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의 장소
HAWAII | 미국 하와이
HAVE A NICE TRIP
w. 달리아 (@Dahlia_E_SJ)
부제 : 하와이 그리고 신혼여행
00
_ 형. 알죠? 내일 새벽 4시에요. 조용히 가야 해!
"당연하지. 2시 반에 집 앞으로 올래?"
_ 으아아 너무 떨려요.. 알겠어요, 그럼 미리 잘 자요!
"너도 잘 자 지민아."
전화가 끊기고 남자는 눈을 감았다. 잠깐 뒤척였다가 이내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들렸다. 6시간 정도 지났을까, 2시라며 알람이 시끄럽게 울려댄다. 이불 속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리고 남자는 몸을 일으킨다. 오늘 신혼여행 가는 날이지. 입꼬리가 실실 올라간다. 분주하게 움직이다 캐리어 하나를 끌고 집을 나선다. 집 앞에 서서 저를 기다리던 애인에 피식 웃으며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준다.
"벨 누르지. 왜 가만히 서 있어 지민아."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했는데 형이 빨리 나와가지고... 깜짝 놀랐어요 진짜!"
"오구 그랬어?"
애인이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는 손목을 잡고 주차장으로 가 차에 짐을 싣고는 차에 타서 출발한다. 조촐한 결혼식은 이미 한 지 3일 정도 되었으며 이틀간 종일 남자의 집에서 뒹굴다 이러다 신혼여행 못 가는 거 아니냐는 애인의 말에 각자 집으로 돌아갔음은 사실이다. 사실 앞집이라 같이 살아도 상관은 없겠다만 둘은 배우였다. 한국에서 제일 유명하고 연기도 잘 하는 대배우 정도라고 할까, 남자는 민윤기, 그의 애인은 박지민. 둘의 직업과 사회적 위치상 믿을 수 있는 상대는 서로의 애인뿐이었다. 배우들을 집에 초대했다가 방에서 걸어나오는 지민이를 배우들이 발견했다면? 친분이 있는 배우들이 하나하나 샅샅이 구경하다가 콘돔 꾸러미를 발견했다면? 그리고 그걸 본 배우들이 봤던 이야기를 아무 데나 발설하기라도 한다면 동성결혼이 합법화는 되었지만 아직도 몇몇 명은 좋게 보지 않는 한국에서 여태껏 쌓아온 서로의 커리어가 얼마나 무너질 지 몰랐다. 그럼에도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간다는 것은 서로 그만큼이나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었다. 서로에겐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직업적으로는 위험한 관계였다. 그들은 그랬다. 좋아 죽으면서도 데이트 한 번 마음 놓고 다니지 못했던 건 사실이고, 신혼여행도 못 갈 수도 있었지만, 결혼도 했는데 신혼여행을 안 가면 되겠냐는 소속사와 부모님의 말에 비행기도 일부러 사람이 많이 없는 새벽 시간대에 전용기를 타기로 했다. 그만큼 이번 신혼여행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기에 둘 다 들떴음에도 충분히 공감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와이 오아후. 신혼여행지도 꽤 괜찮다고 들어서 우리도 가자! 하는 마음으로 골랐다. 둘 다 돈이 많은 만큼 숙소도 1박에 800만원 하는 포시즌스 퍼시픽 스위트룸 (수영장도 방에 딸려있다)을 예약했다. 신혼여행 가서 뭘 할지 고민하며 운전하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조용할 줄 알았던 공항이 시끌벅적했다. 왜? 둘 다 의문을 가졌고 그 이후 바로 해답을 찾았다. 요새 유명하다는 아이돌 B 그룹이 해외투어를 돈다며 이 시간대에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넘쳐나는 홈마들과 팬들, 그리고 기자들로 공항이 시끌벅적했다.
"형, 어떡해요?"
"괜찮을 거야. 목소리 낮추고."
윤기는 우려하는 지민을 토닥토닥 달래주고 어떻게 비행기를 타야 하나 고민했다. 신혼여행을 가려면 꼭 비행기는 타야 하기에 그 가수들이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서야 조용히 들어가려 했건만, 뒤에서 들려오는 한 기자의 목소리가 화근이었다.
"저거, 민윤기랑 박지민 아냐?"
"어? 맞는 것 같은데?"
순식간에 공항 내가 웅성웅성거렸다. 좆됐다는 생각만 머리에 스쳐 지나갈 즈음 지민이 윤기의 손을 잡고 뛰려 했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그들을 소름 돋게 하였지만 결국 그냥 포기했다. 뛰어가려던 다리를 멈추고 뒤를 돌아 기자들을 마주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공개할 사실이었다.
"민윤기 씨랑 박지민 씨, 맞으십니까?"
"어디 가시는 겁니까?"
순식간에 이어진 여러 개의 질문. 이게 우리들의 자리였지. 신혼여행으로 들뜬 마음이 가라앉았다. 윤기는 마스크를 내리고 기자들에게 신혼여행을 간다 말했다. 기자들의 눈이 동그래지고 그 현장에 있던 여러 명의 팬도 의외의 사실에 놀랐다. 왜? 저 둘이 언제부터 인연이 있었지? 윤기가 지민의 손을 잡고 다른 질문들을 무시하고 달려가서 어찌저찌 비행기에 탔다. 아직도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었다. 곧 기사 여러 개가 올라갈 것이다. 윤기는 폰을 들어 저와 지민의 소속사에 연락을 넣었다. 신혼여행 간다는 기사 올라갈 것 같은데, 맞다고 이야기해주세요. 어차피 공개할 사실이었으니까. 꾹 눌러 문자를 보내고는 폰을 껐다. 몇백 개, 몇천 개의 연락이 올 것 같아서 끄는 게 맞다 생각했다. 아직도 긴장되어 보이는 지민의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주며 괜찮다고 속삭였다. 입에 여러 번 뽀뽀를 해주고 이제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며 말하자 손을 슬며시 잡아왔다. 피식 웃으며 시트에 몸을 편히 기댔다. 좆될대로 되라지.
그리고 비행기가 출발했다.
우리의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하와이로.
01
인천공항에서 하와이의 호놀룰루 공항까지는 대략 8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의 반 이상은 둘이서 손을 꼭 잡고 잠이나 잤다(당연히 잠만 잤다). 그리고 잠깐 일어나서 밥 챙기고, 하와이에서 간단히 쓸 수 있는 단어도 슬쩍 보다가 눈 마주치면 스킨십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비행기가 하와이에 도착하고 호놀룰루 공항에 내려서 드디어 하와이의 땅을 밟았다. 지민이 우와아.. 하는 걸 지켜보던 윤기가 지민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차 가지러 가자 지민아.
누구한테요?
내 지인 있어. 너도 알걸? 남준이라고.
아 그 형?
소소한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공항에서 조금 더 멀어지자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남준이 보였다. 윤기와 지민과는 같은 소속사에 있었는데 어느새 사라졌길래 어디 갔나 했더니 몇 년간 하와이에 쉬러 간다며 사라진 거였다. 미리 알고 있던 윤기는 신혼여행을 지민과 함께 하와이로 간다며 차도 빌려주고 뭐가 좋은지 알려달라고 어이없어하는 남준을 들들 볶아서 결과물을 얻어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지민의 협박으로 남준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한 건 후의 일이고, 남준은 차 키를 윤기에게 쥐여주며 내용 대충 정리해서 카톡으로 보내놓았다고 말한 뒤 다른 차를 타고 사라졌다. 역시 돈 많은 새끼라며 윤기가 중얼거렸다. 윤기는 차에 짐들을 싣고 타서 남준이 보내준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다 호텔 근처 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액셀을 밟았다. 지민은 신이 나는지 노래를 틀고 흥얼거리며 불러댔고 윤기도 노래 중간마다 랩 부분을 맡아 부르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밥으로는 원래 익숙한 스테이크. 윤기는 여기까지 와서 스테이크를 먹을 줄은 몰랐다며 말하는 지민의 머리를 살살 쓸어주었고, 지민은 활짝 웃었다. 몇 시간 전과 확연히 다른 평화. 그들은 이런 고요하면서도 잔잔한 느낌을 좋아했다. 평화로운 식사 이후 그들은 숙소로 향했다. 지민의 입에서 탄성이 터지자 윤기는 풉 하고 웃었다. 어디 가기만 하면 우와 우와 하는 게 너무 병아리 같아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며 말했고, 지민의 귀가 빨개지고 나서야 지민 놀리기는 끝났다. 호텔은 실제로도 엄청나게 컸고, 앞에 해변이 있는 뷰에 어른들만 따로 이용할 수 있다는 수영장까지도 굉장했다. 체크인하니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지민에게 걸어주는 직원에 고맙다 말하며 방으로 들어오자 지민이 또 우와! 하며 크게 나 있는 창문으로 도도도 달려가 바깥 풍경을 쳐다보았다.
"진짜 예쁘다아.. 하늘도 완전 예쁘고 바다도 엄청나게 예쁘고!"
"난 네가 더 예쁜 것 같은데?"
"아니거든요!"
"진짠데."
지민이 할 말이 없었는지 입술을 쭉 내밀고 창 밖 풍경을 계속 들여다봤다. 맨날 부끄럽게 하고... 볼이 붉어진 채로 창밖만 바라보는 지민이 귀여워 윤기가 지민의 등 뒤로 가서 꼭 껴안았다. 윤기가 몸을 움찔하며 저를 쳐다보는 지민의 눈이 예뻐서 빤히 바라보다 다른 곳도 볼까? 하며 손을 잡고 이끌었다.
"이 숙소는 유난히 화장실이 크더라."
"세면대는 왜 두 개에요..? 욕조도 엄청나게 넓네,,"
"그러게. 뭐 하라고 이렇게 욕조를 크게 만들었나 몰라."
"... 아 진짜."
"왜,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얼른 화장실을 빠져나가는 지민에 윤기가 웃었다. 또 야한 생각 이런 거 했지. 안 봐도 뻔한 지민의 생각에 한 번 더 피식 웃고는 화장실을 나오는 윤기다. 나가니 침대에 누워서 뒹굴 거리는 지민에 윤기가 거기 누워있으면 좀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곧 이씨! 하면서 일어나는 지민에 또 웃는 윤기다.
"여기 와서 계속 웃는 것 같아."
"나 놀리니까 재미있겠죠! 뭐."
"어떻게 알았어? 너 진짜 귀여워 지민아."
됐어. 형이랑 이야기 안 할거야. 단단히 삐친 건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간 지민을 일으켜 세우곤 밖에 보러 가자며 말하는 윤기에 지민도 같이 따라나간다. 날이 무척이나 더웠기에 시원한 쇼핑센터들을 돌고 물건도 사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은 호텔에서 주문하면 준다기에 그렇게 했고, 밥도 먹고 지민이 먼저 씻긴 뒤에 윤기가 씻고 나왔는데 많이 피곤했는지 엎어져 자는 지민에 윤기는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웃었다. 쟤는 첫날밤 뭐 그런 거 없나 봐. 조용히 머리를 다 말리고 지민 옆에 누운 윤기가 저의 애인을 똑바로 눕혀놓고 팔베개를 해줬다. 이 잠꾸러기. 윤기는 한참 동안을 지민을 빤히 바라보다 머리칼을 살살 쓸어주기를 여러 번, 한 시간 동안 그렇게 있다가 이내 잠들었다.
02
지민이 눈을 뜨니 따뜻하고 깜깜한 암흑이었다. 마치 안겨있는 듯한 느낌에 고개만 쏙 내미니 윤기가 저를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어...? 그리고 곧 지민은 경악했다. 어제 첫날밤인데.. 자 버렸네.. 아 박지민 진짜 바보다. 윤기 형 어제 삐졌을려나? 안고 잔 걸 보면 삐친 건 아닌데. 어떡하지? 혼자 열심히 고민하던 지민이 일단 씻기나 해야겠다며 윤기가 안 깨게 조심조심 일어나 세수도 하고 양치도 했다. 다시 자리에 누워서 혼자 천장만 바라보던 지민이 다시 윤기의 품에 안겨서 말랑말랑한 코도 살짝 눌러보고, 빤히 바라보기도 하고 손가락도 살살 앙 깨물며 노는데 워낙 따뜻하기도 하고 편해서 또 잠이 오는지 눈을 깜빡거렸다. 윤기가 잠에서 살짝 깨곤 큰 손으로 지민의 등을 몇 번 토닥거려주자 이내 지민이 곤히 잠들었다. 지민이 잠든 모습을 확인한 윤기도 지민을 꼭 껴안고 다시 잠들었다. 평화롭고 나른한 아침이 지나고 점심때가 다 되어서 윤기가 일어났다. 살짝 흔들어 깨우니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지민에 웃음이 났다. 이마에 살짝 뽀뽀해주니까 품에 안기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지만 더 재울 수는 없었기에 물도 갖다 주고 일으켜 세우기도 해 주고 하니 혼자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고 오는 지민이다.
"잠꾸러기야, 어디 안 나갈 거야?"
"호텔에서 종일 있으면 안 돼요?"
"그럼 그러던지."
"뭐 할건데요?"
"뭐 할 것 같아?"
"... 섹스?"
그렇게 둘은 몇 시간을 뒹굴며 하루를 보냈다. 자세한 내용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는 걸로.
03
지민이 눈을 뜨자 아직 새벽이었다. 아파져 오는 허리를 혼자 꾹꾹 누르다가 윤기를 깨웠다.
"스냅촬영 가야죠. 우리 빨리 가요 윤기형!"
아무리 말을 해도 안 일어나는 윤기에 지민이 한숨을 폭 내쉰다. 나보고 잠꾸러기라더니, 아침잠은 형이 더 많구만!
"민윤기이이!"
지민이 부르는 목소리에 벌떡 일어난 윤기가 지민에게 물었다. 왜?
"몰라서 물어요? 우리 오늘 스냅촬영인데..."
"아, 그거? 미루면 돼."
"뭘 미뤄요! 지금 안 가면 사람 엄청나게 많이 오니까 빨리 가야 해요. 빨리이!"
지민의 재촉에 못 이겨 급히 준비한 윤기가 지민을 이끌고 호텔 옆 해변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사진도 찍어준다고 해서 호기심에 신청했는데 새벽에 나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적고 분위기도 예뻐서 촬영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찍어주시는 분도 오셔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어야 한다며 말씀해주셨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찍는 사진이라던가, 바다 근처에서 장난치는 거라던가, 마지막으로 뽀뽀하는 사진 등등 여러 장을 찍고 나서야 촬영이 끝났다. 촬영도 했으니 대충 아무거나 먹자는 윤기의 말에 따라 아사이볼 (요거트에 과일과 시리얼 등을 올려 먹는 음식)을 먹으러 향했고 지민이 너무 좋아하는 탓에 윤기는 자신의 아사이볼을 지민에게 주었다. 다 먹고 나와서 아사이볼 또 먹으러 가자는 지민의 말에 알겠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준 윤기다. 쇼핑을 가서 커플티도 사고 점심까지 먹고 호텔에 들어와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가 윤기가 물었다.
"이제 어디 갈까?"
"어... 모르겠는데, 조금 자다가 호텔 앞에 수영장이나 갈까요?"
수영장은 어른들만 쓸 수 있다는 곳을 이용하기로 했다. 거기가 해가 질 때 물에 경치가 그대로 보여서 예쁘다고 하길래 간 것도 있었다. 둘은 오후 4시 정도 되어서 일어나 수영장으로 갔다. 예상대로 조용하고 예뻐서 둘 다 마음에 들어 했다. 아직 저녁도 아니라 칵테일까지는 아니고 오렌지주스나 마시기로 했다. 수영도 하고 주스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다 보니 해가 질 시간이었다. 빨갛고 노란 색으로 하늘이 가득 덮이고 그에 맞춰 물도 하늘색과 같이 물들었다.
"진짜 예쁘다, 그죠."
"그러네. 사진 찍어줄까 지민아?"
"아니야 그냥 내 눈에 담을래요. 사진에는 잘 안 담겨."
"그러면 그렇게 해. 이거 보고 다시 방 들어가자."
한참 동안을 경치만 바라보고 있었다.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자 방으로 들어가서 씻고 누워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데이트 한 번 제대로 못 한 걸 보상받는 기분이었다며 웃는 지민에게 뽀뽀해준 윤기가 지민을 껴안고 토닥거렸다. 이제 자자. 늦었어.
04
12시까지 푹 잔 둘은 일어나서 샀던 커플티를 맞춰 입고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사 먹었다. 그리고 돌 (Dole) 플랜테이션으로 향했다. 거리가 오래 걸려 윤기에겐 가는 길이 조금 지루했지만 도착하니 지민이 좋아해서 지루함은 싹 사라졌다. 안에서 작은 기차도 돌아다니길래 둘이 탔더니 다른 열대 과일도 키우고 있어서 신기해했다. 돌 플랜테이션에서 제일 유명한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시퍼 컵 플로트'도 사 먹고 나왔다. 다음은 마카다미아 농장으로 향했는데 전통 느낌이 강해서 하와이에 왔다는 걸 둘은 다시 한 번 자각했다. 마카다미아의 껍질을 돌로 잘 깨면 모두가 잘 아는 모습의 마카다미아가 나온다고 해서 체험도 해 봤는데 지민은 나름 잘 깼다. 하지만 윤기가 돌을 떨어트리는 바람에 마카다미아까지 깨져버려서 둘이서 바라보고 몇 분 동안 웃었다.
"돌을 던지면 어떡해요 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던지고 싶어서 던진 게 아니라..."
"민윤기 진짜 완전 웃겨. 혼자 알맹이까지 박살을 냈어."
그다음에는 유명한 마카다미아 초콜릿도 여러 개 사고, 커피도 사서 농장을 나왔다. 둘 다 잠자는 걸 좋아하고 오래 뽈뽈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건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금방 숙소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지원해주는 연인만 밥 먹을 수 있는 곳이 있길래 거기서 경치를 구경하며 저녁을 해결했다. 방에 딸려있는 수영장에서 둘은 종아리까지만 담그고 앉아서 물을 찰박거리며 놀았다. 폰으로 자신들의 기사를 보는 데 댓글이 다들 좋아해 주는 분위기여서 둘도 안심했다.
"형 말이랑 다르게, 좆되지는 않았네요."
"그렇긴 하네. 다행이다."
소속사에는 잘 있다며 연락을 해놓고 수영장에서 나와 둘이서 꼭 안고 원래보다 일찍 잠들었다.
05
늦은 아침부터 뽀뽀를 진하게 하며 인사를 나눈 둘은 이제 호텔이 매우 편해졌다. 조식도 챙겨 먹고 가족들이랑 친한 사람들이랑 연락도 하고 기사도 챙겨보고 뒹굴뒹굴 거리기를 몇 시간 하고 밖에 나와서 지민이 좋아하던 아사이볼도 다시 사 먹었다. 오늘은 걸어왔기 때문에 이야기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이제 갈 때 되니까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착각인가?"
"나도 그래. 내일은 더 빨리 지나갈걸?"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걸어 다니는 건 차로 다니는 거랑은 또 느낌이 달라서 이리저리 구경도 열심히 하면서 돌아다녔다. 점심도 먹고 호텔로 돌아와서 마사지도 받고, 티비도 같이 보다가 주변 산책이나 하자며 호텔 주변을 돌아다녔다. 워낙 넓어서 천천히 산책하니 한 시간 이상은 걸렸다. 해도 금방 져버려서 저녁도 든든히 챙기고 숙소로 돌아와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오늘이 제일 시간이 빨리 간 것 같아요. 나도.
06
둘 다 오늘은 아침 일찍 깼다. 일어나서 커튼을 걷고 하늘을 보는 지민을 윤기가 뒤에서 꼭 껴안으며 같이 하늘을 구경했다. 둘에게 인사라도 해주는 듯이 하늘이 핑크색, 보라색, 하늘색으로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
"오늘따라 하늘 예쁘네."
"우리 잘 가라고 인사해주나 봐요. 하늘 보니까 조금 아쉽다."
"아쉬워? 그러면 다음에 또 여행 오자. 어차피 우리 결혼한 거 다 아니까."
"좋아요."
풀어놓은 짐도 잘 챙기고 샀던 선물들도 챙겨놓고 아침은 간단히 패스했다.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 향한 둘은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했다.
"더 오래 있을걸."
"여행 끝났다고 우리 사랑 끝난 거 아니잖아. 울지 말고."
"그냥.. 너무 기뻤던 것 같아요. 제일 좋았어."
"나도 지민이랑 같이 여행 가니까 너무 좋았어."
둘이서 이야기도 계속하고 잠도 많이 자고 한국에 들어와서 게이트를 통과하니 플래시들이 반겼다. 한국에 온 게 실감이 나서 몇 분 동안만 사진을 찍혀주고 쏟아지는 질문 중 하나만 답했다.
"두 분, 정말로 사귀시는 사이십니까?"
"사귀는 사이 아니고, 결혼한 사이예요. 답변 됐죠?"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매니저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짐 정리하고 윤기 집에서 밥도 해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여행 또 가면, 어디 갈 거야?
하와이 다시 갈 거에요.
신혼여행 재밌었어? 수상소감처럼, 소감 한마디 해줘.
음.. 민윤기 사랑해?
예상 못 했던 대답이네. 나도 많이 사랑해 지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