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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DELBERG CASTLE |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

​안녕 나의 아름다운 성아

w. woo (@woo_woo9922)

이곳은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하이델베르크 성의 가장 안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이델베르크 성을 보며 왜 이런 성이 아직도 있느냐며 왕이라 불리우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봤으나, 사람들의 시선이 어떻든 간에 이 성은 그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찬란하던 성이었다. 항상 파티가 이루어지고, 매일같이 성대한 만찬이 열리는 하이델베르크 성. 아무리 성의 내막이 더럽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성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성이라 하더라도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왕의 낭비와 사치로 인해 잃어버린 민심. 그리고 그로 인해 빼앗긴 권력과 재산. 왕과 왕비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왕족의 가문은 평민보다 못한 존재로 몰락했고, 그 왕의 자리는 왕의 사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빼앗겨버렸다.

 

왕과 왕비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도 매우 불쌍한 처지가 되었다. 왕의 아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한 아이는 잔디를 깎으러 나가야만 했고, 다른 한 아이는 성의 굴뚝을 청소해야만 하루를 살 수 있었다.

 

윤지와 윤기. 불쌍한 왕의 아들 딸이었다. 물론 양자로 입양된 왕자와 공주지만 말이다.

 

입양되었던 당시 윤기와 윤지는 아주 어린 나이였다. 6살의 윤기와 3살의 윤지. 당시 독일 왕의 신하 중 하나가 한국을 사찰하러 왔다가 부모님의 묘비 앞에서 울고 있던 윤기와 윤지가 불쌍해 보여서 독일로 데리고 갔다. 왕은 왜 애를 데리고 왔느냐며 뭐라고 했지만, 저에게 온 아이들이 가여워서 차마 돌려보낼 순 없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신하가 왕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매의 부모님은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 공장 일이라는 게 힘도 많이 쓰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남매의 부모는 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면 악착같이 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장 측의 실수로 남매 부모님의 장비에 허점이 생겼고, 부모님은 높은 곳에서 철재를 옮기는 일을 하다가 추락사를 당했다는 불행한 이야기였다.

 

왕과 왕비는 신하의 이야기를 듣고선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저 가족의 이야기가 가엽기도 하면서 안타깝다는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비록 윤기와 윤지가 독일어를 할 줄 모르는 상태였지만, 왕비는 아이들을 안으며 말했다.

 

“얘들아 이제 내가 지켜줄게. 걱정하지 마. 내가 너희의 엄마가 되어줄게.”

 

그 후 아이들은 귀족의 딸과 아들처럼 자라났다. 공장에서 일하는 부모의 자식이 아닌 원래 귀족의 자식인 것처럼 말이다.

 

“아가. 이거는 포크인데 이렇게 사용하는 거야.”

“아가들, 오늘 손님들이 오실 거니까 잘해야 하는 거 알지?”

 

왕과 왕비는 윤기와 윤지를 자기 친자식처럼 예뻐했다. 물론 친자식이 없어서이기도 했고 말이다. 윤기와 윤지는 이제 꽤 귀족의 티가 났다. 물론 왜 왕과 왕비께서는 저런 애를 자식으로 맞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소리가 뒤에서 들리긴 했지만, 아무렴 상관이 없는 말이고 일이었다.

 

하지만 남매의 인생은 생각처럼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남매를 친아버지처럼 잘해주던 왕은 어느 순간 새 여자를 집에 들이기 시작했고, 왕비와 남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물론 남매에게 왕비는 거의 저희의 어머니와 다름없는 존재여서 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왕이라는 사람은 술과 도박에 찌들어 살았고, 윤기와 윤지는 그 모습을 그저 안타깝게 볼 뿐이었다.

 

와중에 왕비의 사치는 날이 가면 갈수록 늘어났다. 처음에는 명품을 집에 하나 둘 들이는 것으로 만족하더니 왕의 외도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아예 집을 명품으로 도배해놓았다.

 

“어머니…”

“윤기야 이제 나도 여기까지인 거 같구나. 왕께서 이제 나 말고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고 있더구나. 이제 사랑보다는 살 길이 우선인 거 같다. 얘야. 비록 내가 너를 내 배로 낳진 않았지만, 그동안 너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었단다.”

 

윤기는 여왕의 말에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대처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실로써 다가왔다. 왕에게 접근한 사람은 왕이 좋아서 다가온 사람이 아닌 왕의 돈을 바라보고 다가온 사람이었고, 한순간에 돌변해서 왕을 공격하였다.

 

윤기와 윤지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 것. 단지 그것뿐이었다.

 

“오빠. 우리 한국으로 돌아가면 안 돼?”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의지로 지내던 와중에 윤지의 입에서는 한국이라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윤기는 윤지의 말에 순간 놀란 표정이었고, 윤지는 당장 울 것 같은 눈을 하면서 말했다.

 

“오빠 나도 기억할 건 기억해. 그때 어떤 아저씨가 우릴 여기로 데려온 거잖아.”

 

윤기는 차마 한국에 돌아가자고 할 수 없었다. 한국에 지금 돌아간다 하더라도 10대 초반의 나이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 성에 있는 왕의 상황은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졌다. 왕은 이런저런 비리 때문에 잡혀갔고, 여왕은 술에 찌들어 살았다.

 

왕가의 몰락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한 순간 남매와 가족은 바닥에 내려 앉았고, 가족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노동을 해야만 했다. 동생인 윤지는 잔디를 깎는 아이가 되었고, 오빠인 윤기는 굴뚝을 청소하던 아이가 되어버렸다. 왕과 왕비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했지만, 가정의 평화는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남매는 사람들이 많은 하이델베르크 성안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 잠시라도 살기 위해서.

 

“오빠 우리 괜찮은 거 맞아?”

“응 괜찮을 거야, 곧 다 괜찮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

 

윤기도 말로는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실상 괜찮아지기는 개뿔. 왕과 왕비가 싸우지나 않으면 정말 다행인 상황이었다. 밤에 일하고 집에 들어가면 항상 왕과 왕비는 서로를 향해 싸우고 있었고, 윤기는 윤지의 귀를 막으며 눈물을 참아야만 했다.

 

세상 불행했다. 어릴 때 어머니 아버지는 사고로 죽고, 자신을 데려온 왕비와 왕은 저의 가정이 몰락했다는 이유로 싸우기만 하니 말이다.

 

그렇게 둘은 살 이유도 없이 겨우 하루하루를 버텼고 결국, 무모한 생각까지도 했다.

 

“오빠 우리 이렇게 살지 말고 엄마 아빠 보러 갈래?”

 

엄마 아빠라는 말. 정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었다. 윤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윤지를 데리고 성문 굴뚝 꼭대기에 올라갔다. 남매가 바라본 하늘은 너무도 푸르고 너무 맑았다. 죽기에는 아까운 화창하고 아름다운 하늘.

 

“윤지야, 울지 마. 울면…”

 

윤지는 울고 있었고, 윤기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이런 삶이 불행해서. 몰락한 왕족의 가문의 양자의 삶. 어린 나이지만 잠시나마 얻었던 부와 명예가 한순간 사라지자 불행의 곡선은 저 세상 너머에서 어린 남매를 괴롭혔다.

 

윤기와 윤지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려던 순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남매의 신경을 놀라게 했다.

 

“안 돼요... 하지 마세요...”

 

이러면 안 되고 하지 말라는 말. 누가 봐도 저만큼 다급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제발 하지 마세요… 제발….”

 

목소리는 어린 소년의 목소리였고, 남매의 동공은 순간 흔들렸다. 지금 저희도 죽어버리고 싶은 입장이었지만, 소년의 목소리는 남매의 선택을 막을 정도로 간절한 목소리였다. 남매는 다급하게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뛰어갔고,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눈이 휘둥그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옷은 거의 벗겨질 지경이었고, 그게 싫은지 눈가까지 붉어진 채로 반항하는 모습. 윤기는 다급하게 아이의 옷을 잡은 저보다 큰 아이의 손을 잡고선 그 큰 아이를 넘어트리며 소리쳤다.

 

“지금 애가 싫다는데 뭐하는 거야?”

 

남자는 씩씩거리며 윤기에게 뭐하는 짓이냐며 따졌지만, 윤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서 말했다.

 

“지금 사람들 지나다니는데 앞에서 뭐하는 짓이야.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왕비에게 이 사실을 말할 거야.”

 

큰 아이는 왕비라는 단어에 당황한 눈치였고,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도망쳤다.

 

“아 감사합니다…”

 

아이는 한국말을 했다. 독일어 같은 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윤기가 앞으로 조심하라고 말하려는 순간 아이는 윤지의 옷을 붙잡았다. 윤지는 무심하게 아이의 손을 걷으려 했지만, 아이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인 상태였다.

 

“얘 울지 마… 왜 울어…”

 

우는 소리는 성 안을 가득 채웠고, 남매는 황급히 지민을 데리고서 옥상으로 향했다. 아이는 옥상의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듯했고, 윤기는 지민을 제 품에 꼭 안았다. 윤지는 지민의 눈을 가려주었고, 셋은 옹기종기 옥상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옥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두워졌다. 아이는 갈 곳을 잃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저 성 밑에서는 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름이 뭐야?”

 

윤기는 아이의 손을 붙잡으며 이름을 물었고, 아이는 개미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말했다.

 

“…민이요.”

“민? 너 민씨야?”

“아니요… 박지민이에요…”

 

지민은 부끄러운지 제 볼을 붉혔다. 이 아이가 독일 사람이고 한국 사람이고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분명 죽으려고 올라간 성 옥상에서 살 이유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너 여기 살아?”

“네… “

 

수줍은 얼굴로 말하는 지민은 꽤 귀여웠다. 윤지는 지민이 귀여운지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윤기는 무언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나 여기 와도 돼?”

 

윤기는 웃으며 물었으나 지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윤지는 윤기에게 괜한 소리 하지 말라며 잔소리를 했지만, 윤기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윤기는 지민과 눈이 마주치더니 볼이며 얼굴이며 다 새빨개졌다. 아마 이런 게 첫눈에 반했다는 말의 뜻이었던가? 윤지는 윤기의 얼굴을 힐끗 보더니 괜히 놀리는 말투로 물었다.

 

“오빠 쟤 맘에 들어?”

 

윤기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윤지는 부끄러워하는 윤기의 모습을 보더니 킥킥거렸고, 윤기는 거의 울 기세였다. 윤지는 그런 오빠와 오빠보다도 더 부끄러워하는 지민이 귀여워 보였고, 슬금슬금 둘만 있게끔 자리를 피했다.

 

윤기는 멀어지는 윤지를 잡으려 했지만, 윤지의 달리기 속도는 매우 빨랐다. 대체 갈 곳도 없는 애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린 윤기는 이런 상황을 대처할 능력도 없었고 어찌할 방안도 없었다. 윤기는 윤지를 잡으러 가려 했지만, 지민은 윤기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말했다.

 

“안 가면 안 돼요? 나랑 있으면 안 돼?”

“응… 그래…”

 

윤기와 지민은 서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던 도중 먼저 다가간 것은 지민이었고, 먼저 입을 맞춘 것도 지민이었다. 윤기는 지민이 갑자기 입을 맞추자 당황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고, 지민은 모든 걸 안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Ich glaube, ich bin in dich verlieb.”

(나 당신에게 빠진 것 같아요.)

 

윤기는 똑똑히 들었다. 정확한 독일어로 저에게 하는 고백. 분명 처음 본 건 오늘인데, 이 아이는 저를 오래 본 사람처럼 말했다.

 

“Ich glaube, ich mag dich.”

(나 당신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윤기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지금 성안은 아무도 없었고, 남아있는 사람은 윤기와 지민 둘밖에없었다. 성안에서 사람들이 마시고 떠드는 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공기가 흘렀다.

 

물론 윤기도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니었고 많은 사람과 잠자리도 가졌었지만, 지민은 그런 윤기에게도 처음 만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윤기는 지민에 대해 많은 것을 한순간에 알 수 없었지만, 그 순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였다.

 

“Hast du mich schon mal gesehen?”

(너 예전에도 나 본 적 있어?)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지민은 차일까 봐 불안해하는 얼굴로 윤기를 쳐다보고 있었고, 윤기는 그런 지민의 입술에 제 시선을 내리꽂았다. 물론 눈을 못 보겠다는 걸 핑계 삼아 예쁘고 말랑한 지민의 입술을 쳐다본 건 비밀인 걸로 윤기는 아까 저가 느꼈던 감촉이 좋았는지 제 입술만 살살 깨물었다.

 

윤기는 충동적으로 지민의 얼굴을 잡고는 그의 턱을 치켜올렸다. 지민은 수줍은 얼굴로 눈을 감았고, 윤기는 고개를 꺾어 그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느낌은 아까보다도 좋았다. 왠지 말랑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 제 혀 깊숙이 들어오니 무언가 이상하면서도 기분이 좋은 느낌. 둘은 한참 동안 아무도 보이지 않은 성 깊숙한 곳에서 서로의 입과 혀를 탐하였다.

 

낮이었던 성은 늦은 밤으로 바뀌었다. 윤기는 갈 곳을 잃었지만, 지민이 있어서 행복했다. 물론 이건 지민도 마찬가지인 말. 하지만 시간이 더욱 늦어질수록 윤기의 눈은 점점 풀려갔고, 지민만 안달이 났다.

 

“윤기 피곤해?”

“으응…”

 

그런데 피곤 하는 윤기의 모습이 이렇게 귀여울 일인 걸까? 지민은 윤기의 볼을 쿡쿡 찔렀고, 윤기는 잠이 솔솔 오는지 흠냐흠냐거리며 꾸벅꾸벅 졸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지민이 조는 윤기를 괴롭히던 도중 지민의 머리에는 무언가 기발한 상상이 떠올랐다.

 

“윤기야. 우리 집에 갈래?”

 

지민의 예상대로 윤기의 눈은 동그래졌다. 물론 지민의 집이 어디인지는 이미 그 말을 들은 후부터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지민은 윤기의 손을 붙잡고는 성 아래로 조심스레 내려갔다. 전에 윤기가 살고 있었던 성이었지만, 이미 선왕의 흔적도 안 보이는 성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지민은 조심스레 윤기를 자신의 침대 위에 눕혔고, 또 조심스레 입을 맞추며 말했다.

 

“Willst du mit mir schlafen?”

(나랑 잘래?)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윤기는 지민의 입술에 진득하게 입을 맞췄고, 피곤함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침대 밑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Willst du uns lieben?”

(우리 연애할래?)

 

“Ja, ja.”

(응.)

 

*

 

윤기와 지민은 격렬하고 인상깊은 만남 이후로 연애를 시작했고 윤기는 거의 매일같이 성으로 출근했다.

 

“오빠 또 지민이 만나?”

“그게 네 알 바는 아니잖아. 너나 어머니께 잘해. 나 오늘도 늦어 민윤지.”

“아니 오빠? 야 민윤기!!!”

 

윤기와 지민이 연인 사이라는 것은 윤지만이 알고 있었다. 물론 윤지가 알게 된 것도 어쩌다가 몰래 키스하는 모습을 들켜서 그런 거지만 말이다.

 

윤지는 왜인지 모르게 씁쓸했다. 오빠가 애인을 사군 적은 몇 번 있었는데 하필 오빠가 너무도 사랑하는 상대가 지민이어서 그런가? 윤지는 애써 입에 먹을 것들을 욱여넣으며 떨어질 것만 같은 눈물을 감추었다.

 

윤기는 제 동생의 살짝 아프고 힘든 마음도 모르고 지민에게 찾아갔다.

 

하이델베르크 성은 윤기와 있었을 때보다도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윤기는 그런 놀라운 풍경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고, 지민은 성 좀 그만 둘러보고 나 좀 봐달라며 윤기에게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윤기는 전보다 더 화려한 성을 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미련이라도 남은 사람처럼 성벽을 만지작거렸다.

 

“형, 아직도 여기가 그리워?”

“아니…”

“그리워? 왜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쳐다봐?”

 

윤기는 성벽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이 자리는 내 자리이고 원래 내가 있어야 할 곳인데… 그저 억울했다. 행복이 빼앗겨버린 저의 삶이 억울하고 화간 났다.

 

“Warum weinst du, mein Schatz?”

(자기야 왜 울어?)

 

지민이 너무나도 예쁘지만, 차오르는 감정을 어쩔 수 없었다. 예쁘게 웃고 있는 지민이 얄밉게 느껴진 것은 아마 윤기의 질투인 것일까? 윤기는 성벽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물론 지민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윤기는 행복해 보이는 지민이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났다.

 

“Tut mir leid, Schatz.”

(내가 미안해 자기야.)

 

“Warum tut es dir leid, ich bin böse.”

(자기가 왜 미안해 해. 내가 못난 거지.)

 

윤기는 지민을 부둥켜 안고 울었다. 지민은 제 잘못은 아니지만, 미안하다며 눈물을 쏟아냈고 윤기는 이런 제 자신이 미웠다. 윤기는 행복한 성 생활이 그리웠다. 물론 본인의 생활이 뒤바뀌어서 지민을 만나게 된 것이지만, 화려한 성에서 화려하게 사는 지민의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윤기의 질투는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지민의 생활은 점점 좋아지고 화려해지고 있었고, 윤기의 생활은 점점 불행해지고 있었다. 물론 지민이 자기 밑에 들어오라는 소리를 했지만, 윤기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윤기는 지민을 만나 삶의 이유를 얻었지만, 동시에 불행을 얻었다.

 

카를 문(Karlstor). 성의 시작을 알리는 문. 윤기는 매일 같이 카를 문을 지나갔지만, 지나갈 때마다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에 한숨이 나왔다.

 

“오빠 오늘은 지민이 만나러 안 가? 요새는 계속 집에만 있네.”

 

윤지가 윤기를 닦달했지만, 윤기는 힘없는 사람처럼 한숨만 쉴 뿐이었다. 윤기는 점점 성에 가는 횟수를 줄였다. 지민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해도 성안까지 갈 용기는 없었다. 윤기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지민이 보고싶을 때마다 울기만 할 뿐이었지 전혀 지민을 보러 갈 용기조차 내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민 남매에게 들린 소식은 좋은 소식이면서도 나쁜 소식이었다.

 

[왕위를 빼앗은 후왕. 알고 보니 사촌이 아니라 전혀 왕과 관련이 없는 사람.]

 

대충 이야기는 그랬다.  윤기와 윤지를 데리고 살던 왕은 후왕에 의해 한 순간에 대국민을 우롱한 사기꾼이 되어있었고, 후왕은 왕의 자리를 얻기 위해 선왕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을 국민에게 뿌렸다. 선왕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 자리를 정치질에 성공한 후왕이 차지했던 것이었다.

 

윤지는 다시 궁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기뻐했지만, 윤기는 쉽게 기뻐할 수 없었다. 물론 성에 다시 들어가고 왕의 죄가 무죄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기쁘지만, 다시 성에 들어간다고 하니 기쁜 마음보다는 지민에 대한 걱정이 먼저였다.

 

왕비도 그 소식에 헐레벌떡 짐을 쌌고 당장 성으로 갈 채비를 했다.

 

“오빠. 오빠는 성 들어가는 게 기쁘지 않아?”

 

윤지가 물어왔지만, 윤기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만약 왕과 왕비가 있는 앞에서 대답했다가는 몰래 성에 들어가 후왕의 양아들과 사랑에 빠진 것을 들킬 게 뻔했으니까 말이다. 윤기는 입술만 꾹꾹 깨물었고 그동안 성에 가지 않은 걸 후회할 뿐이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지민이에게 더 사랑한다고 해주고 더 자주 얼굴 보여줄 걸 후회를 해봐도 이미 성의 주인은 바뀐 이후였다.

 

윤기는 입궁 날이 다가오자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지민이 너무 보고 싶었고, 지민에게 같이 살자고 하고 싶었다. 물론 후왕의 양아들을 왕과 왕비가 받아들일지 말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오빠 자?”

 

그렇게 혼자 생각에 빠지던 도중 동생 윤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안 자. 말해.”

 

윤기는 심드렁하게 대답했고, 윤지는 걱정스럽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 지금 지민이 생각하지?”

 

윤지는 윤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냈지만, 윤기는 그런 거 아니라며 얼버무렸다. 하지만 윤지는 오빠가 그럴 일 없다며 윤기의 얼굴을 꼬집었고, 윤기는 그제야 침착한 목소리로 윤지에게 말했다.

 

“나는 박지민 없으면 안 되나 봐. 다시 성에 들어가면 박지민 못 보잖아. 나 이제 어떡해야 하는 거지? 성 버리고 나가야 하나? 나가서 지민이랑 둘이서 살까 봐.”

 

윤기는 최대한 눈물을 참아내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윤지도 지민에 대한 걱정에 당황한 건 매한가지였다. 윤지는 지민에게 같이 살자고 말하면 안 되는 거냐는 소리를 했지만, 윤기는 그저 힘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밤은 너무 깊었고, 입궁 시간은 너무도 빨리 다가왔다.

 

입궁은 시작되었다. 온 국민은 왕의 입궁 순간을 보기 위해 성 주위로 나와 있었고, 왕과 왕비는 국민에게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윤기도 애써 웃어 보이기는 했지만,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줄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

 

윤기는 혹시 몰라 지민을 찾았다. 지민이 혹시 오지 않았을까? 혹시 지민이 저를 보고 싶어 해서 이 자리에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 하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지민의 모습은 커녕 지민과 닮은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성문이 열리고 왕과 왕비와 남매는 성안에 들어갔다. 분명 화려했던 성은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윤기는 짧은 탄식을 내쉴 뿐이었다. 분명 지민과 왔을 때는 화려하게 꾸며져 있던 성이 아무것도 없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 왜인지는 모르게 마음 한구석은 지민 생각에 허전했다.

 

“오빠. 얼굴 좀 풀어. 그러다가….”

 

윤지가 윤기보고 얼굴을 풀라고 윤기의 얼굴을 본 순간 말을 잇지 못하였다. 윤기의 눈가는 새빨개져 있었고 얼굴 여기저기는 눈물 때문에 축축한 상태였다. 윤지는 황급히 윤기의 등을 토닥였고, 윤기를 데리고 성 옥상으로 올라갔다.

 

전에 윤지와 죽으려고 했던 성 옥상을 보자 윤기는 주저앉아 울었다. 밖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을까.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윤기형? 형 왜 거기서 울고 그래요?”

 

윤기가 한참을 그리워하던 지민이었다. 오히려 울 것 같은 지민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윤기를 불렀고, 오히려 기뻐해야 할 것 같은 윤기는 울면서 지민을 껴안았다. 지민은 세상 서럽게 우는 윤기의 등을 어루만졌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Ich wusste, dass du wiederkommen würdest.”

(난 네가 다시 올 줄 알았어.)

 

윤기는 오히려 해맑게 말하는 지민의 모습에 누군가 제 뒤통수를 때린 거마냥 얌전해졌다. 화려한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윤기를 맞이하던 지민이나 허름한 성에서 윤기를 맞이하던 지민이나 하는 행동은 너무 일관되고 한결같았다. 윤기는 순간 지민에게 미안해졌다. 저는 그동안 지민의 원망도 많이 하고 성이 싫다는 이유로 지민을 찾아가지 않았는데 지민은 그런 거 상관없이 자신을 대해줬으니 미안하고 고맙기만 했다.

 

“Bist du jetzt glücklich?”

(이제 행복해?)

 

지민은 해사한 얼굴로 순수하게 물었지만, 윤기는 이미 썩어 문드러진 사람이었다. 사실 성 안으로 들어간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물론 지민을 다시 만나고 나서 얻은 행복과는 비교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윤기의 행복한 만남은 그리 길지 못했다. 왕비는 윤기와 윤지를 찾기 위해 성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왕의 신하들까지도 남매를 찾았다. 왕과 왕비는 다시 돌아온 행복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윤기와 윤지의 행복을 빼앗고 싶지 않다는 듯 발악했다.

 

성 내부에는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고, 윤지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이제 어떡할거야? 박지민이랑 붙어먹었다는 걸 왕이나 왕비가 알게 되면 그냥 혼나는 걸로 넘어가지 않으실 텐데. 지금이라도 애 숨기던지 아니면 당당하게 말하던지.”

 

윤기는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했다. 윤기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지민의 손을 붙잡았다. 윤지는 너무 단호하게 지민을 선택하는 윤기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였고 횡설수설했다.

 

“오빠, 갑자기 또 왜 이래? 그동안 잘 해왔다면서. 오빠도 그동안 잘 버텨왔잖아.”

“그러면 뭐해 다시 이 성에 들어가면 지민이도 없는데.”

“아니 오빠. 야 민윤기.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야!”

 

윤지는 다급하게 왕에게 가려는 윤기를 막았다. 윤기는 지민을 데리고 무작정 성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조마조마한 사람은 윤지였다. 윤지는 지민을 부르며 오빠를 좀 막아달라 했지만, 윤지의 말은 들어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윤기의 행동은 지민 한정으로 예측할 수 없었고, 지민과 관련된 일이다 싶으면 미친 사람처럼 돌변하고 미친 사람처럼 굴었다.

 

윤기는 사람들에게 쉽게 붙잡혔다. 신하들이 윤기와 지민의 맞닿은 손을 놓으려 했지만, 오히려 윤기는 지민의 손을 꽉 붙잡고선 성 안을 활보했다.

 

“사랑해 지민아.”

“나도.”

“키스할래?”

 

키스하자는 말에 지민은 수줍게 얼굴을 붉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윤기는 지민의 턱을 들어올려 그의 입에 살포시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지민은 윤기의 뒤통수를 쓸었고, 윤기는 지민의 허리춤 안으로 손을 넣었다. 사람들이 윤기와 지민을 놀란 듯 쳐다봤지만, 둘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미 둘은 둘만 있으면 충분하고 이미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살 이유가 충분했다.

 

그렇게 둘의 혀만 질척이는 소리가 성 안에 퍼졌고, 윤기는 상기된 얼굴로 지민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내 성에서 자고 갈래?”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윤기가 지민을 데리고 방에 가려는 순간 왕은 윤기의 어깨를 밀쳤다. 윤기는 순간 잡은 지민의 손을 놓쳤고 왕은 그 기세로 지민을 밀쳤다.

 

왕은 윤기의 뺨을 때리며 소리질렀다. 지금 저 성이 누구 때문에 빼앗긴 건지 알긴 하냐고. 이 성을 빼앗은 사람들이 누군지 알면서 왜 이런 짓거리를 하느냐고. 윤기는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성을 빼앗은 사람들이 지민의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윤기는 묵묵히 욕먹고 맞을 뿐이었다.

 

윤지도 때리는 소리가 들리자 발만 동동 굴렀다. 차마 왕을 설득할 수 없는 노릇이거니와 윤기의 눈빛은 너무나 단호했기 때문에. 윤지는 지민보고 가라며 그의 등을 밀쳤지만, 지민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렇게 윤기의 온 몸이 망신창이가 되자 왕은 윤지에게까지 손을 뻗으려 했다.

 

“아!!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윤지는 순간 느낀 공포감에 소리쳤지만, 윤지의 몸은 멀쩡했다. 윤지가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윤기가 윤지의 앞에서 막고 있었고, 지민은 왕에게 무릎을 꿇고서는 맞았는지 제 뺨을 어루만질 뿐이었다.

 

“오빠? 민윤기…. 지금 뭐 하는 거야? 오빠가 맞긴 왜 맞아… 지민아… 박지민…”

 

윤지는 당황한 듯 둘 사이를 배회했고, 윤기는 왕이 듣지도 못할 한국어로 굳은 제 결심을 말했다.

 

“당신이 왕이라며. 당신이 이 나라 왕이라며. 그런데 왕이라는 사람이 이건 너무하지 않아요? 그저 왕의 양자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난 왜 이러고 있어야 할까요? 저 이가 전 왕의 아들이라는 걸 알았다 하더라도 난 저 애를 사랑해요.”

 

윤기의 눈에서는 눈물이 났고, 지민도 윤지도 숨 죽여서 울었다. 윤기는 지민의 손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세게 붙잡았고, 왕비는 윤기와 윤지의 뺨을 한대 씩 때렸다. 윤지는 그저 오빠와 지민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잘못했다고 빌어보려 해도 이미 늦어버린 일이었고, 왕과 왕비는 셋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서 돌아서 버렸다.

 

“오빠....”

 

윤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윤기를 불렀다. 하지만 윤기는 그런 윤지를 왕으로 보내려 했다.

 

“싫어 나 안 가. 나 안 갈 거야… 오빠 왜 이러는 거야? 오빠….”

 

윤지의 얼굴은 팅팅 부었고, 윤기는 오히려 무덤덤하게 말했다.

 

“윤지야. 나 때문에 너까지 다시 길바닥에 내려앉을 필요 없어. 너는 죄 없잖아. 너는 이제 행복해야지. 나랑 남매라는 이유로 힘들어 하지도 말고. 응?”

 

윤기는 윤지를 아기 다루듯 달랬지만, 윤지는 싫다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물론 윤기에게도 윤지는 세상에서 하나뿐이 없는 동생이고 저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윤기는 더 이상 힘들게 하기 싫다며 윤지를 보내야만 했다. 윤지는 울면서 발악했다. 오빠와 지민이 없이는 못 산다고. 하지만 윤지의 선택지는 그것 하나 뿐이었다.

 

“지민아, 우리 이제 갈까?”

 

윤기는 제 눈물을 참으며 지민의 팔을 붙잡았다. 하이델베르크 성은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웠지만, 둘의 모습은 그런 화려함 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응, 형 괜찮겠어?”

“안 괜찮을 게 뭐야. 이제 네가 있는데.”

 

윤기는 성 밖 뒤뜰에서 이제 갈 수 없는 성을 보며 생각했다. 이 성이 뭐라고 그렇게 가고 싶어하고 질투까지 했던 걸까? 윤기는 지민에게 질투하고 지민을 부러워했던 불과 얼마 전의 제 모습에 웃긴 듯 헛웃음을 지었고, 지민은 그런 윤기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렇게 가고 싶어했는데. 이제는 다시 갈 수 없겠네.”

“응. 그래도 이제 네가 힘들면 나 안아줄 거잖아.”

“당연하지. 우리 윤기 이리 와.”

 

지민의 품은 너무도 따뜻했다. 전에 안았던 그 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 성 밖에는 윤기를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았지만 둘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누가 보면 평범한 커플이었지만, 둘은 서로에게 제일 특별한 존재였다.

 

“Du liebst mich?”

(너 나 사랑해?)

 

“Ja, ja.”

(응.)

둘은 서로밖에 의지할 곳이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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