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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XICO CITY | 멕시코 멕시코 시티

고양이 여행기

w. 모지 (@kv__kookv)

광활한 소칼로 광장 가운데에 서있으니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의 모습을 계속 만지작거리던 카메라 안에 담았다. 보고싶렀던 성당의 내부는 지민이 기대한 것 그 이상이었다. 셔터를 누르는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찍는 것을 멈추고 본격적으로 구경을 시작했다. 지민의 눈이 반짝였다.

밖으로 나온 지민은 걸어보기로 했다. 여행을 가게 되면 항상 지민은 뚜벅이를 선호했다. 걷다가 잠깐 멈춰섰는데 발 옆으로 무언가가 느껴졌다.

"와 너 진짜 귀엽다!"

길고양이같은데 지민의 발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서 쓰다듬어주다가 아차하며 카메라를 들었다.

"어? 어디가!"

고양이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었는데 고양이가 도망가버렸다. 특이한 색을 가진 귀여운 고양이를 놓치기 싫었던 지민은 고양이를 쫓아갔다. 고양이가 모퉁이를 도는 순간 지민의 주머니에서 지갑이 툭 떨어졌다. 고양이를 쫓던 지민은 모퉁이를 돌았지만 고양이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었다.

"저기...이거 떨어뜨리셨어요."
"감사합니다! 아 한국분이시네요?"

많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니 반가웠는지 지민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 사람은 지민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손을 올려놓는다. 아니 난 악수를...
지민은 당황했지만 그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 네 뭐 반가워요! 전 박지민이에요."
"민윤기입니다"

지민은 이것이 질긴 인연의 시작이 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

 

"어! 그 고양이다"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고양이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 살금살금 다가갔는데 금방 도망을 가버린다. 빠른 걸음으로 고양이를 따라갔는데 누군가와 툭 부딪혔다. 그 사람 의 어깨 너머로 빼꼼 쳐다보니 고양이는 온데간데 없었다.

"어 윤기씨? 또 보네요!"
"네. 아 혹시 여기 다음에 어디 가실 예정이세요?"
"저 그냥 정해진 곳 없이 다녀보려구요."
"그럼 저랑 같이 다녀요. 저 좋은 곳 많이 아는데."
"오 진짜요? 좋아요."

윤기의 말대로 윤기가 데려가는 모든 곳이 다 지민의 취향이었고 너무나 좋은 곳이었다. 여행 정보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윤기씨는 이런 곳 어떻게 아세요?"
"그냥...여기 저기 다녀보면 알아요. 매일 돌아다니거든요."
"아~ 부지런하시다..."
"지민씨는...고양이 좋아하시나봐요."
"네? 아~ 좋아하죠! 귀엽잖아요."

지민이 말을 하며 윤기를 쳐다봤는데 어쩐 일인지 윤기의 얼굴이 붉다. 

"갑자기 그건 왜요?"
"그냥...저도 고양이를 좋아하거든요."

윤기는 차마 제가 고양이니까요!라고 할 수 없었다. 지민이 쫓아갔던 그 고양이.

 

*

 

 


고양이의 모습으로 길을 걷는 것은 늘 있는 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햇살을 받으며 길을 걷고 있을 때 지민을 발견했다. 지민은 윤기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답게 잘생긴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지민 모르게 따라가다가 점점 욕심이 생겨 다가갔던 게 결국 이런 결과를 낳았다. 자신이 소개해준 장소를 너무나 좋아해주는 지민이 좋았다. 지민은 참 햇살같이 웃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특별한 웃음. 지민을 항상 웃게 해주고 싶다.

©2019 RENDEZVOUS COLLAB by. @EPILOGUE_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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