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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PETER'S BASILICA |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성당

J와 마태오에 대한 고찰

w. 제제 (@ZEZE_LOVED)

※ 트리거 요소 (자살, 폭력, 살인 등)이 포함 되어있는 글 입니다. 필자는 독자에게 불쾌감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우선적으로 밝히며 유의하며 읽어주세요. 

 

 

 

 

 

 

 

 

 

 

 

 

 

 


1. 신부 마태오의 고해

 

 

 

 

 

 

 

 


이것은 그 겨울, 성 베드로 성당에서 만나게 된 나의 J에 대한 아주, 아주 개인적인 기록이다. 

 

 


J를 만난 건 크리스마스 종소리가 멎어가던 겨울이었다.


그 날은 '어느 날이었다.' 라는 상투적인 말로는 감히 표현 할 수 없던 그런 기이한 날이었다. 한파 불던 날씨가 풀어져 투박한 함박눈만 내리던 날이었으며 안개가 짙던 그런 날. 그런 사소하고 이상하며 추위에 언 손 비비던 어느 겨울에 마주친 파리한 인상의 눈이 새까맣던 제이를, 신부 마태오는 기억한다.

 

 


J는 자신을 그저 제이, 라고 말했다. 본 이름 무엇이냐 묻자 그는 그저 알파벳 하나 이야기했다. 그냥 제이라고. 뜻이 있냐 묻자 그냥 그런 이름이라 답 했고, 바티칸에 어쩌다 오게 되었냐는 질문에도 그는 그냥, 이라고 답했다. 무슨 목적을 지니고 온 건지, 단순히 관광의 이유로 온 건지 제이는 무엇도 말하지 않았다. 


제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 극도로 꺼려하는 눈치였다. 두 세시간씩 홀로 예배당을 지키는 그에게 수녀가 다가가 물으면 제이는 그저 사람좋은 미소 지어보이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래도 의문점 투성이인 제이에게 구태여 대답 닦달하지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 싶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때의 나에게  J는 바티칸, 그것도 성 베드로 성당을 방문하는 몇 천만 인구 중 한 명 일 뿐 이였으니까. 무엇보다도 저는 지나가는 인연에 관심 기울일 정도로 친절한 인간은 아니었다. 궁금하지도 알고싶지도 않은 이방인, 제이는 그 정도였다. 제이를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린다면 딱 거기까지였다.

 

 


제이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수십 번은 더 성당에 들려 성모상만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던 일 부지기수였다.때때로 그는 두 손에 얼굴 박고 중얼 중얼, 무엇인가 속삭였으며 두 볼에 눈물 주르륵 흘리며 십자가에 입 맞추기도 했다. 신경 쏟지 않겠다 스스로 호언장담 했으나 그의 기이한 행동에 눈길이 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세련된 구두 또각또각 굴리고 향수 내음 풍기며 모피코트 두른 신도들 사이에서 그런 제이는 당연지사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쩌면 제이에게서 핍박받는 숭고한 사도를 본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손에 상처를 달고 와서는 상처 새에 제 손톱 박아 넣으며 얼굴을 잔뜩 일그러 뜨린채 기도 올리는 제이의 그 자기괴멸적 신앙을 마음 한 편으로는 존경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의 행동 그저 광적인 믿음인줄로만 알았으나 그런 그의 행동에 특별히 의미부여 하지 않았다.제이에게 무언가 캐묻지 않은 이유 아마 순전한 기시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입꼬리 씨익 올리며 웃어 보이는 제이의 그 묘한 이질감에 속이 답답해 카라 매만졌고 가슴 쓸어내렸다. 시간 지날수록 커지는 건 제이의 기묘함에 대한 의구심 아닌 호기심이었고 호기심은 점차 커져 점치 부피를 키우더니 주님만 마음에 담겠다던 내 마음 틈에 억세고 무례한 가시 돋은 줄기 피워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불경하고 악한 것이라 주교의 말씀에도 그저 얼버무릴 수 밖에 없던, 순수악한 그런 마음이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오묘하고 기괴한 감정.


누군가가 나에게 그 감정 무엇이냐 묻는다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던, 심장 뒤틀리고 허벅지 사이 간지러웠던 사춘기 소년의 열병이었다고 답 할 수 있으리라.


작은 예배당에서 손 모아 기도하는 제이의 모습 성스러운 성녀와도 같았고 순례자의 회개 같았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기도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았던 적도 부지기수 였다. 그러다 언뜻 고개 돌려 저를 주시하는 제이와 마주치면 마태오는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져 황급히 걸음 옮겼더랬다. 

 


그를 보고 있자면 꼭 토기가 밀려왔다. 두 눈 뜨고 봐도 저도 모르게 부정하게 되는 그런 비정상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도 꼭 위장 아래부터 진하고 메스꺼운 토기가 몰려 웩웩, 헛구역질 해댔다. 태생이 죄에서 비롯되어 숭고한 무언가에 알러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살갗에 따가운 돌기 돋은 것 마냥 살갗을 긁고 피가 새어나올 정도로 파고들어도 지워지지 않던 그 죄악심은 분명 나의 불분명한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분명 같은 남자인데, 형제인데, 모태를 찢고 나온 같은 염색체의 개채가 분명한데, 그런데 신이 빚어낸 만물 중 저리 아름답던 것이 있던가. 식도에서 올라 온 농도 짙은 쓴 위액을 뱉어낸 뒤 무너지듯 무릎 꿇곤 혼탁해지는 마음 죄스러워 도망치듯 달음박질 쳐 쿵쿵 머리를 박는다.


하나님, 하나님, 죄 많은 우리를 구원하시고…


주님이 주신 사명 곱씹을수록 떠오르는 것은 제이의 새까맣던 머리통과 눈이었다. 제이의 눈 죽어가던 까마귀를 닮아있었다. 바스러지는 생명, 마지막까지 제 숨을 뱉어내며 파드닥, 파드닥, 힘없는 날갯짓을 해대던 새. 그 새와 닮은 제이의 눈을 바라볼 때면 마태오는 꼭 그 새가 제 아가미 속으로 날아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목울대로 꿀꺽, 숨을 헐떡이던 새를 삼킨다. 식도에서 위까지 파르르 경련하는 그 황홀한 움직임, 전율하는 육신, 두 눈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피사체. 새의 눈 닮은 제이의 눈 마주하면 꼭 그 죽어가던 새가 언저리에 있는 것처럼 심장이 파드득, 쿵쾅쿵쾅, 파드드득ㅡ 요란스럽고 경박스럽게 뛰었다. 


사랑에 빠진 수줍은 소녀 같으면서도 죽은 사체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기이한 전율과 공포심과 같은 그 역동적인 진동과 파장. 주님 앞에 신실한 제자 되고자 했던 마태오 제이를 볼 때면 늘 평정심을 잃었다. 


그리고 그는 인정했다. 


제이가 자신에게 더이상 이방인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 자신이 지옥문의 초입에 다다랐음을. 

 

 


‘동성애는 원죄악 입니다….’

 

 


주의 말씀 귓가에 울릴때마다 심장 뛰었다. 쿵, 쿵, 쿵, 쿵. 사탕단지라도 몰래 숨겨놓은 아이처럼, 도살을 기다리는 양이라도 된 것처럼 세차게, 빠르게 뛰었다. 마태오는 가슴 뜯어내고 싶은 충동에 휩쌓였다. 쿵쿵 뛰는 심장 뜯어내 짖이겨 버리고 싶다고, 그럴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라고.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럴 수 없었다. 여전히 자신은 겁 많고 나약하며 멍청한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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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향한 마음 온전치 않음을 알게 된 것은 두 손으로 제이의 손 쥐었을 때였다.


신부님, 고해성사를 해도 될까요? 


왜 하필이면 제이냐고 묻는다면 세가지 얘기 할 수 있는데 고해성사 청하는 말 수락한 후 베일 감긴 제이 처연해 보여 견딜 수 없던 것이 첫째고, 신부님, 신부님 부르던 목소리에 뒷목 뜨끈해지던 것이 둘째, 제 손 붙잡고 눈물 흘리며 끝끝내 제 입술에 달려들던 제이 뿌리치지 못한 것이 마지막이다. 


마태오는 아직도 한번도 본 적 없던 표정 지으며 고해성사 부탁하던 제이의 얼굴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것은 생전처음 보던 사람의 얼굴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던 표정이었는지라 오래 마음쓰지 않고 마태오는 고개 끄덕이고 말았다. 커튼 틈새로 어렴풋이 보이는 제이의 모습에 눈 질끈 감고 성호 긋는 마태오 저 자신이 우스워 깔깔 웃고 싶은 충동 애써 감췄다. 고해성사라니, 피식 헛웃음 새어나온다. 거룩한 선지자 엘리야가 음란의 영 아마스데우스에게 성령 운운하며 호통치듯 내면 속 민윤기 마태오에게 소리친다. 

 

 


권세 하나님 나팔소리 울리며 


악의 무리 심판하러 오시리라.

 

 


성구 외치는 내면체 미련해보이기 짝이 없다. 조소 흘린 마태오 성호 긋는 제이 바라보며 꾸욱 할말 삼킨다. 


형제님, 그거 아십니까. 나는 오늘도 당신이 나에게 손짓하는 그런 꿈을 꿉니다. 개새끼처럼 고개를 발발거리다 충실하게 고개숙여 형제님의 가랑이에 고개 박는 거지 같은 꿈을 꿉니다. 세상에 어떤 형제가 형제에게 입을 맞추고 속살 지분대는 저급한 상상을 하겠습니까?


자조적인 명백한 비웃음 깔깔 뱉어내고 싶은 충동 누른 마태오 말한다. 당신의 죄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자신에게 던지는 양면적 질문이었다. 나의 죄는 무엇인가? 죄를 품었음에도 당신의 죄를 감히 용서하고자 하는 안일한 태도? 그렇다면 너의 죄는 무엇인가. 대관절 무엇이길래 이렇게 두 팔 늘어뜨린채 고통스러워 하는가? 한참동안 말 없던 제이 무겁게 입술 연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얼굴 일그러뜨리며 죄를 고백하는 제이. 눈꼬리에 맺힌 은방울 눈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었으나 괴로운 그의 표정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끓는 무언가가 속 뒤집어놓았다. 꿀꺽, 울대 타고 넘어가는 마른 침에 입이 다 텁텁했다. 

 

 


저는 아버지를 죽이는 죄를 지었습니다. 그 인간의 목에 칼을 꽂고 죽은 사람의 몸에 수십, 수백 번 망치를 내리꽂았습니다.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 사람을 죽였음을 말입니다. 그럼에도 난 계속 망치질을 했습니다. 손에 맺힌 땀으로 미끄러져 망치를 놓칠때까지 쉬지않고 망치를 휘둘렀습니다. 그 느낌은 마치, 아, 하나님. 쇳덩이를 갈길 때마다 살갗이 튀고 뇌가 터지던 그 순간은 마치 새로 태어난 듯 했습니다. 동정녀의 수태로 인간의 몸을 얻은 예수처럼 아버지의 죽음으로 저는 다시 태어난 거예요. 저는 죄인입니까?

 

 


"....주님."

 

 


동시에 찾아오는 마음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래서 도망쳤습니다. 달리고 달려서 본 것이 당신이었어요. 신부님을 처음 뵌 순간 확신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당신이 나를 이해해줄 것만 같았어요. 아무도 날 이해하지 않아. 죽은 아버지도, 사람들도, 신도 절 이해하지 못 하겠죠? 아벨 쳐죽인 가인에게 벌주신 것처럼 저에게도 벌을 주시겠죠? 끝끝내 죽어버리겠죠? 신부님 전 너무 무서웠어요. 확신도 믿음도 아무것도 없는 저에겐 사랑이 필요해요. 어쭙잖은 말보다도 확실한 행동이 필요해요. 


당신이 줄 수 있을 것만 같아.

 

 


신부님.


민 신부님.

 

 


달팽이관 너머 뇌를 녹일 것처럼 물음없이 닥쳐오는 목소리에 귀를 파고 싶었다. 후벼 파고, 긁고, 뜯어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고막을 쥐어뜯어 길다란 줄을 만들어 제이의 아가미를 틀어 막고싶은 충동 휩쌓인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신부님, 저 좀 봐주세요.

 

 


붉은 핏물 팡, 터질 것처럼 핏발 곤두선 그의 얇은 피막 핥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사이로 뻗어 오는 손 가깝듯 멀다. 발발 떨리는 제이의 손에 경건히 입 맞추자 그의 손가락 곧 굳게 다물어진 입술 사이 벌려 꾸욱, 혀를 짓누른다. 잇새로 터져 흐르는 황홀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달큰하다. 우당탕탕, 결국 사이 틈 가르던 벽은 사라지고 제이의 뜨거운 육신 결국 나에게로 온다. 


두피까지 뽑을 듯 머리칼 쥐고 급히 입 사이로 제 혀 집어넣는 제이 미치도록 안고 싶어 돌아버릴 것 같았다. 전지전능하신 주님은 개뿔, 신? 구원? 다 좆까라 그래. 하나님이든 예수든 마리아든 누가 지금 이 광경 염탐해도 상관없었다. 당장 눈앞에 이 생물 사랑스러워서 탐미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다.


공포와 사랑스러움.


공존 할 수 있는 단어였던가?


눈앞에 닥친 이 공기가 머리털 쭈뼛 설 만큼 공포스러우면서도 당장 보이는 이 사람 씹어 먹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머릿속 좀먹는 의구심이 결국 부피 키워서 눈 앞 제이라는 존재에 눈멀어 처녀가 아이를 낳고 사람이 오백년을 살며 죽은 자가 일어나는 마음속 깊은 곳 뿌리내린 원초적인 신앙을 붕괴시킨다. 


믿음이라는 것 때로는 이성이 부정하는 필사적인 무언가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유용히 쓰인다. 그런 믿음 없는 *내겐 동정녀의 잉태가 필요하다. 윤리나 과학이 끼어들 여지없는 기적이 필요하다. 두 눈 뜨고 바라볼수 없는 이 숭고한 사람, 예수가 돌을 던지라고 한다면 감히 손짓 흉내조차 할 수 없는 이 신실한 사랑에 대한 애증과 구원이 필요하다. 당신이 필요하다. 

 

 


제이, 제이, 제이, 제이.

 

 


퉁퉁 불어 붉어진 입안에 넣고 제이를 굴린다. 제이가 운다. 나도 운다. 제이가 아비를 죽인 것처럼 나도 내 안에 마태오를 죽인다. 동양에 선구자는 죽을 때 연꽃이 날리고  흰 피가 솟아올랐다던데, 붉은 피가 흰 피로 바뀔 정도면 얼마나 헌신적이고 무죄악한 인간이어야 할까. 메마른 볼이 제이의 눈물로 젖어간다. 입새로 흘러들러가는 짠맛에 더욱 갈증이 돌아 해소되지 않는 목마름에 더 갈구하게 된다. 제이의 통통한 입술 오병이어 속 양식이 되고 제이의 눈물 쓴 물이 단 물로 바뀌는 마라의 샘물이 된다.

 

 


신부님, 저는 지옥에 가나요?

 

 


두려움에 잠식 된 제이의 모습 죽어가는 까마귀와 겹쳐진다. 아, 다시 동분서주하는 죄 많은 박동 숨기지 않고 온전히 제 고동을 울린다. 검은 사제복 쥐며 오욕적인 제이의 눈에 경건히 입 맞추며 속삭인다.

 

 


"하나님이 당신을 용서하셨습니다."

 

 

 

 

 

 

 

 

 

 

 


2.  J의 혐오스러운 XXXX 

 

 

 

 

 

 

 

 

 

 

 


전능하신 나의 주 하나님. 주의 어린양이 두 손 모아 간청하나니 악의 구렁텅이에서 저희를 구하시옵고 구원과 은혜를 베풀어 주의 광명한 하늘 아래에서 숨 쉬게 하옵소서. 주의 자비와 지혜를 발판삼아 주의 전지전능하심에 죄 많은 입술로 감히 입맞춤을 허락하시고 성모 마리아님의 사랑과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온유를 닮아 죄 많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매, 그저 주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그리스도 예수와 살아계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 신이시여, 주님, 나의 아버지, 저의 죄를 사하옵시고,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아아, 아버지, 아파요, 아파요,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아아악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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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지루하고 뻔하며 재미없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찢어지게 가난한 어느 빈민촌 집구석에서 터져나온 갓난아이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제이. 돈은 없고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에 어머니는 남편의 폭력 못 이겨 마을 소농장 이파리 꺾고 소매치기 하며 살아가던 방년 일곱의 저를 버리고 도망갔다. 제이의 인생 그래프로 친다면 늘 하향곡선이었다. 철저히 밑바닥 굴러다니며 살아갈 정말 완벽한 하층민이었다. 어머니 모태에서 나왔던 그때부터 늘 아버지 주먹질 상대되며 살아온 탓에 제이 일찍이 현실에 눈 떠 버렸었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종종 괴물이 되었다. 육중한 몸 끌고 마룻바닥 쿵쿵 뛰다니며 끝끝내 그 커다란 몸으로 어리고 작았던 저를 터뜨려 죽일 심산인 것처럼 달려들곤 했다. 그것은 때때로 굳은살 박힌 손이었고 낡고 무뎌진 칼날이었으며 온갖 실밥가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각목 덩어리였다.
아버지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뼈가 으스러졌고 힘줄이 끊어졌다. 멍과 상처가 끊이질 않았다. 정말, 저, 씨발새끼를 언젠가 죽일 것이라고, 저 거대한 몸을 토막 내고 말 것이라고. 그게 아버지에 폭력에 못 견뎌서 도망친 엄마에 대한 마지막 배려이자 효도일 것이라고, 제이는 그리 생각했다. 잠 들기전 베겟잇에 머리 뉘이며 하루에도 수십번씩 아버지를 죽였다. 상상 속 저는 기름 낀 배때지를 칼로 쑤시기도 했고 팔팔 끓는 기름 붓기도 했으며 아가리 찢어 도축된 소나 돼지 같은 짐승처럼 쇠고랑에 걸기도 하는 무뢰한이였으며 불한당이었다. 


불행한 환경에서 자고 먹으며 살아온 어린 제이 신은 믿지 않았으나 크리스마스 예수님은 좋아했다. 쓸려서 살갗 퉁퉁 부어 벌개진 손바닥 위로 놓여지는 잔돈 몇푼과 사탕 조각 몇개가 좋아서.성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살아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은 받으시오며. 따위에 의미없는 거룩한 말 줄줄 읊었다. 그것으로 제이의 인생은 신 믿는 신실한 성도 됬다, 이 말이다.


그러나 그 대단한 신앙 얼마가지 않았다.


제이가 나고 자란 습기 축축하고 먼지가 뒹굴던 빈민촌에는 늘 생쥐가 들끓었다. 그 쥐새끼들은 가끔 곡식을 갉아먹고 때론 역병을 몰고 왔다. 어린 제이는 그 쥐새끼의 뻔뻔하고 새까만 눈깔 맘에 들지 않았다. 그 쥐새끼라는게 제 해로움 모르는 미물인지라 순진한 눈깔 도로록 도로록 굴려대면 제이는 그 생쥐들 잡으려 낡은 각목덩어리 고사리 같은 손으로 쥐고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낡은 천장 두드리며 타다다닥, 발걸음 옮겨가며 성가신 생쥐새끼가 너무나도 시끄러워 발로 터트려 죽인 것이 사도신경 외우던 신자 제이의 첫 살인이었다. 


그것은 정말 '우연한' 일이었고, 투둑, 타닥, 발길질에 살가죽이 터지고 내장이 터지던 그 불쾌하기 그지 없던 그 생소한 느낌 제이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온 혈관을 타고 흐르던 그 죄책감과 통쾌감, 그것은 감히 혀로 뱉는 언어로 표현 할 수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제이 안에 내제되어있던 무엇인가를 끄집어 내는 동기 되었다. 제이 문득 제 악독한 아버지가 떠올랐다. 제 신발 밑창 아래 진득하게 얽힌 동물 내장 바라보며 제이는 더 이상 이 발 딛을수도 없는 개같은 현실이 좆같아서 견딜 수 없어져 찬찬히 계획을 짰다. 


 


1. 죽인다.


2. 도망친다.


3.기절시키고 튄다.

 

 


 대책없고 무모해선 한순간에 맞아뒤진다. 제이는 열댓살 되던해 아버지 턱주가리 치고 도망가다가 아집 쎈 아비 손에 붙잡혀 부러졌었던, 아직도 비가 오면 시큰거리는 왼손목 쥐었다. 일번은 싫어, 감옥은 춥고 배고프고…. 이번 실행했다간 오른쪽 손목? 받고 모가지까지 추가할 마당이었다. 그래도 언제까지나 이 좆같은 집구석에서 살 순 없었다. 집념이 커지고 커져 결국 실행에 옮겼다. 그나마 현실성있는 삼번 방안을 택한 제이는 기다렸다. 언제든지 술 꼴아 온 아버지 머리통 갈길 수 있게. 옆동네 살던 마치노, 그 노란머리 파란눈의 싸가지 없는 양놈도련님 구둣발에 흠씬 밟혀서 훔쳐온 스뎅 방망이를 한켠에 세워두고선 . 


그리고 얼큰하게 취한 아비가 짤랑 짤랑 동전소리 내며 고래고래 소리 내지를 때 제이는 드디어 그 스테인리스 덩어리 손에 쥐고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깽 소리와 함께 시간 얼마 지나지 않고 사뭇 다른 눈빛 형형히 띄어보이는 아버지를 본 제이는 깨달았다. 본인이 아둔했음을.

 

 


첫번째, 


약소한 저가 집채만한 체구를 지닌 아비를 때려눕힐 수 없었고. 

 

 


두번째, 


아비를 기절 시킬 수 있는 확률은 0에 수렴했으며.

 


마지막으로 세번째,


조막만한 생쥐와 사람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쿠당탕탕,


이 좆만한 새끼가! 


까만 무언가 시야 덮친다. 엄습해오던 모호한 불안감 형태 찾아서 급습하던 순간이었다. 이, 배은망덕한 새끼, 먹이고 재웠더니 은혜를 이렇게 갚아? 커다란 손이 곧 제 두개골 날계란 마냥 깨뜨릴것처럼 달려든다. 턱, 막히는 숨은 선연한 공포였다. 진짜 이대로 가단 죽을 것 같았다. 머리를 잠식하는 생존 욕구에 두려움 따윈 하얗게 연소되었다. 윤리의식 상실한지 오래인 태초적 본능 흡사한 이성으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쇳덩이 쥐고 아버지 머리에 내리꽂았다. 내장 아랫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진 기묘한 힘과 불확실한 이성은 초인적인 힘을 만들어냈다. 제이는 미친듯이 쇳덩이 갈겼다. 내려치고, 내려치고.  뺨에 피와 살이 튀든간에 괘념치 않았다. 손이 벌겋게 물 들 때까지 망치질하던 제이 이성 되찾은 것은 순식간이었다. 가쁜 숨 몰아쉬던 제이 그제야 저가 무슨 일을 한 것인지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순 몸을 감도는 정적.


한순간에 조용해진 주위에 제이는 숨이 막혔다. 아비가 제 목 붙잡고 흔들었을 때보다 더 숨이 막혔다. 기도를 꽉 조인 것처럼 허덕대는 숨구멍에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쿵, 쿵, 쿵, 쿵. 고막 두드리는 심장소리 꼭 지옥문 초입부 입장을 환영하는 북소리와 같아 제이는 벙벙 울리는 귓구멍 두드렸다. 아아아, 안 들려. 안 보여. 그러나 귀 막고 눈 감고 부정해도 아직 두 손에 선명한 두개골 으스러지던 그 감각 선명해 제이는 미친 듯 제 손바닥 옷가지에 비벼댔다. 벌레가 오소소소 돌아다니는 듯한 그 불쾌하고 살갗 곤두서는 유쾌하지 않은 감각. 싫어, 무서워. 공포로 점멸되는 머릿속 제대로 된 사고 할 수 없도록 뒤흔든다. 


죽었나? 죽은건가? 으스러지듯 손톱 긁던 제이 제 손에 피 고인 줄도 모르고 부르르 떨다가 미친 사람처럼 도망쳤다. 턱 끝까지 숨이 차고 뇌가 어질어질하든 말든 어서 이 소름 끼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했다. 제이는 도망쳤다. 그것은 사체에 대한 공포도, 잡혀가게 될까 숨 죽이는 그것 또한 아니었다. 제이 머릿 속 가득채우는 생각 오로지 단 한가지었다. 도망쳐야겠다, 이 좆같고 혼란스러운 곳에 몇 초도 견딜 수 없었다. 

 

 


신발 벗겨진 줄도 모르고 설원 내달린다. 눈밭 딛은 탓에 살 까진 언 발 퉁퉁 부어 터지기 일보직전인 사실도 망각한 채로 한참을 달린 제이 광장에 다다랐다. 짙게 깔린 어둠 속 광활하고 텅 빈 공간에 미친듯 심장 울렸다. 박동은 명백한 공포였다. 어렴풋 들려오는 새벽 찬송과 의미 모르는 성구들 왱왱, 대지 흔들며 저를 따라온다. 위선자, 살인자!  저를 둘러싼 수 많은 환청들 떨칠 수 없어 귀 밑 여린 살 까드득 긁어내린다. 지워지지 않는 낙인은 선명한 살인의 증거이자 숙명이다. 


광장 울리는 비명 지른 제이 결국 두 무릎 꿇고 만다. 폭력과도 같은 손짓으로 벌건 제 두 귀 두드리며 울부짖는다. 울고, 포효하고, 다시 오열하던 제이의 시선 안으로 십자가 들어온다. 


뎅- 뎅- 뎅- 


긴긴밤 맞이하는 베드로 성당의 자명소리에 제이 고개 들고 뺨 사이 흐르는 눈물자욱 손으로 훑었다. 악심 가득한 심장 저 끝에서 부터 차오르는 마음은 예수 품은 마리아의 모성애와 같은 그런 헌신적 사랑에 대한 갈구였다. 어미 손길 그리며 울음 터뜨리는 태아와 같은 마음으로, 가파른 절벽 아래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가시덩쿨 붙잡고 서있는 심정으로 제이는 홀린 둣 일어섰다. 


자백하는 심정으로 제이 다시 한번 중얼인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다시 터져흐르는 마음은 혼란과 회개심. 터벅, 발걸음 옮긴다. 육신의 죄 사함 받기 위해 제이는 움직였다. 여즉 가시지 않은 잔 공명은 두를 울리자 지쳐 늘어진 육신 전율한다. 


죄 지은 탕자의 심정으로 자애로운 성모를 향해 간다. 


애정을 향하여.


당신을 향하여.

 

 

 

 

 

 

 

 

 

 

 

 

 

 


3. J와 마태오의 ?????

 

 

 

 

 

 

 

 

 

 

 

 


"시작하겠습니다."

 

 


쾅, 책상 내려친 늙은 주교 곧 재판 시작을 알린다. 오늘 재판 논점은 신부 마태오, 민신부의 사제자격의 대하여…  죽은 듯이 고개 떨군채로 힘없이 앉아있는 마태오 힐끗 쳐다보더니 잠시 잔기침하고는 다시 말을 잇는다. …이에 신부 마태오의 행동에 대한 판결이 중점이 되어 사제 자격 박탈 여부에 대한 바티칸 국 베드로 성당 제 128호 종교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쾅, 쾅, 쾅. 


재판봉 두드린 주교는 곧 제 몸을 수그려 앉는다. 동시에 몸을 일으킨 사제 종이 한 장 꺼내더니 제 목 가다듬는다. 에, 일단 수녀와 목격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했을때 신부 마태오의 예배 참여수의 빈약함과…. 또한 피고의 방에서 발견된 미심쩍은 내용의 문서들을 조합하여 보았을 때 신부 마태오를 교회법 위반, 이단심문의 내용으로서 마태오의 신부 자격 박탈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의자를 끌어 제 자리에 착석한 사제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마태오의 눈 꼭 죽은 생선처럼 탁하다. 피고름 가득한 손을 또다른 손으로 긁어내리던 그의 손에 쥐어져있는 것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은색 십자가이다. 

 

 


"마태오?"


"……."


"마태오 신부."


"…예."

 

 


따각, 따각, 불안정한 손짓으로 제 살껍질 뜯어내리던 마태오 저를 부르는 주교의 외침에도 여전히 손놀이는 멈추지 않았다. 크흠, 꺼림칙함이 가득 담긴 가래를 목울대 아래 깊은 곳부터 끓어내던 늙은이들은 불편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대답을 종용했다. 묵직하고 그로틱한 성경 위로 덮이는 두껍고 주름진 손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동공이 이내 허공에 멎는다.

 

 


"악마와 내통한 것을 시인하는가?"


"……."


“마지막으로 묻는다. 본인은 사제의 신분으로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고 악마와 내통했음을 인정하는가?"


"…악마요?"

 

 

 

 

 


악마라,


하하.


하하하하.

 

 

 

 


조소 담긴 무기력한 목소리로 웃음을 흘리던 그는 이내 천장 무너뜨릴 것처럼 큰소리로 웃더니 종내엔 끄윽, 끄윽, 목울음 뱉어낸다. 총기 어린 눈 어디로가고 마태오 꼭 약한 예술인처럼 광기와 분노 어른거리는 눈을 띄었다.

 

 


"그게 악마라면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귀신이라도 된답니까."


"마태오, 이곳은 신성한 곳이다."


"이 곳이 신성하다면 이곳을 딛고 서 계신 여러분이야 말로 회개 하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악마라면, 사창가를 누비는 주님 앞에 성실한 일꾼들은 개새끼라도 됩니까. 성금을 빼돌리는 당신네들은 무엇이랍니까. 오, 주님. 성스러운 치마폭을 찾아 순례하는 주의 제자들을 보십시오. 전능하시고 좆같은 나의 권세 하나님. 하늘을 올려다보고 탄복합니다. 악인이 악인에게 죄를 논하는 이 신실하고 성스러운 곳을 보십시오. 악마요? 제이가 악마라고? 제가 본 게 악마라면 그대들은 가인이고 네로이며 가룟유다입니까. 모두 돼지우리 먹이나 되라지. 살찐 입술로 회개하라 외치는 당신들이 어떻게 사제고 사도입니까.

 

 


목에서 부터 끌어올려지는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 마태오 저조차 제가 내는 소리인데도 꼭 기도 속 낯선 사람이 소리치는 것 같아 이성 흐릿해졌으나 무 감각해진 뇌는 그 사실 곧 망각해버린다. 온 몸의 피를 다 빼낸 것처럼 기력 잃은 육체 순식간에 분노를 빼고 빠르게 공허감을 채운다. 공포로 물드는 눈들이 꽂힌다. 당장 묶어! 아니야, 입을 틀어막아! 빨리 내쫓아 버려! 돼지들 멱따는 소리 가득찬 시장바닥처럼 소란스러워진 회의장 속 푹 꺾인 무릎 일으킨 그는 아무도 못 보고, 못 들을 정도의작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였다. 


제이.


목 타는 갈증 느껴져 무엇이라도 좋으니 들이키고 싶었다. 딱딱딱, 불안감이 역력한 발길질로 툭툭 바닥을 두드린다. 제 목 옥죄는 카라 뜯어내고 싶은 충동 억누른 마태오 여린 살 까여 고인 딱지 긁어내리고 까드득, 손톱을 물어뜯으며 무겁고 느린 발걸음 옮겼다. 아수라장이 된 회의장 안 떠들어 대는 소리에 뭉근히 귀 틀어막자 왱왱, 공명 터져 흐른다. 


저들이 무엇이라 떠들어대든 어떤 비난을 퍼붓던 마태오 진실로 죄책감 따윈 느끼지 않을 것이고 당장 사제복 벗을수도, 혹은 지옥에 갈 수도 있으나 이 또한 아무 상관 없었다. 현실감각 현저히 떨어진 상황 달갑지 않았으나 정말 괜찮게 느껴졌다.도르륵, 느리게 굴러가는 안구 손으로 뜯어 밟아 버리고 싶으나 그럴 수 없었다. 제이를 보기 전까진 마태오는 절대 자신이 가진 것중 그 무엇도 자신의 것이 아니다.


뇌를 지배하는 생각은 단 하나, 제이가 보고 싶었다.


.


.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성당은 여전히 어두웠다. 터벅, 발 딛을 때마다 울려 퍼지는 발자욱 소리 마치 지옥문 들어서는 북소리와 같았다. 새벽달 저물어가며 창틈으로 비치는 옅은 달빛 받는 피에타상을 멍하니 바라본다. 축 늘어진 아들을 안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성모는 무엇을 애도하는 것인가.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으로 물드는 것인가? 대체 무엇이 성모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는가? 의미도, 생각도 없는 혼잣말 중얼이던 마태오 다시 힘없이, 그러나 꽤 조급한 발걸음으로 피에타상을 등진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새벽녁이었고, 마태오는 동이 트기 전 마쳐야 할 일이 있었다. 

 

 


끼이이익-


성당 첨탑 꼭대기에 자리한 다락방, 꽤 낡은 탓인지 걸쇠에 녹이 쓸어있는 육중하고 커다란 문에 손 얹은 그는 문 가장자리에 놓여있는 의자 끌고 중심부로 향한다. 어렴풋 푸르른 어둠 짙게 깔린 방 가운데 길게 늘어진 갈고리 같은 밧줄 아래 의자 놓는다. 마태오는 처음 세례명을 받았던 그때 그 마음으로 경건히 제 십자가 목걸이 쥐고 펜 쥐었다. 

 

 

 


나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에서 가장 큰 죄악을 짓는다.


내가 말한다.


나는 신부 마태오. 그리고 민윤기.


내가 다시 말한다.


그는 인간 제이. 그리고 박지민.


내가 감히 말한다.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저 신의 수많은 실수 중 하나였고, 이끌리듯 만난 소실점과 평행선이었다.


내가 진실로 말한다.


만약 신이 당신네들에게 말하길 '우리에게 돌은 던지라' 한다면 그 손을 들어 그대의 머리를 내려치라. 


우리는 죄없는 신자이자 고증이고 피해자이다.


기억하라. 그리고 상기하라.


이제 그대들이 말하라.


누가 죄인이고 누가 위선자인가?

 

 

 

 

 

 


물음표를 끝으로 낡은 의자를 딛고 올라서자 작은 창가 새로 베드로 성당이 높아진 시선 가득 채운다. 아,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모욕적인 죽음인가. 마태오의 가슴 깊은 곳 심해 아래부터 죽은 까마귀가 다시 날개를 요란하게 떨어댄다. 우욱, 팔딱이고 생생한 움직임에 구역질 하고픈 충동 억누른 그는 경건히 잘게 발작하듯 떨리는 손으로 갈고리 쥐고 제 목에 건다. 


터엉, 의자가 넘어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넘어가는 숨은 공포심과 황홀감을 선사한다. 어린 양의 죽음과도 같은 고해 새가 날아오르는 성 베드로 성당의 담을 넘어 마리아에게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위선과 죄악이 있었던가. 커억, 끄으윽, 고통으로 점멸해가며 서서히 아득해지는 의식 속 떠오르는 것들은 여전히 제이의 것이다. 제이의 까만 머리칼, 까만 눈, 오욕적인 숨, 먹음직스러운 입꼬리까지. 

 

 


제이.제이.


내가 사랑했고 내가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나의 죄악.


나의 구원.


나의 연옥.


나의 J.

 

 

 

 


'당신이 만난 것은 누구였습니까?'


만약 누군가가 감히 그가 악마였음을 오십 번 묻는다면 마태오 백번은 더 똑같은 대답할 것이다. 그는 악마가 아닌 구원이었다고.

 

 


고즈넉한 찬송가 소리가 새벽 밤을 가득 메운다. 이토록 화사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아아, 비로소 안식이다.

 

 

 

 

 

 

 

 

 

 

 

 

 

 


*최진영 작 「구의 증명」 일부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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