름다운 검에 대한 설화를 읽었더니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미 5세기가 지난 검의 설화에 있는 인물의 이름이 나와 같은 수드라의 신분을 넘어선 사랑을 보며 감히 낭만적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었다. 괜히 심장 쪽이 소름끼치게 아파왔을 때 즈음에 뒤를 돌아봤더니 새하얀 피부를 가진 남성도 인도 단도를 한참동안 보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설화에 있는 '민윤기'가 살아있었으면 저렇게 생겼겠지. 내 뒤에 서있었던 남자도 끝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 한국인이다. 반가워요."
그는 입 동굴을 보이며 내게 웃으며 말을 거는 모습을 보며 생애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감정
을 느꼈다.
혼자 오셨어요?
왠지 그를 붙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