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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 영국 런던

Dear My Youth

w. 홍얌 (@Hongyam_)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근처에 위치한 카페, 그 곳에는 지민이 테이블에 빈 문서가 켜져있는 노트북을 올려놓고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Mr.Jin, 맨날 먹던 걸로 주세요. 뭔지 알죠?"


 "그럼~ 카라멜 마끼아또 맞지?"


 주문한 커피를 받아들고는 자리에 앉아 이제는 익숙한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어떤 생각이 났는지 이내 빈 문서에 무언가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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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곳으로 유학을 온지도 벌써 3년이나 되었다. 내가 런던으로 도망치듯 유학을 떠나온 이유는 따로있다. 뭐, 정작 그 장본인은 자기 때문인지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 애는 아직까지도 내가 어디로, 무엇 때문에 떠났는지도 모를 것이다. 아님, 벌써 나를 잊었을 수도 있고. 뭐 향수병도 없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가서 좋을게 뭐 있다고.  그놈 얼굴이나 안 보면 다행이겠지만 말이다.
 내가 런던으로 유학을 온 이유는 별 거없다.
진짜로 별 거없다. 그냥 도망치고 싶어서. 무엇으로 부터냐고? 음...뭐 짝사랑 때문이라고 해두자.
 누가보면 뭐 짝사랑가지고 유학까지가?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뭐 내가 힘들다는데.]


 "....짜증나는 놈 얘기는 왜 쓰고 지랄이야…. 나도 진짜 심각하다."


 지민은 거칠게 키보드를 누르며 썼던 글을 다 지웠다.


 "음...내 소개나 해볼까….. 소개라 해봤자 그저그럴 거긴 한데… 이름 박지민, 나이는… 23살, 생각보다 어려서 놀랄려나.."


 [직업은 셜록덕후 작가 지망생]


 "이 것도 직업이라면 직업이지, 또 뭐가있지.."


 [내가 굳이 런던으로 온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셜록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냥 그 분위기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이다.]


 지민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하지만 이내 글이 써지지 않는지 노트북을 덮고는 생각에 잠긴다.


 "벌써 3년을 채워가네, 집에 편지지가 예쁜게 있었나?"


 사실 지민은 도망치듯 유학을 오면서 유학을 가고 3년 뒤에는 편지를 써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 아이에게 알려주려고 했고, 혼자서 약속한 3년이 벌써 되었다. 생각을 해보니 집에 편지지가 없던 지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골목을 돌아다니다 처음보는 예쁜가게에 시선을 뺏겨 무언가에 이끌리 듯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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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오세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지민은 가게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러다 유독 눈에 띄는 만년필 하나가 있었다. 

"아~그 만년필. 예쁘죠? 그 만년필에는 전설이 하나 있어요."

"전설...이요?"

"네, 그 만년필로 편지를 쓰면 어떻게든 받는 사람한테로 간다고 해요. 쓴 사람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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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쓴 사람에게로 다시 돌아온대요."


 지민은 글 쓰는 걸 좋아하듯 재밌거나 흥미로운 이야기도 좋아해서 이 신비로운 전설에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지민은 셜록의 이미지가 그려진 엽서 1장과 만년필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짝사랑하는, 6년 동안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짝사랑 얘기를 쓰려니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10분 동안 새로 산 만년필만 붙잡고 있던 지민은 결국 펜을 내려놓고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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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민윤기.”


“아 왜 이제나와, 더워 뒤지는 줄 알았네.”


“그럼 혼자 갈 것이지. 왜 나한테 짜증이야..”


 지민과 윤기는 흔히들 말하는 소꿉친구였다. 그들의 첫 만남은 보통의 소꿉친구들과 같았다.


“안녕?’


“....안..녕?”


 지민과 윤기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지민이 먼저 윤기에게 말을 걸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유치원 등원 첫 날, 이사를 온지 얼마 되지않아 친구가 없어 혼자있던 지민에게 윤기가 다가가서 말을 걸어 주었다. 저한테 말을 걸어준 것이 그렇게나 좋았는지 그 후로 지민은 윤기의 껌딱지가 되었다.


“융기야..이거…”


“응? 이게 모야?”


“...쪼꼬렛..”


“...나 먹으라고?”


“..응…”


“니 꺼는?”


“음.....이거 하나밖에 없는데…”


“...이거 선생님께 부탁해서 같이 나눠먹자.”


“응!”


 간식을 좋아했던 어린 지민은 엄마가 준 하나밖에 없는 초콜릿을 윤기에게 줄 정도로 윤기를 좋아했다. 유치원이 끝나고도 항상 엄마에게 윤기의 얘기를 했다. 사실, 그건 윤기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병아리를 좋아하던 윤기는 첫 등원 날 병아리를 닮은 지민이를 보고 그 날부터 항상 엄마에게 지민의 얘기를 했다. 그렇게 매일 자신의 아이의 얘기을 들으신 어머니들은 다음 날 등원을 하다 만났는데, 어제 하루종일 아이들에게 시달린 엄마들은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근처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급속도로 친해져 주말에 같이 놀러도 다니고 밥도 자주 같이 먹었고 제집처럼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서로의 인생에 서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어린 지민과 윤기는 나중에 커서 꼭 둘이서 결혼할 거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서 지민이와 윤기의 엄마는 동성혼도 법제화됬으니 안 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지민이의 엄마는 예의바른 윤기를, 윤기의 엄마는 애교많은 지민이를 자신들의 아이만큼이나 아꼈고 무엇보다 서로가 좋아 죽는 데 어쩔 수 있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민과 윤기는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같은 반이 되서 항상 붙어다니는 둘을 보고 같은 반 친구들은 매번 둘에게 사귀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리고 반에서도 지민의 옆자리는 윤기의 자리, 윤기의 옆자리는 지민의 자리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 둘은 불만이 없었을까? 불만은 개뿔, 서로가 옆에 없으면 어색해했다.


“야, 나와”


“뭐냐?? 나 앉아있잖아.”


“박지민 옆자리는 내자리거든.”


“허…..아주 결혼을 해라…”


“그럴까, 박지민 너는 어때? 나는 너랑 같이 살면 좋을 것 같은데.”


“나도 좋지.”


 이 둘의 애정행각 아닌 애정행각에 친구들은 결국 항복했다.
하지만 지민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이 날, 이 대화를 기준으로 였다.
평소에도 사귀냐는 등의 말을 자주 듣고 항상 '그래, 우리 사귄다.' '얘가 나 좋아하는 거임.' 이런 식으로 태연하게 넘기던 지민이였지만 결혼하라는 말은 처음 듣기도 했고 그 말을 듣고는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프로포즈 아닌 프로포즈를 하는 윤기에 지민은 얼굴이 꼭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개져서 윤기를 바라봤고 그걸 본 윤기는 눈치없게 열이 나는 것인 줄 알고 어디 아프냐고 물으며 얼굴을 더욱 가까이했다. 그러자 지민은 화들짝 놀라며 몸이 안좋은 것 같다고, 보건실에 갈 꺼니 따라오지 말라며 혼자 갈 수있다고 윤기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교실에서 빠져나왔다.


 꾀병을 부려 보건실 침대에 누운 지민은 방금 느낀 감정에 대해 골똘히 생각을 해보았다. 어릴 때부터 항상 윤기와 붙어다니니 사랑이라는 감정도 제대로 느껴본 적 없는 지민은 이게 사랑인지도 헷갈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윤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란 것을 알게되자 지민은 엄청난 고민에 파묻히게 되었다.


‘내가 민윤기를 좋아한다고? 좋아하는 거면 어떻게 해야하지? 고백해야되는 거야? 우리는 친군데? 차이면 어떡해?’


           그럼...그 때는 이제 친구 못하는 거야?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었고 결국 고백을 했다 거절 당하면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지민은 윤기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막상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니 윤기와 대면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야, 야 박지민!”


“으..응?!”


“뭔 생각을 그렇게 하길래 불러도 모르냐.”


“아무 것도 아니야. 근데 왜 불렀어?”


“아, 주말에 시간되지 나랑 영화보러 갈래?”


“나 주말에 시간 안되는데..”


“흠..그래? 그럼 다른 애랑 가지 뭐…..너랑가고 싶었는데..”


“응? 뭐라고?”


“아니야, 아무것도.”


“그래? 그럼 말고.”


 지민은 윤기에 대한 마음을 접기위해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는 윤기의 제안도 거절했다. 물론 윤기는 그 사실을 모르니 지민의 속도 모르고 같이 못간다고 삐쳐있었다. 물론 사랑에 빠진 지민의 눈에는 그 모습도 귀여워 보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3년 내내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속으로 삭히는 것은 지민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결국 지민은 졸업하자마자 윤기로부터 도망치기로 마음을 먹었고 지민은 부모님께 부탁하여 유학을 준비하였다. 지민의 집안은 지민이 원하는 것을 우선시 했고 넉넉한 형편이라 바로 유학을 준비 할 수 있었다. 유학 가는 것이 확정되자 지민은 항상 가고싶어했던 영국으로 떠나기를 결심했다. 이 모든 것을 윤기에게는 몰래.


 지민은 졸업식 날 바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평소 영어를 잘했고 부모님을 따라 자주 해외에 가본 지민은 혼자서도 걱정이 없었다. 다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지민이 말도없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을 알게 될 윤기였다. 하지만 지민은 부모님께는 자기가 윤기에게 직접 말하고 싶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고 지민의 유학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지민과 지민의 부모님, 윤기를 제외하면 가장 친했던 태형만이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윤기에 대한 지민의 마음은 없어지기는 커녕 더욱 더 커져만 갔다. 그럴수록 지민은 더욱 고통 받았고 유학을 가겠다는 마음은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졸업식 당일이 되었다. 졸업식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단체사진을 찍은 후 윤기가 다른 아이들과 얘기하고 있을 때 지민은 윤기의 눈을 피해 밖에서 기다리시던 부모님의 차를 탔고, 바로 공항으로 갔다. 부모님은 윤기에게 잘 말했냐고 물었고 지민은 처음으로 부모님께 거짓말을 했다. 프랑스로 장기출장을 가시게 된 부모님의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 지민은 부모님과 작별인사를 했다. 부모님은 시간이 나면 영국으로 지민을 보러오시겠다고 했다. 1시간 쯤 지난 뒤 지민도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었다. 지민은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지민의 도망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안전하게 영국에 도착한 지민은 금세 잘 적응했고 친한 사람도 생겼다. 영국에 오면 가보고싶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구경하다가 근처에 있는 한국인이 하는 카페의 단골이 되었다. 카페의 사장은 굉장한 미모를 가진 한국인이였다. 그 사람은 자신을 Mr. Jin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였고 자신의 동생같다며 지민을 잘 챙겨주었다. 가끔씩은 밥도 해주고 같이 저녁을 먹기도 하였다. 자신을 잘 챙겨주는 Mr. Jin을 지민은 형처럼 생각했다. 이제 아침마다 Jin의 카페에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먹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지민은 Big Ben이나 버킹엄 궁전 등 많은 곳을 가보며 시간을 보냈고 글도 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지민은 점점 윤기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나보다. 거리를 거닐거나 무언가를 할 때마다 윤기가 생각났다.


‘민트초코...치약 맛 같은데 뭐가 맛있다는 건지..’


‘어, 저거 민윤기가 좋아하는 건데.’


‘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 승강장 꼭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한동안 지민은 윤기의 생각이 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윤기를 생각하는 것도 좋았다. 지민은 이렇게 윤기를 생각하면서 그와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를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편지지는 지민의 예쁜 글씨로 가득 채워졌고 지민은 이상한 말을 쓰지는 않았는가 한 번 더 확인하고 편지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편지봉투에는 태형이에게 물어본 현재 윤기의 주소와 짧은 영어를 썼다.
'Dear My youth’
 나의 청춘에게. 
 지민에게 윤기는 지민의 청춘 그 자체였다.


 마지막 문장을 끝으로 편지를 다 쓴 지민은 자신이 쓴 편지를 한국으로 보냈다. 그리고 나서 지민은 Jin의 가게로 갔다. 편지를 보내고 난 지민은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자신이 6년 동안이나, 아니면 더 오래 됐을 수도 있는 시간동안 좋아했던 상대에게 자신이 겪은 감정과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인연을 거는 행동이였기 때문에 지민은 더 기분이 이상했다. Mr. Jin은 지민의 상태가 평소의 밝았던 지민과는 사뭇 달라 맥주를 한 캔 건네왔다. 지민은 Jin의 배려에 새삼 감사했다. 이제 편지는 지민의 손을 떠났다. 지민은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맥주를 마시고 어찌저찌 집으로 돌아와 잠에 들었다. 그날 밤, 지민의 꿈에 윤기가 나왔다. 윤기는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지민이 마음을 깨달은 그 날의 모습으로 지민의 앞에 있었다. 지민도 그 날의 모습을 하고있었다. 둘은 말없이 서로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지민은 그를 보고있다는 사실만으로 눈물이 났다. 이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닌 그를 보았다는 기쁨에서 우러나온 눈물이었다. 꿈 속의 윤기는 우는 지민을 보며 다가와서는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마음 아프게 왜 울고 그래..”


 그의 말 한마디에 지민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우정을 위해 그를 놓으려 했지만 그런 지민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윤기는 자꾸만 지민을 붙잡았다. 그런 윤기에 지민은 윤기를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었다. 


[윤기 시점]


 지민이는 항상 나와 함께있었다. 그게 언제부터 일까… 유치원에서 처음 만났던, 내가 처음으로 지민이에게 말을 걸었던 그 때부터 일 것이다. 이 사실을 지민이 알면 그런 거를 아직까지 기억하느냐고 놀릴 것 같지만 그 일로 인해 나의 인생은 달라졌다. 박지민은 둔해서 분명 기억 못하겠지만 어렸을 때 결혼하기로 한 약속도 나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참으로 지독한 짝사랑이였다.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중학생이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우리는 같이 하교를 하고 있었고 지민은 갑자기 나의 앞으로 오더니 뒤돌아서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짜 너가 내 친구여서 너무 좋다."


 아, 그 때 내 심장은 미친듯이 요동쳤다. 뒤에 보이는 노을 진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너의 얼굴은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다웠고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내 눈에는 너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흑백으로 보였다. 마치 흰 도화지에 너라는 물감을 뿌리는 듯 했다. 사람이 사랑을 하면 삶이 달라진다고 했던가. 너에게 반한 뒤로 너의 모든 순간이 내게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 씩 너에게 빠졌다. 하지만 나는 네가 나와의 우정을 무엇보다 소중히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나는 나의 마음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게 될까. 나의 사소한 모든 행동에서 나의 마음이 다 드러났고 친구들은 우리를 보며 '연인이냐' '그정도면 사귀어라' 등등 많은 말들을 했고 나와 지민은 태연하게 넘겼다. 그렇게 우리는 고등학교를 입학했고 같은 반이 되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지내던 어느날, 잠시 화장실을 갔다 오자 너의 옆에 다른 아이가 앉아있는 것을 보았고 나는 그 아이 보고 무턱대고 나오라고 하였다. 그러자 옆에있던 애는 농담으로 우리보고 결혼을 하라고 그랬고 나는 장난을 빙자한 진심을 말했다.


 “그럴까, 박지민 너는 어때? 나는 너랑 같이 살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너의 귀와 목이 빨개졌다. 나는 그 것을 보고 아주 작은 기대를 했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인 걸까. 너도 나를 좋아하는 걸까.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어 일단은 아프냐고 물었다. 그러자 너는 몸이 안 좋은 것 같다고 보건실에 간다고 했다. 보건실을 간다고 했던 너는 종례할 때가 되서야 반으로 돌아왔고 집에 가는 길에는 평소와 똑같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너가 좋아할 것같은 영화가 개봉을 했고 나는 너에게 같이 보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너는 약속이 있다고 못간다고 하였다. 나는 아쉬워서 그만 진심을 말해버렸다.


"너랑가고 싶었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다행히 너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고 나의 말은 못 들은 것 같았다. 아직은...아직은 나의 마음을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졸업식 날, 너에게 내 마음을 알려주려고 했다.


 졸업식 날, 단체사진을 찍고 잠시 다른 아이와 얘기를 하는 사이에 네가 사라졌다. 나는 졸업식 장을 돌아다니며 너를 찾았지만 너는 없었다. 나는 곧장 너의 집으로 달려갔고 문을 두드렸다.


 "지민아!! 안에 있어? 아저씨!! 아줌마!! 계세요??? 하아...어디로 간거야.."


 "어? 윤기 아니야?"


그 때, 나와 지민이가 어렸을 때 가끔씩 맛있는 사탕을 손에 쥐어주시던 아주머니셨다. 


"아주머니! 지민이 어디 갔는지 아세요?"


"지민이? 지민이 졸업식 끝나자마자 유학 간다던데? 몰랐어?"



 이럴수가, 졸업식이 끝나고 너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려 했는데… 바닥에 너에게 주려고 했던 꽃다발이 떨어졌다. 너가 나에게 말도 없이 떠나다니… 꿈이라고 생각했다. 너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것은 사실이였고 거의 일주일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것 같다. 너에게 전화도 해보았지만 속수무책 이었다. 너는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고 나는 매일같이 너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대학을 갔고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책상에는 너와 내가 어릴 때 찍었던 사진이 있었다. 술을 마실 때면 그 사진을 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내 생각보다 너는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네가 떠난 지 3년이 되었다. 너와 나는 어느새 23살이 되었다.


 그러고 어느날, 술이 땡겨 맥주 몇 캔을 사서 혼자사는 집에 왔는데 편지가 하나 왔다. 해외에서 온 편지였다. 너에게서 온 편지라는 것을 느꼈고 제대로 보지도 않고 편지를 손에 쥔 채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이미 맥주 캔은 식탁에 나뒹굴고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였다. 나는 얼른 편지 봉투를 자세히 보았다. 그 편지는 영국에서 온 것이었다. 너는 떠난 곳마저 참 너다웠다. 고등학생 때도 드라마 셜록을 보며 가고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고 심지어는 이상형도 셜록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라고 했던 너였다. 그리고 봉투 중간에는 너의 필체로 쓰여진 영어가 있었다. 하지만 그 짧은 문장을 자세히 볼 틈도 없이 나는 봉투 안에 있는 편지를 읽어보았다.
편지를 읽고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편지에는 네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나와의 우정이 깨질까봐 속으로만 앓다가 결국 유학을 결심했다는 내용이었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니. 나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아 떠난 것이었다니… 나는 잠시 편지를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기대 눈을 감았다. 마음이 아팠다. 네가 떠난 것이 나 때문이었다. 마음 속에 죄책감과 행복감이 동시에 공존하였다. 너도 나를 좋아한다… 많이 돌아왔지만 드디어 너에게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편지 봉투를 다시 보았다. 그 곳에 있는 짧은 문장 하나.


'Dear My youth’ 


 나는 너에게 청춘 그 자체였나보다. 너도 역시 나의 청춘이다. 나는 이제 나의 청춘을 찾으러 갈 것이다. 그리고 전하지 못했던 나의 진심을 이제는 전할 것이다.


[작가 시점]


 그 다음날, 윤기는 곧바로 짐을 챙겨 영국으로 갔다. 거의 하루의 반을 비행기에 있었지만 윤기는 전혀 피곤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들떠있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처음으로 놀이동산에 간 듯. 그런 윤기의 손에는 편지가 들려있었다. 지민의 편지가. 


 그렇게 윤기가 도착하자 영국은 아침 9시 쯤이었다. 윤기는 지민이 영국에 가게 된다면 꼭 가보고 싶다던 곳을 돌아다니며 지민을 찾아 다녔다. Big Ben과 버킹엄 궁전도 가보았지만 어디에도 지민은 없었다. 윤기는 마지막 희망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윤기는 한 카페 앞에 멈춰섰다. 그 카페 안에는 노트북과 씨름하며 커피를 마시는 지민이 있었다. 분명히 지민이었다. 윤기는 홀린 듯이 카페 안으로 들어갔고 지민의 앞에 앉았다. 누군가 갑작스레 앞에 앉아 놀랐는지 지민은 고개를 들었고 윤기와 눈이 마주쳤다. 그에 윤기는 태연하게 말했다.


"영국은 처음이라 그런데 관광 좀 같이 해주시겠어요, 셜록덕후씨?"


"..."


"보고싶었어, 지민아."


 지민은 윤기가 말을 마치자 눈물을 흘렸고 윤기는 지민의 눈물을 닦아주며 마음이 아프니까 울지 말라고 하였다. 지민이 편지를 보낸 날 밤에 꾸었던 꿈 속의 윤기와 같은 말을 했다. 지민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윤기의 손에 들려있던 편지를 보고 알았다. 자신만의 삽질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렇게 둘은 카페에서 지금까지 못다한 얘기를 했다. 물론 손은 놓지 않은 채.


 지민은 천천히 자신이 겪었던 감정과 고민들을 윤기에게 이야기했다. 그런 지민을 윤기는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며 들어주었다. 윤기는 그 날 보았던 지민의 빨간 귀가 정말로 부끄러워서 그랬다는 것을 알고 뒤늦게 귀여워했고, 지민은 부끄러운 나머지 윤기를 세게 치고 그만 놀리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멈출 윤기가 아니었다. 그렇게 화내는 모습까지 귀엽다고 했고 지민에게 풀스윙으로 등을 맞고서야 그쳤다.


 "하아...진짜 너무 귀엽다, 지민아…"


 "...야! 너, 진짜…"


 "지민아 ㅎㅎ 너 얼굴 완전 빨개."


 윤기에게 지민은 너무나도 귀여운 존재여서 윤기는 입동굴이 만개했다.


 그렇게 쌓인 얘기를 하고 둘은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이 카페를 나가는 것을 본 Mr.Jin은 지민의 마음고생이 끝났다고 생각했고 다음에 윤기를 소개시켜 달라고 하였다. 그에 지민은 싱긋 웃어보였다.


 그렇게 카페에서 나온 둘은 윤기를 위해 런던관광을 시작했다. 지민이 셜록덕후였다면 윤기는 해리포터덕후였다. 그런 윤기를 잘 알고있던 지민은 윤기를 데리고 킹스크로스 역으로 갔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킹스크로스역까지는 도보로 역 1시간이나 걸렸지만 둘에게는 아무 문제 없었다. 오히려 둘이 같이 걷는다는 것이 좋을 뿐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일명 해리포터덕후, 해덕이었던 윤기는 킹스크로스역에서 9와 4분의 3 승강장을 보자마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이는 없었지만 역시 유명한 곳이라 관광객은 많았다. 윤기는 떨리는 마음으로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고 장난감을 선물받은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지민은 이 맛에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거라고 생각하며 엄마미소를 했다. 그 뒤에는 지민을 찾는 데 급급하려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버킹엄 궁전을 둘러보았다. 물론 버킹엄 궁전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근처에 있어 왔던 길을 되돌아 온 꼴이였다. 그렇게 약 1시간을 꼬박 걸어 도착하자 마침 근위병 교대식으로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고 수 많은 인파를 감당하지 못했던 지민은 그만 중심을 잃었고 드라마처럼 윤기의 품에 안겼다. 그렇게 상황파악을 하지못하고 약 10초 가량을 안겨있다가 눈이 마주친 둘은 부끄러웠지만 일단 수많은 인파를 피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고 힘들게 인파를 뚫고 도망쳐 나왔다. 손을 맞잡은 채로.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이제 뭐지?’


‘사귀는건가?’


‘그렇지만 고백도 안했잖아..’


 둘은 지민의 편지를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 둘의 관계를 정의하지는 못했다. 지민이 다른 생각에 빠져있다는 것을 안 윤기는 지민에게 자기랑 있으면서 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냐고 하였다.


"지민아, 나랑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그게… 윤기야, 우리 무슨 사이야?"


 지민은 아차 싶었다. 만약 윤기가 친구라고 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윤기는 지민의 허리를 잡으며 모두가 예상한대로 대답했다. 


"연인이지."


 이 네 마디에 지민은 심장을 부여잡을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워하는 지민을 보던 윤기는 슬며시 지민에게 얼굴을 가까이했고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지민과 윤기 모두 첫키스였다. 달콤했던 키스가 끝나고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피식 웃었다. 이 넓은 버킹엄 궁전에서 그 둘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민의 걱정은 흘러가는 구름과 함께 유유히 떠나갔다.


 둘은 해가 질 때쯤 지민이 사는 집으로 왔다. 지민은 윤기에게 영국에 있을 동안 지민의 집에서 지내라고 했고 윤기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맥주를 마시며 또 얘기를 하였다. 지민은 윤기가 자신을 중학생 때 부터 좋아했었다는 사실에 굉장히 충격을 먹었다. 그리고 윤기는 아무리 그래도 같이 지낸 세월이 있는데 어떻게 한마디도 없이 떠날 수 있냐며 뒤늦게 삐쳤다. 그 후에 지민은 윤기가 삐친 것을 풀기 위해 굉장히 애를 썼다. 같이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다가 윤기는 지민에게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민아, 너 한국으로 돌아갈 꺼야?"


 "음...돌아가면 좋겠지? 근데 이제는 여기가 내 집같아. 친한 사람들도 생겼고.."


 졸업하자마자 영국으로 왔던 지민에게 영국은 이제 집이나 다름 없었다. 한국에서 만큼 오래 살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보다 애정이 있었다. 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예를 들면 Mr.Jin같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더 떠나기 싫었을 것이다. 물론 윤기도 지민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래서 더더욱 조심히 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윤기는 고민에 빠졌다. 급하게 영국으로 온 윤기였기에 며칠뒤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지민과 함께있고 싶었고 그래서 윤기의 고민은 영국의 밤과함께 깊어져만 갔다.


 다음날, 지민과 윤기는 너무나도 행복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었고 먼저 깨어난 지민은 옆에서 자고있는 윤기를 보며 싱긋 웃고는 아침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갔다. 그 뒤 얼마지나지 않아 윤기가 깨어났고 윤기는 밖에서 나는 향긋한 커피향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고 무언가를 굽고있는 지민의 뒷모습을 보고는 뒤에서 지민을 끌어안았다.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안아오는 윤기에 지민은 깜짝 놀랐다. 지민은 자신을 안고있는 윤기에게 잘 잤냐며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에 윤기는 한 번더 지민에게 입을 맞췄다.


 "지민아,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꼭 신혼부부같지않아?"


 "뭐...뭐라는거야…"


 "우리 그냥 결혼하자. 어차피 결혼하자고 약속했었잖아."


 "....."


 "왜? 나랑 결혼하는 거 싫어..?"


 "아니! 왜 싫겠어.. 너무 좋아서 그러지…."


 어릴 때 했던 사소한 약속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던 윤기는 그 약속을 들먹이며 지민에게 결혼하자고 하였다. 지민은 윤기랑 결혼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행복한 시간이 지날수록 윤기의 고민은 커졌다. 지민과 함께 이 곳에서 있고 싶었지만 아직 학업을 끝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기는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끝마치고 그 후에 지민과 함께 영국에서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윤기는 20살이 되자마자 군대를 갔기 때문에 군대 걱정은 없었지만 대학을 졸업하려면 아직 몇년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몇년이 지나야 지민과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인데 윤기는 지금, 지민과 같이 있으면서도 지민이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끙끙되는 윤기를 보던 지민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윤기 몰래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고 나서 윤기에게 말을 걸었다.


 "윤기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게..아니..너랑 같이 여기서 살려면 일단 대학은 졸업해야 할텐데, 그러려면 몇년은 있어야 하잖아.."


 "푸흡. 그걸 그렇게 끙끙되고 있었던거야?"


 "당연하지! 너는 나랑 몇년이나 떨어져 있어야하는게 안 싫어?"


 "싫지."


 "그러면 어떡해.."


 "음..그럼 너 졸업할 때 한국에서 살지 뭐."


 "...그래도 돼?"


"안 될게 뭐가 있어?"


"너..여기에서 살고 싶다며"


"근데 나는 너가 더 좋으니까. 그리고 너 졸업하면 다시 돌아오면 되지."


 "정말..그래도 돼..?"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 얼굴 쫌 피세요."


"진짜 사랑해, 지민아."


"나도 사랑해, 민윤기."


.
.
.
.
.
 "아빠! 이 편지는 뭐야?"


 "응? 무슨 편지?"


"음..되게 오래된 것처럼 보여."


 "아, 이거 옛날에 엄마가 아빠한테 준 거야. 오랜만이네…"


 "엄마가 아빠한테 편지도 써줬었어? 뭐야! 궁금해!"


 "안돼~ 엄마랑 아빠만의 비밀이거든. 그리고 이거 너한테 보여주면 엄마가 아빠한테 엄청 화낼 거야."


 "쳇..그럼 어쩔 수 없지. 대신 Jin아저씨네 가게에서 딸기 타르트사줘."


 "알았어."


 윤기는 오래 전, 자신과 지민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었던 그 편지를 다시금 꺼내보았다. 시간이 지나 조금 색이 바랬지만 여전히 그 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윤기는 그 편지를 들고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지민의 옆에 앉아 편지를 보여주었다.


 "응? 이거.."


 "기억나? 너가 나한테 써줬던 편지잖아."


 "기억 못할리가 없지..내가 무슨 마음으로 이 편지를 썼는데."


 지민은 편지봉투를 보며 굉장히 기뻐했다. 그리고 그 당시를 다시 생각했고 문득 한 가지가 생각났다.


 "아! 맞다. 우와… 진짜네.."


 "응? 뭐가?"


 "아아. 이 편지 쓰려고 할 때, 편지지를 사려고 처음보는 예쁜 가게에 가서 둘러보는 데 만년필이 하나 있는거야, 그래서 그걸 보고있는데 직원이 재밌는 얘기를 해줬었어."


 "어떤 얘기였는데?"


 "그 만년필로 편지를 쓰면 쓴 사람에게 다시 돌아온다고 했었어. 근데 봐봐. 다시 나한테 돌아왔잖아. 신기하지 않아?"


 "그러게… 그럼 그 만년필로 편지를 써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걸까?"


 "그러면 엄청난건데? 오! 이걸로 소설을 써야지."


 "우리 얘기로? 좋은데?"


 "그렇지? 벌써부터 영감이 막 떠올라. 벌써 제목까지 생각났어."


 "벌써? 제목이 뭔데?"


 "제목은 이거야"


 지민은 윤기에게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었고 노트북에는 짧은 글만이 있었다. 그 화면을 보고 윤기는 웃으며 지민에게 입을 맞췄다.


'Dear My Youth'

©2019 RENDEZVOUS COLLAB by. @EPILOGUE_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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